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4_0220_목요일_06:00pm
작가와의 대화 / 2014_0222_토요일_04:00pm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일,공휴일 휴관
사진·미술 대안공간 스페이스22 SPACE22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 390 미진프라자 22층 Tel. +82.2.3469.0822 www.space22.co.kr
사진·미술 대안공간 SPACE22의 두 번째 기획전으로, 국내보다 해외에서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젊은 여성사진가 2인의 몸+짓을 사진으로 풀어보았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여지'와 '안준'은 지난해에 세계무대에서 뚜렷하게 주목 받은 공통점이 있다. '여지'작가는 『Dazed & Confused』 잡지에서 2013년 가장 인기있는 작업으로 선정되었고, 런던의 『National Portrait Gallery』의 기획전에 참여하게 되었다. '안준'작가는 2013년 영국의 권위지 『British Journal of Photography 』에 주목해야 할 사진작가 20인 중 유일하게 한국인으로 선정된다. 또한 『South China Morning Post』에 주목해야할 아시아 작가 5인으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한국 사진작가로는 흔치 않은 일이었지만 국내에는 잘 소개가 되지 않았기에, 두 작가의 작업세계를 동시에 보여주고자 전시를 기획한다. ● 사진을 찍을 때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포즈pose를 취한다. 사진에서 포즈는 아주 강력한 코드이다. 문화 속에서 이미 의미화 된 코드를 통해 흔히 사진을 '읽는'다고도 말한다. 사진에 많이 찍혀본 사람들은 본인이 어떤 포즈를 취하면 예쁜 사진이 나오는지를 알고 있다. 잘 나오지 않은 사진은 버려지거나 인화에서 배제되기도 하는데, 이러한 상황을 사진 찍히는 사람의 입장에서 서술한 롤랑바르트의 흥미로운 글이 있다. '카메라 렌즈 앞에서 나는, 내가 나라고 믿는 사람, 다른 사람이 나라고 믿어 주기를 바라는 사람, 사진가가 나라고 믿는 사람, 그리고 사진가가 자신의 예술을 보여주기 위해 이용하는 사람'(롤랑바르트, 조광희역,『카메라 루시다』, 열화당, 1986, p. 20)이 된다는 것이다. 이렇듯 사람들은 소망하는 자아를 보여주기 위해 무엇으로도 규정될 수 없는 생생하게 살아있는 자기존재를 몇 개의 자세로 고정시키며 사진에 찍힌다. 가히 포즈의 딜레마라 할 만하다. 살아있는 나와 보여주고 싶은 나의 모습 사이에서 끊임없이 아이돌idol이 생산되고 사진을 소유하듯, 자기의 육체를 미인의 코드에 맞게 포즈를 취하거나 변형시키는 일은 흔한 일이 되었다.
이처럼 소망자아를 보여주기 위해 사진 이미지를 계속 만들어내는 것이 현대인의 일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진도 그렇지만, 삶도 환영이미지들을 소유하려는 욕망의 연속이기에, 정지상태pause에서 포즈(pose의 사전적 의미로 '문제를 제기하다'는 뜻도 있다.)를 취해야만 원하는 모습을 소유할 수 있다는 역설을 낳는다. 그래서 '지금'의 시간은 미래의 꿈을 위해 언제나 일시정지 상태이거나, 내가 아닌 나일 것 같은 포즈 속에 갇힐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여지'는 성형수술을 한 사람들의 포트레이트를, '안준'은 셀프 포트레이트를 통해 정지상태의 삶을 보여준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촬영하듯, 두 작가는 여러 노동의 과정이 집적된 작업을 보이고 있다. 성형수술을 한 사람들은 많이 있지만, 수술을 받은 직후의 사람들을 섭외하기란 아주 어려운 일이었을 터인데, '여지'는 섭외에서부터 로케이션, 치밀한 조명세팅 및 칼라컨트롤, 촬영까지 무서운 집중력을 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를 위해 호텔의 객실처럼 점점 더 화려해지는 한국의 성형외과 인테리어사진도 새롭게 선보인다. 정체성이 '동질성과 균질성'을 전제로 했을 때, 성형자아는 이 시대의 미인의 기준과 닮고자 하는 노력 속에서 정체성을 확보하는 자아일 것이다. 성형자아로서 소유욕망을 분출하는 사진 속 여성을 보며, 미란 과연 무엇일지 생각하게 된다.
'안준'은 세계의 도시들을 누비며 초고층 건물의 옥상이나 베란다 난간에 올라 서커스 단원처럼 아찔한 묘기를 선보인다. 무섭고 위험한 그 경계에서 나비처럼 꿈꾸듯 날아오른 '안준'의 몸짓은 니체가 말한바, 인간의 몸은 '하나의 의미를 지닌 다양성이고, 전쟁이자 평화이고, 가축 떼이자 목자'이고 무한한 가능성임을 실감하게 한다. 이번 전시를 위해 '안준'은 SPACE22전시장이 있는 '미진프라자' 빌딩 옥상에서 특별히 사진촬영을 진행하였고, 강남역네거리가 '안준'의 발밑으로 까마득하게 펼쳐지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항상 새롭게 생성되는, 그래서 무엇으로도 일반화할 수 없는 무한한 존재를 사진으로 정지시킨다면, 아마도 '안준'의 셀프 포트레이트처럼 위험을 무릎 쓰면서도 자신을 곧추세우려는 모험으로 가득 찬 순간에 반짝하고 지나가는 한 컷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사진은 셔터가 열렸다가 닫히며 찰칵하고 찍힌다. 사진의 피사체로서, 몇 개의 포즈나 표정으로 환원되는 것이 싫었던 롤랑바르트는 유독 '셔터소리'를 좋아했다고 한다. 매 순간 변화하는 무한히 살아있는 존재를 몇 개의 표정과 의상으로 환원하는 것은 어리석고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했기에 사진보다 카메라의 셔터소리에 주목했을 것이다. 사진은 생생하게 살아있는 존재를 정지시켜 이미지로 보여주는 일이다. 포즈를 취하는 순간은 '실재하는 나'로부터 '사진적인 나'로 변화하는 순간이다. '여지'의 성형수술 후 회복을 기다리는 사람의 포즈와, 비상과 추락의 경계에서 아주 짧은 찰나동안 멈춰있는 '안준'의 셀프는 마치 도플갱어처럼 내가 나로부터 분리되어 또 다른 내가 되어가는 과정처럼 보인다. 『pause & pose』전시에서 존재로서의 사진 행위와 소유로서의 사진찍기에 대해 즐겁게 사유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 최연하
Vol.20140220g | pause & pose-여지_안준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