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4_0205_수요일_05:00pm
참여작가 홍 란_유희영_장지혜_유지선_송유경_김소연_김채린_조승형_이승용_안행미 강주혜_김정혜_한상규_이은진_이윤지_강민주_김지원_이아름_홍영민_임지윤 박예영_김민정_이혜옥_김지혜_정인태_최한결_이수진_양지원_오찬주_강연미 김수호_이차연_이다영_황문익_최승욱_이경욱_조호진_소미정_임재형_박혜난 김래현_전아라_이도영_조재은_곽아람_황진희_황서현_문세희_차정은_원종호
세미나 『Visions of You: 한국현대미술의 새로운 눈』 2014_0205_수요일_02:00pm~04:00pm_동덕아트갤러리 B실 사회자 / 강수미 (동덕여자대학교 회화과 교수) 발제자 / 이준희 (월간미술 편집장)_백정기 (작가)
주최 / 동덕여자대학교 예술대학 주관 / 동덕여자대학교 예술대학 회화과_동덕아트갤러리 관람시간 / 10:00am~06:00pm
동덕아트갤러리 THE DONGDUK ART GALLERY 서울 종로구 관훈동 151-8번지 동덕빌딩 B1 Tel. +82.2.732.6458 www.gallerydongduk.com
Visions of You, 당신과 나를 위한 미술의 비전 - 제 10회 『우수졸업작품전』에 부쳐 ● "나는 더 이상 멍해지지 않을 거야 더 이상 미워하지도 고통스러워하지도 않을 거야 (...) 이제 내가 문을 열 열쇠야 천국이 안에 있어 (...) 당신과 나를 위한 비전" (자 워블(Jah Wobble)이 피처링하고, 시네이드 오코너가 노래한 『Visions of You』의 가사 중 일부다. www.azlyrics.com/lyrics/sineadoconnor/visionsofyou.html) '어떻게 우리는 온전히 우리 자신이면서, 동시에 누군가를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 될 수 있는가?' 질문부터 벌써 철학적이고 윤리적이어서 상당히 긴장하게 되는 이 물음에 여러분이라면 뭐라 답하겠는가? 누군가는 마더 테레사처럼 가난하고 헐벗은 이들을 위해 자신의 전 인생을 헌신함으로써 스스로의 종교적 신념을 드높이는 삶을 생각할 것이고, 누군가는 자신의 비상한 자존감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리더가 되어 대중을 이끄는 빛나는 길을 떠올릴 수도 있다. 혹은 현대철학에 좀 이해가 있는 이라면 예컨대 레비나스(Emmanuel Levinas)가 말하는 "윤리적인 나"의 길, 즉 나의 동일성(나는 나다)이 타인의 타자성으로부터 정립된다(내가 나일 수 있는 것은 타자가 저기 절대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나는 타자가 존재하는 한에서만 나다)는 점에 기초해 "타인을 대신한 삶(la substitution)"을 사는 것이야말로 주체적 삶이라고 답하는 것도 가능하다. ● 하지만 우리는 서두의 질문에 대해 굳이 다른 데서 답을 찾을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 아닐까? 여기 우리, 즉 미술을 하고 있어 『우수졸업작품전』에 참여한 우리, 얼마나 오래 했든 어느 정도나 성공했든 어떤 작품을 내놓았든 상관없이 지금 여기서 미술을 자신의 즐거움이자 과제, 삶의 일부이자 목적으로 삼아 수행해왔던 우리가 바로 '온전히 우리 자신이면서 동시에 타인을 위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왜냐하면 습관적으로 하는 말이지만 우리는 '미술이 하고 싶어서' 또는 '그리고/만들고/설치하고/찍고/표현하고 싶어서'라는 욕망을 자기 자신, 가족, 학교, 사회 제도 내에서 존중받으면서, 동시에 그 욕망의 결과를 '미술작품'이라는 이름 아래 전시함으로써 (익명의) 사람들에게 미적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처럼 '미술을 한다는 것'은 인간이 지닌 선천적 욕구로서 '자기의 실현'이 곧 이타적인 행위의 실천이 되고, 나라는 존재가 사회적 영향 관계 안으로 들어서게 되는 하나의 특별한 삶의 방식인 것이다. ● 왜 우리는 이 같은 점을 말하고 있는가? 이제 곧 미술대학/예술대학을 졸업하게 될 미술 전공자들의 지난 4년 간 학업과 앞으로 그 사람들에게 열려있는 창작활동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함이다. 단지 한 명의 학생으로서 대학의 정해진 커리큘럼을 따랐고 그래서 미술대 졸업자가 됐다는 정도의 의미를 넘어, '미술을 한다는 것'이 사적 주체의 자아실현과 공동체적 삶에 기여하는 호혜적 실천을 동시에 이루는 멋지고 가치 높은 일임을 일깨우기 위함이다. 누가 누구에게 의미를 부여하고, 가치를 일깨운다는 말인가? 가장 먼저는 2014년 2월 졸업식을 통해 공식적으로 미술대학/예술대학을 졸업하는 이들 각자가 그 스스로에게. 다음으로는 그 예비졸업생들의 부모님과 가족, 교수님, 선배, 후배가 그 예비졸업생들에게. 셋째로는 그 예비졸업생들이 졸업 이후에 활동하게 될 미술계와 사회가 그 미래의 작가들에게. ● 요컨대 미술이 단지 소극적인 의미에서 대학에서 익힌 하나의 전공 정도가 아니라, 거시적인 맥락에서 인생의 특별한 구현이며 이기적인 차원의 나를 넘어서는 존재의 비상임을 스스로가 확신하고, 관계된 사람 모두가 함께 지지해줘야 한다. 그럴 때 미술대/예술대 졸업생 중 원하는 다수가 지치지 않고 작가로서 창작을 이어나갈 것이다. 또한 그럴 때 우리의 졸업생들이 작가로 성장하는 길에 충분히 예상 가능한 어려움과 갈등을 즐거운 마음으로 이겨나갈 것이며, 개인적 흥미에 매이지 않고 예술적 대의를 향해 도약할 것이다. 나아가 그럴 경우 한국 미술계는 물론 한국 사회가 오늘의 졸업생이자 미래 한국현대미술계의 젊은 작가가 펼치는 창작 활동을 공공적이고 제도적인 차원에서 타당하고 합리적으로 지원할 것이다. ● 올해로 10회를 맞이한 『우수졸업작품전』은 매년 2월 동덕여자대학교 회화과와 동덕 아트 갤러리가 주관하고 서울 및 수도권 26여개 대학이 참여해 그해 졸업생들의 우수 작품을 전시하는 행사다. 그런 의미에서 아마도 그간 이 전시는 미술대학/예술대학 졸업생들에게 사회가 선사하는 공공적, 제도적 창작 지원의 시작점이 되었을 것이다. 물론 이를 두고 여전히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이뤄지는 대학 간 연합전시 정도로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우수졸업작품전』이 예비 작가들에게 전시 기회를 부여하고, 전시 참여자들이 향후 미술계에서 활동할 수 있는 (크든 작든) 징검다리 역할을 해왔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또한 그 점에서 『우수졸업작품전』의 기능은 공적이며, 의의는 신진 작가 창작 지원에 수렴한다. 현재까지 이 징검다리를 디디며 미술계에 첫 선을 보인 졸업생들 다수가 한국의 젊은 작가, 주목받는 작가로 성장해 자신의 예술세계를 안정적으로 펼쳐나가고 있다는 사실이 그 같은 점을 말해준다. ● 2001년 『미술의 향방전』으로 시작했으니, 햇수로 13년이고 전시 횟수로는 10회가 된 『우수졸업작품전』. 그 쌓인 역사를 기념하고 아카이브를 구축하기 위해 그간 전시에 참여했던 졸업생들(이제는 어엿한 사회인이 된)과 연락을 취해 각자의 현황 및 작업 이력을 정리하고, 지난 전시도록 및 관련 자료를 종합해 분석했다. 그러는 과정에서 우리는 『우수졸업작품전』이 동덕여대 회화과와 동덕 아트 갤러리만이 아니라 참여한 각 대학과 전공 학과, 그리고 조금 시야를 넓히자면 아주 작으나마 한국 동시대 미술에 단층 하나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수졸업작품전』을 거쳐 간 작가들이 꾸준히 창작 및 미술계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고, 그 참여 작가들이 모두 신진이자 젊은 세대로서 (그것이 어떤 가치를 갖든) 해당 시기가 배태한 미적 감수성을 작품에 드러냈다는 점에서 그러하며, 그렇게 해서 대학을 넘어 한국 미술계와 한국 사회가 그 세대의 미학을 내재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십여 년의 시간이 지나고 보니, 『우수졸업작품전』이 그간 만들어낸 단층의 외관은 뚜렷하지 않아 보이더라도 참여자 각자에게,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그 존재 가치는 잘 새겨져 있음을 느낀다. 나를 위한 미술이 당신과 우리를 위한 미술이 되는 겸손하면서도 의미 있는 행사로서. 끝으로 『우수졸업작품전』이 쌓은 지난 십여 년의 시간, 십 회의 전시가 그 자체로 한국미술의 설익고 날 것에 가까운 차원, 동시에 한국미술의 새롭고 꾸밈없는 차원을 하나의 스펙트럼으로 빚어냈다는 점을 축하하자. 그리고 앞으로 당신과 나를 위한 미술의 비전이 더욱 활짝 열리기를 희망하자. 시네이드 오코너의 노래 가사처럼 "이제 내가 문을 열 열쇠"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주며. ■ 강수미
Vol.20140205h | 2014 우수졸업작품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