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반디트라소 GALLERY BANDITRAZOS 서울 종로구 평창동 458-7번지 Tel. +82.2.734.2312 blog.naver.com/bandi_art www.banditrazos.com
"건축"이라 함은 아주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우선 우리가 가장 쉽게 "건축"에 대해서 떠 올릴 수 있는 의미로서 주변의 여러 다양한 건축물들이 있고, 그 건축물의 용도도 주거용, 사무실용, 공공시설 등 매우 다양하다. "건축"은 여러 건설재료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단순한 결과물이 아니다. "건축"안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 것인가에 대한 사회, 인문학이 있고, 건축물 스스로가 지탱할 수 있기 위해서는 수학, 물리, 역학분야가 건축에는 필수이다. 또한 경제학은 건물이 지어지기 위한 타당성 검토에 적용되며, 건축물 디자인 부분에 있어 예술분야와 건축의 협업은 건축설계의 기본이다. 본인 최호순은 이렇게 다양한 학문의 종합체인 건축분야에 매력을 느껴 한양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하였다. ● 본인이 학부시절 건축공부를 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한국대학의 건축분야가 매우 "공학"적 측면에 치우쳐 있었던 점이다. 물론 최첨단 건설 기술력과 건축기술 공법은 건축설계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맥락은 건축계의 거장 Le Corbusier(르 꼬르뷔지에)가 남긴 명언인 "주택은 인간이 살아가도록 해 주는 기계"와도 연관성이 크다. 하지만 그가 말한 "기계"의 의미는 단순한 "기계"가 아닌 "인본주의적 기계미학", 즉 인간의 감수성이 스며든 첨단의 기술성을 의미한다. 최첨단 건설기술력으로 인해 건물은 성냥갑 같은 단순한 형태에서 매우 유동적 형태로 변하고, 건축가는 이러한 건물 형태를 자연의 동산으로 표현하여 그 공간을 걷는 사람들은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공원을 만나고 그 안에서 평안함을 느낀다. 이렇듯 인간중심의 건축기술력이 바탕인 건축물을 설계하는 것이 모든 건축가들의 목표이다. 공학적 측면이 강한 건축대학 학부시절을 보낸 본인은 건축의 역사와 이론, 그리고 예술적 영역을 더 공부하고자 프랑스 파리로 석사 유학을 떠나게 된다. 학부시절 무작정 홀로 떠난 유럽 배낭여행 도시 중 저녁 노을이 붉게 물든 세느강의 유람선 안에서 본 파리의 도시 전경과 그 안의 자유분방한 파리지앙들의 모습은 대한민국 서울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낸 본인에게 큰 문화적 충격이었다. 불어도 전혀 몰랐던 상태에서 무모할 정도로 파리로 유학을 떠나게 된 점도 파리에 대한 무한 애정이 큰 부분이기도 하였다. 파리에서의 석사과정을 하면서 본인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한국의 건축학제와 매우 다른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었다. ● 첫째, 미래 건축가들이 될 건축과 학생으로서 건축물 뿐만 아니라 사물과 여러 현상들을 다양하게 바라봐야 하는 학습. 둘째, 철학, 미술, 영화학과 같은 다양한 학문을 건축과 접목시키려는 시도들. 셋째, 건축분야의 이론과 역사를 심도 있게 배우고 많은 건축주제에 교수들과 학생들이 많은 토의를 하는 과정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건축설계 안에 자연과, 인간 본연의 감수성이 스며들게 하는 작업들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건축가가 건축물을 설계하면서 자신의 설계의도를 잘 표현하여 상대방(건축주, 건축가)을 설득시키는 작업은 건축가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건축가의 설계의도를 표현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고 이 작업에서 건축가만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다. ● 2014.2월 갤러리 반디트라소에서 전시할 여러 Dessin들은 바로 본인이 건축가로서 건축물 설계과정에서 표현한 여러 건축 아이디어이다. 건축가라고 해서 평면도, 단면도, 조감도와 같은 천편일률적인 건축 아이디어 표현방법만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상대방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건축공간 및 형태를 본인만의 스타일 스케치 형태로 표현하였다. 단순한 흑백 형태의 스케치이지만 본인이 Dessin들을 제작하면서 중요시 했던 것은 선의 굵기, 검정색의 작은 농도차이, 작은 곡선의 형태의 차이와 같은, 작지만 작품 결과로는 매우 큰 느낌을 주는 점이었다. 단순해 보이는 스케치 이지만 본인은 이 작품들을 통하여 건축공간 안에 사람들간의 감수성이 느껴지고 어느 공간에 따뜻한 햇볕이 드는지, 어느 장소에 푸른 공원이 있는지 와 같은 인간, 자연 그리고 건축이 서로 잘 어우러 지는 것을 표현고자 하였다. 본인이 건축가로서 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인공적으로 생성되는 건축물이라도 가장 자연과 인간에 잘 어울리는 지속 가능한 건축설계이다.
건축가는 아무리 작은 건축물을 설계하더라도 도시적 관점에서 건축물이 들어갈 대지(site)를 바라보아야 한다. 건축가는 건축설계에 앞서서 대지 주변의 여러 요소들, 즉 지형, 인프라, 랜드마크적 요소들 그리고 자연이 어디에 분포하고 있으며 왜 그곳에 있어야 하는지를 과학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건축설계의 가장 근본은 이러한 도시의 조사와 분석이다. 본 Dessin은 프랑스 파리의 남부 외곽지역을 분석한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를 걸으면서 자세히 바라보던 지형의 위치, 바람과 햇빛의 방향 등 여러 자연적 조건에 따라 건축물이 분포되어 있으며, 여러 인프라(도로, 기차길, 수로, 자전거 도로)들도 각각의 서로 다른 건축 프로그램들을 유기적으로 연결시키기 위해서 생성되었음을 볼 수 있다. 우리가 늘 도시속을 지나치면서도 몰랐던 여러 건 축적 요소들(묘지, 작은 공원들, 학교, 캠퍼스, 개인 주택, 복합주택, 문화재 건축물 등)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으며, 그들이 모여 하나의 큰 도시 풍경을 이루고 있다.
본 Dessin은 프랑스 파리의 남부 외곽지역의 도시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계곡이라는 특수한 지형을 따라 여러 다른 프로그램의 건축물들이 자연현상에 적응하며 분포되어 있다. 빛과 조망을 고려하여 계곡 아래에는 비교적 작은 스케일의 건물이 있고, 계곡 위로 올라갈수록 건물 높이가 높아지는 규모가 큰 건물이 들어선다. 자연 속 생명체들이 주어진 환경 속에서 대응하며 진화하듯이 도시의 모습을 이루는 여러 건축물들도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이 자연의 조건에 저항하지 않고 그에 순응하면서 서로 어울리며 도시라는 큰 얼굴로 진화되어 나타난다.
건축가는 건물이 지어질 대지(site)주변을 자세히 바라본다. 여러 건축물들은 계곡이라는 특수한 자연형태에 대응하며 분포한다. 계곡 아래 침수지역 부분에는 침수가 될 경우 피해가 가장 적을 학교와 같은 공공 프로그램 건축물이 들어서고,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서 규모가 작은 단층 형태의 주택들과 대규모 형태의 집합주거 형태 그리고 그 사이를 여러 인프라들이 유기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연결시켜주고 있다.
도시의 분석과 건물이 들어설 사이트가 정해지면 구체적으로 건축가는 건축물 설계를 시작한다. ● 본 Dessin은 최호순이 설계했던 파리 외곽 도시의 국철역 주변 재정비를 위한 건축 아이디어를 표현한 것이다. 역 주변에 시민들에게 필요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시함으로써 역이라는 공용공간을 더 확장시키려는 의도이다. 시민들은 역에서 내려 지하로 연결되는 상업시설을 거쳐 스포츠 공간, 도서관 그리고 사무공간과 같은 사적인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다.
건축물 형태를 디자인하는 과정으로, 새로운 건물이 기존의 지형과 주변환경에 잘 어울리도록 설계하였다. 건물 지붕이 주변 대지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인공 동산이 되며, 여러 공공 프로그램 성격에 걸맞게 테라스나 야외 전시장과 같은 다양한 공간활용이 가능하다. 인공적이라 할 수 있는 새로운 건축물이 아이러니하게 새로운 도시 속의 자연스러운 녹지 공간을 만들게 된다. ■ 최호순
Vol.20140211b | 최호순展 / CHOIHOSOON / 崔皓舜 / dessins.architec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