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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4_0225_화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해운대 아트센터 HAEUNDAE ART CENTER 부산시 해운대구 달맞이길65번길 56 5층 Tel. +82.(0)51.747.7042 www.arthac.com
종이 위에 담겨진 세상은 유쾌한 상상의 세계이다. 이 현현한 영역 안으로 들어가면 하지 못할 것도, 되지 못할 것도 없다. 내 그림은, 실제의 자연을 사생함이지만 실재를 추구하기보다는 정신적인 활력을 통해 외부세계를 체득하는 그 어떤 통로이다. 작업하는 과정을 통해 갈 수 있고(可行), 볼 수 있으며(可望), 머무를 수 있고(可居), 노닐 수 있는(可遊) 유희의 장이다. ● 장자의 「소요유」편 에서는 '현상의 존재는 상대적인 것이기에 모든 존재는 상대적인 의미밖에는 되지 않으므로 현상에 구애받는 일 없는 다른 차원에서야 할 것을 요구한다. 상대 사회를 초극해서 삶을 영위하는 곳에서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는 참된 자유로운 삶의 본연의 자세가 열리고, 참된 자유로운 삶의 본연의 자세는 상대적 세계에의 집착을 모두 벗어던졌을 때 가능하게 된다는 이상의 경지를 제시한다.
이런 상대의 제한에서 탈각하여 상대를 초월하기 위한 방법론이 제물론의 내용이다. 제물론에서는 '만물이 하나다'라는 만물제동(萬物濟同)의 사상에 입각하여, 가장 상대적인 존재인 만물을 구별 있는 사물로 보지 않고 모두 동등한 사물이라고 보면, 하나의 사물이 만물이며 만물의 본연의 자세인 도(道)에 통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상사회가 모두 상대적 존재이고 상대적 세계의 집착을 모두 벗어던졌을 때 참된 자유로운 삶이 가능하다고 설명하는 방법으로 우화적(寓話的)표현을 사용한다. ● 예를 들어 큰 규모와 작은 규모의 대비를 곤(鯤)과 붕(鵬)을 통해서 이야기 하는데, '곤'이란 원래 물고기의 알이며 가장 작은 존재이지만 그것을 큰 물고기인 '붕'으로 명명한 점에서 상식의 세계를 벗어나 사고전환을 꾀할 수 있는 방법으로 사용하였으며, 이런 비유는 상대적인 판단의 세계를 초월하여 큰 자유를 얻으라 하는 사고의 전환의 우화적인 방법인 것이다. 상대적 현상에 구애받아 미치지 못하는 무한대의 세계 바로 이것이 인생의 궁극적 목표이며 무한한 자유를 누리는 「소요유」이며 이런 절대 자유로운 세계가 장자의 궁극적 이상상(理想像)이다. 이런 절대 자유를 누리기 위해 만물제동사상(萬物齊同思想)을 가져 상대적인 제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한다. 이는 곧 만물은 한 가지로 통하고 만물의 하나인 인간의 존재는 만물과 마찬가지가 된다는 것이다. 이런 자세는 인간 본연의 자세여야 한다고 하고 이것은 도추(道樞)와 같이 하라는 입장으로 통한다.
나의 산수화는 차경(借景)이다. 옛사람들이 그러했듯이 창밖의 세상을 빌어 정신을 노닐게 하고 나아가 창밖의 세상을 건물 내부로, 방안으로 끌어들여 그 풍경을 즐기니 바로 차경이다. 나의 산수화는 와유(臥遊)다. 그림 속 작고 얼굴 없는 사람들의 산행(山行)을 따라 눈이 움직이고, 마음이 유람하니, 옛사람들이 그러했듯이 우리는 산수 가운데 와유한다. 더구나 산수 가운데에서 지금 현대의 유람을 즐긴다. 옛사람들의 산수 유람과는 다르게 나는 암벽을 오르며, 한 줄 로프에 매달리며 이제 내 마음 속 산수에서 차오르는 숨결에 희열한다. 그래서 "유쾌한 산수"다. "유쾌한 산수화"이다.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허용된, 혹은 스스로 규정한 진실(眞實)한 "유쾌함"이다.
명대 회화를 연구 하던 중 문징명과 육치의 산수화에 매료되어 한동안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한 적이 있었다. 후에 황산에 스케치 여행을 가서 머무르던 일주일동안 마치 고대의 시간에 멈춘 듯 동양화의 준을 사생하였다. 내 작업은 먼저 여러 곳의 산들을 여행하며 한지로 만든 드로잉북에 먹과 세필로 산세를 형상화시킨 준을 그리고 작업실로 돌아와 그 산(대상)을 현실로 들여오는 작업을 한다.
「유쾌한 산수」시리즈는 거대하게 솟아오른 바위산에서 암벽등반을 하거나 다양한 형태의 유람을 즐기는 사람들이 그려져 있는 그림이다. 현대인들의 숨막힐듯 분주한 삶속에서 가끔씩 상자를 열어 정신을, 자연을 풀어놓고 자연을, 자유를 즐기다가 때가 되면 다시 상자 속에 고이 접어 넣을 수 있다면, 그렇게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살아남을 수 있다면 이라는 상상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현실 속에선 결코 존재하지 않는 달큰한 이 허상의 세계에 흠뻑 빠져 노닐다보면, 우리는 어느새 답답한 이 현실 세계에서 다시금 살아나갈 의욕의 끄트머리를 잡게 될지도 모른다. ■ 유혜경
Vol.20140215a | 유혜경展 / YUHAEKYUNG / 劉惠鏡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