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4_0206_목요일_06:00pm
후원,주최 / 서울문화재단_서교예술실험센터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서울문화재단 서울시창작공간 서교예술실험센터 SEOUL ART SPACE SEOGYO 서울 마포구 서교동 369-8번지 Tel. +82.2.333.0246 cafe.naver.com/seoulartspace www.seoulartspace.or.kr
어둠 속을 가르는 움직이는 둥근 소리 ● 빙글빙글 나선형으로 뻗어 나온 선들의 그림자가 벽면을 가득 메우고, 동그란 세포와 곡선 모양의 작은 형태로 이뤄진 생물체들이 어두운 공간 구석구석에 몸을 숨긴 풍경. 간혹 천정을 가득 메운 둥근 수도관을 따라 들려오는 물방울 소리와 동심원 형태의 환기구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만드는 미세한 기류가 어둠 속의 정적을 깨뜨린다. '동그란 소리가 들리는 이미지'라는 부제를 지닌 구민정의 첫 개인전 『디링』은 공간이 지닌 물리적 특징을 매개로 하나의 감각적 이미지가 또 다른 감각적 효과로 상호연결, 발현되는 과정을 탐색한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 먼저 구민정의 작업은 만화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행동에 생동감을 부여하거나 사각형으로 한정되어 있는 만화의 프레임 안에 생생한 상황을 연출하는 효과들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에서 출발한다. 관심의 범위에는 만화 속 프레임 사이를 가로질러 나타나는 '쾅', '우르르', '쉬익'과 같은 의성어 표현이나 느낌표, 물음표와 같이 감정적 상황을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문장부호도 포함된다. 이들은 만화 속 주인공처럼 화면 속의 중요한 대상이 되지는 않지만, 늘 중심 대상의 주변부에 자리하면서 시선의 이동이나 청각적 효과를 이끌어 내는 요소다. 이러한 만화적 효과를 전달하는 요소들은 일반적으로 선과 점이 모여 화면 전체에 명암과 밀도를 만들어 프레임 속의 상황을 연출해 내면서 대상의 움직임을 공감각적으로 부각시키는 기능을 한다. 작가는 시각적인 효과 외에 하나의 분위기나 상황을 전달하는 만화의 주변적 요소들에 주목하고, 이를 대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시각으로 발전시킨다.
이전까지 작가는 정지된 사물의 형태와 그것의 움직임에서 발현되는 청각적 효과를 일련의 자취로 표현한 드로잉 작업을 진행해왔다. 기존에는 만화적 화면의 주변부에서 청각적 효과를 전달했던 부분 요소들이 캔버스 화면의 중앙에서 독자적인 시표현의 형태로 모습을 드러냈다면, 이제는 일상 속의 평범한 사물에서 연상되는 구체적인 움직임이 하나의 유기적 생명체로 물리적 공간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캔버스의 표면에서 선이라는 조형요소에 의존했던 움직임과 소리의 표현은 공간으로 확장되어 화면의 안팎을 넘나들면서 그 존재를 적극적으로 각인시킨다. 여기서 정지된 사물의 형태에서 연상되는 일련의 움직임은 3차원의 입체적 형태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이렇게 움직임을 가시화한 형태에서 작가가 예측한 소리는 곧 작품의 제목이 된다. 사물의 생김을 결정짓는 구체적인 특징들이 대상의 움직임으로 연결되고, 움직임의 자취는 정지된 사물에 생명성을 부여하면서 하나의 독자적인 형태로 자리한다. 그와 함께 대상의 외형과 동작에 기반을 둔 음성적 표현이 대상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이러한 표현의 기저에는 평범한 사물을 하나의 생명을 지닌 대상으로 보는 작가의 물활론적 사고가 존재한다. 이는 세포처럼 증식하거나 하늘거리면서 금방이라도 움직일 것만 같은 사물의 표현, 자신의 작품을 '아이들'이라고 부르는 작가의 독자적인 호칭법, 작품의 형태와 동작에서 연상되는 소리로 개개의 작품에 이름을 붙이고('키듁키듁', '아와와와와', '호르호 호르호', '팝팝팝팝팝팝팝팝', '푸숑 푸숑 푸숑 푸숑', '뚠뚠 뜜 뚠뚠 뜡' 등이 작품의 제목을 이룬다), 개별 작품이 지닌 외형적 특징과 가상의 생물학적 특징(서식지, 거주형태, 동작의 특징과 장단점 등)을 묘사하는 방식에서도 잘 드러난다.
대상의 모습과 소리에 반반씩 기대어 탄생한 점으로 미루어 볼 때, 구민정의 작품은 언어로 치면 의태어와 의성어의 중간지점이자, 감각적으로는 시각과 청각의 경계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그의 작업은 단순히 작품의 시각적 측면에 국한되어 있지 않고, 작품 안에서 하나의 감각이 다른 영역의 감각과 상호작용하는 공감각적 인식의 과정과 닿아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을 바탕으로 최근에 작가는 평면에 국한되었던 이미지를 공간으로 이끌어내는 데 주목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천정을 이루는 원형의 환기통과 수도관을 모티브로 하여, 원이라는 형태를 중심으로 파생될 수 있는 점, 선, 면, 형태의 표현을 평면과 입체가 어우러진 설치작품으로 자유롭게 실험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작가는 공간의 생김과 환경적 요소에 따라 개별 작품의 위치를 세심하게 결정하면서, 대상의 움직임에서 파생되는 청각적 이미지가 주어진 상황에 따라 어떻게 전달되는지 주목한다. '소리는 동작이 벌어지는 순간의 음향'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아마도 우리가 지금 마주한 장면은 저마다의 특징을 지닌 작은 가상의 생명체들이 이제 막 전시장 곳곳을 탐색하기 위해 채비를 마친 순간이 아닐까. ■ 황정인
Vol.20140206b | 구민정展 / KOOMINJEONG / 具珉廷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