초대일시 / 2014_0221_금요일_06:00pm
오프닝 공연 / 2014_0221_금요일_06:30pm_온앤오프 무용단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요일 휴관
서울시창작공간 홍은예술창작센터 SEOUL ART SPACE HONGEUN 서울 서대문구 명지2길 14(홍은동 304-1번지) 2층 Tel. +82.2.304.9100 cafe.naver.com/hongeun2011 www.facebook.com/sas.hongeun www.seoulartspace.or.kr
사라진 역사와 남겨진 기억의 新박물관 ● 시작은 단순했다. 2011년 서부도로사업소가 홍은예술창작센터로 탈바꿈하면서 조성된 2층의 커다란 북카페 겸 휴게공간이 지난 해 말 문제가 생기면서 보수의 필요성이 제기되었을 때였다. 바닥의 수도관이 새면서 바닥의 타일이 깨지고 위로 약간 솟아올랐다. 아마 일반적이라면 바닥을 뜯고, 수리를 하고 다시 덮으면 간단히 끝날 문제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곳은 '예술창작센터'. 운영진의 '운영의 묘'가 발했다. 이 기회에 이곳의 공간을 좀더 '예술적'으로 변모시키고자 했던 것이다. 홍은예술창작센터의 최재훈 매니저는 지난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입주했던 작가 이원호를 떠올렸다. 공간의 장소적 특성을 통해 또다른 사유의 대상으로 전이시키는 작업을 해온 작가에게 이곳의 리노베이션 프로젝트를 맡기는 것이 최적의 선택지라 생각했다. 이 프로젝트를 흔쾌히 맡은 작가는 개인 작업이 아닌 현재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입주해 있는 금민정, 손종준, 하태범을 끌어들인다. 좀더 규모를 키우고 '쫀쫀한' 프로젝트로 확장을 꾀한 것이다. 옛주소로 서대문구 홍은동 304-1에 위치했기에(올해부터는 서대문구 명지2길 14로 변경되었다) 지어진 이름, 『3공사-1 프로젝트』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시작은 단순했지만, 과정은 험난했다. 네 명의 작가는 보수의 원인이 된 바닥재와 휴게공간의 구성에 대해 치열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말의 결론이 난 후 실재적인 작업이 시작되었다. 첫 단계는 바로 문제가 된 바닥재를 철거하는 일. 이른바 용역을 동원한다면 쉽게 끝낼 수도 있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바로 바닥재인 타일을 그들 작업에 오롯이 재활용할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철거라는 과격함 속에서 보존이라는 섬세함이 뒤따라야만 했다. 결국 작가들이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기존에 휴게공간을 구성하고 있는 여러 탁자, 의자, 그랜드피아노까지(!), 직접 모든 것을 걷어내고 바닥재를 철거한 것이다. 바닥은 보수 후 에폭시로 덮기로 했다. 조심스레 철거한 타일 바닥재를 한 켠에 쌓아놓고, 작가들은 각자 작업의 구체화를 시작했다. ● 과정은 험난했지만, 결과는 빛을 발한다. 그들은 공간에 설치한 적절한 오브제를 통해 단순한 북카페, 휴게공간이 아닌 미술작업이 숨쉬는 대중적이면서도 흥미로운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금민정, 손종준, 이원호, 하태범은 영상, 금속, 종이, 사진 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하면서도 이 공간을 관통하는 하나의 요소에 주목했다. 즉 바닥의 보수로 시작된 만큼 과거 '바닥'에 포커스를 맞춘 것이다. 그 결과 각 작가의 개성이 드러나면서도 서로 잘 매치되는 공간이 탄생하게 되었다. 바닥이라는 키워드로 작가들은 철거한 폐타일 바닥재를 이용한 다양한 오브제, 바닥에 펼쳐놓은 낙서 등 다양하게 변주한다. 그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레이어의 작업들은 일종의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기묘한 박물관'이다. 과거와 현재, 역사와 기억이 공존하는 그런 공간 말이다.
금민정은 폐타일 바닥재를 공간의 중앙부에 쌓아올렸다. 아예 새로운 기둥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러나 이는 주변의 반듯한 기둥이 아닌 하나하나 바닥재가 쌓여진 변형된 기둥이다. 실재 공간의 건축적 이미지를 이용해 실재와 가상의 이미지를 병치하고 왜곡시킴으로써 실재와 가상의 진위성, 그 안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영상이란 매체로 풀어가는 작가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아예 주변과 차별화된 기둥을 세웠다. 『Re-Dancing Floor』는 원래 평면적인 바닥재였던 폐타일이 기둥이라는 수직적인 오브제로 치환되면서, 그리고 우둘투둘한 기둥 면이 보여주는 시간성까지 더해 관객에게 익숙하지만, 낯선 감정의 공명을 경험케 한다. 매끈한 면이 아닌 타일 한장 한장씩 직접 쌓아올리면서 생긴 다이내믹함을 작가는 기둥이 춤추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이를 이곳에 입주한 무용가들이 펼치는 무용과 매치시킨다. 기둥과 기둥 앞에 영상과 무용가들의 역동적인 모습을 담은 비디오아트 오브제를 통해 작가는 '춤추는 기둥'의 시간성과 경험을 관객들에게 제시한다.
금속재료를 하나하나 직조해 제작한 갑옷 오브제로 사람들과 세상과의 소통에 대해 고민하는 손종준은 이번 프로젝트에 새로운 컨셉트의 작업을 구상했다. 어렸을 때 그리스로마 신화의 영웅적 신들의 이야기에 푹 빠졌던 작가는 이번 신작으로 '마르스(Mars)'를 등장시킨다. 우리에게는 고대 로마의 '전쟁의 신'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단어에는 '3월(March)', 또는 '정월'이라는 의미가 있다. 즉 '새로운 시작'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작가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입시미술 데생용으로 이용해왔던 마르스 상을 좌대에 얹어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그러나 단순한 마르스 상이 아니다. 바닥재를 촘촘하게 깨, 그 부스러기를 상에 부착시킴으로써 조각상은 이 공간의 시간성을 간직하게 된다. 작가의 트레이드마크인 금속제 갑옷 오브제를 마르스 상이 착용함으로써, 과거와 현재,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새롭게 변모한 이 공간 속에서 『Mars-새로운 시작』은 과거를 돌아보고, 새로움을 맞이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번 『3공사-1 프로젝트』를 기획한 작가 이원호는 이 장소를 일종의 고고학 박물관으로 변모시킨다. 과거 다양한 종목의 경기장에 그려진 라인들을 지우고 모아서 그 장소의 성격에 낯설음을 부여하거나 사물의 용도를 전복시켜 새로운 시각을 드러내고자 한 작가는 이번에 이 공간이 변모하게 된 동기, 최초의 계기였던 바닥 타일의 균열을 복원, 재현한다. 실재 균열을 경험하지 못했던 작가는 바닥 균열이 물리적으로 형성되는 시점을 재현한다. 그 시점에서 이 프로젝트가 시작되었고, 여러 '지난한(?)' 과정을 거쳐 변모를 하게 된 것이니 말이다. 그가 이를 위해 도입한 방식은 바로 '박물관'이다. 여러 박물관에는 과거의 유적을 발굴하면서 이를 보존하기 위해 바닥을 유리로 덮거나, 진열장으로 옮겨오는데, 이 방식을 이용한 것이다. 『경험되지 않는 경험-균열의 기원』 작업을 통해 보존된 현장은 프로젝트가 끝난 후 심미적 공간으로 재탄생할 공간에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과거와 변모한 현재의 '인'과 '과'를 증거한다. 여기에 작가는 흡연이 금지된 휴게공간에 유리 재떨이를 놓았다. 『서울시 은평구 홍은동 304-1 홍은예술청작센터-떠도는 오브제』라 이름지어진 이 작품을 통해 존재가치를 잃은 사물이 어떻게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대응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용도 폐기된 오브제가 유실됨으로써, 책장에 놓인 그 역사를 증언하는 사진 기록으로만 존재하게될 때 작품은 완성된다. 존재와 부재, 인식과 기억의 상관관계를 단순한 재떨이 오브제를 통해 환기시킨다.
하태범은 A4종이 등을 이용해 세상에 일어난 사건이나 풍경을 하얀색으로 재현해 설치나 사진, 영상 매체로 관객들에게 제시해왔다. 다양한 컬러가 아닌 모노톤의 세상은 어떤 가치판단 없이 드라이하게 관객에게 다가왔다. 그 외에도 스케일이 작은 모형들을 세상 속에 배치해 일상의 감성을 재미있게 표현했던 작가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좀더 사람들에게 다가간다. 바로 에폭시로 마무리한 바닥 곳곳에 숨겨져 있는 '낙서'들이 그것이다. 지금이야 인터넷 상의 다양한 SNS로 수많은 사람과의 네트워킹이 가능해졌지만, 실로 20년 전만 해도 이러한 네트워킹의 역할(개인적인 고백부터 사회에 대한 메시지까지)은 '낙서'가 담당했다고 할 수 있다. 작가는 다양한 문화계 인사들로부터 받은 30여 개의 낙서를 바닥 곳곳에 써놓았다. 의미심장한 문구부터 아무 의미없는 이야기까지 낙서는 내밀하지만, 드러내려는 상반적인 욕망을 드러낸다. 이를 통해 작가는 이곳을 찾는 관객과 시간성을 넘어선 소통을 꾀한다. 물론 단순하게 이들을 찾아 읽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이와 함께 기존에 구비되어 있는 책장의 곳곳에 각 작가들의 자그마한 소품들을 설치해 공간과의 연계성을 강화했다. 특히 이번 공간 작업과는 달리 각 작가들이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기존 작업들이 주가 되어, 각 작가들의 작업세계를 약간이나마 엿볼 수 있다. 금민정의 영상작업, 손종준의 금속 오브제, 이원호의 사진작업, 하태범의 종이 오브제 등을 통해 어떻게 그들의 작업이 이번 프로젝트 속에서 변주되고 적용되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꽤 흥미로울 듯싶다. ● 마지막으로 이렇게 얘기할 수 있을까? "시작은 미미했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그리고 그렇게 마무리되었다고. 『3공사-1 프로젝트』를 통해 네 명의 작가는 단순한 휴게공간을 흡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나 『걸리버여행기』처럼 우리에게 낯설지만 흥미로운 경험의 장으로 인도한다. 춤추는 기둥과 갑옷을 두른 조각상, 어렸을 때 익숙했던 낙서와 박물관의 진열장과 함께 책과 커피가 공존하는 기묘한 공간으로 말이다. ■ 류동현
Vol.20140221c | 3공사-1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