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VATE MYTHS 사적신화

백효훈展 / BAEKHYOHOON / 白曉勳 / painting   2014_0205 ▶ 2014_0211

백효훈_201204061013-Rainy Day_장지에 혼합재료_148×106cm_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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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4_0205_수요일_06:00pm

'고(高)리(理) : 물질과 감각의 경계' 2014년 상반기 갤러리 도스 기획공모 선정 작가展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_12:00pm~06:00pm

갤러리 도스 GALLERY DOS 서울 종로구 삼청로 7길 37(팔판동 115-52번지) Tel. +82.2.737.4678 www.gallerydos.com

낯설은 만남의 기록 ● 깊은 잠에서 깨어나면 자신이 꾼 꿈의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기억나는 건 그저 꿈을 꾸었다는 사실 뿐이다. 장르와 상관없이 창작하고 떠올려야 되는 사람들에게 이런 일은 아깝다 못해 억울하기도 한 일이다. 그에 대한 대책으로 작가는 '꿈 일기장'을 따로 마련하기로 했다.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어둠 속에서 휘갈긴 글과 그림은 거칠지만 작가에겐 원초적인 자산이자 작업의 길잡이가 된다.

백효훈_199801100930-Ursa_장지에 혼합재료_148×106cm_2013

백효훈에게 꿈은 이렇게 발상을 제공해주는 자원 그 이상의 가치를 갖고 있다. 무의식 속에서 만들어진 작가의 꿈속에서 논리나 상식, 윤리 같은 분야는 전혀 중요한 기준이 되지 않는다. 작가가 그 꿈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고 그것으로 무엇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대한 과정이 중심이 된다. 이성적인 사유가 정지되고 만들어진 자의적인 공간, 그 밑바닥에 잠들어있던 잠재적인 질문들은 작가가 스스로에게 던진 것들이다. 그리고 이들은 여러 가지 생물이나 공간의 형태로 이미지를 빌어 작가의 눈앞에 나타난다. 꿈은 자신의 머릿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기에 현실에 대한 본인의 생각이나 경험의 반영물이지만 때때로 작가가 주변인물일 때도 있고, 전혀 상상해본 적 없는 다른 세계가 배경이 될 때도 있다. 이렇게 꿈은 그 종류도 무척이나 다양하지만 자아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점은 공통된다. 그 안에서 작가는 수많은 발견을 했고, 그렇게 만난 존재들 중에서는 작가 자신도 있었다. 스무 살 무렵 자신의 얼굴을 닮은 '누군가'의 시선을 고스란히 받으면서 작가 역시 그녀를 응시했던 경험을 그린다. 그 꿈을 그림으로 옮기기 위해서라도 작가에게 꿈을 기록하는 일은 꼭 필요한 과정이다. 깨어나자마자 순식간에 흩어져 없어지는 꿈을 붙잡으려는 노력은 공기를 손으로 잡으려는 것처럼 허무한 행동이지만 작가는 그 기록의 재현이 완성되었다고 판단될 때까지 되새김질을 멈추지 않는다. 이런 과정은 실제 작업과정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불규칙한 재질과 윤곽을 갖고 있는 장지는 수직수평의 정확한 프레임을 벗어나 그 자체로도 꿈이라는 개념이 갖고 있는 우연성을 반영하고 있다. 그와 동시에 작가의 꿈이 이뤄질 때 그 배경이 되는 텅 빈 흰 공간을 상징한다. 닥 펄프를 적시고 건져 한 장의 장지로 만들어내는 바탕재의 제작과정이 꿈을 기억하고 형상화하려는 작가의 본 작업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장지의 흡수성과 반발성은 물감이 번질 때 우연한 효과를 내는데 이는 꿈이라는 비논리적인 소재에 알맞은 표현적 특성이다. 작가는 물감, 흑연, 먹, 아크릴 등 다양한 재료로 그 위를 물들이며 그 색과 형이 자신이 기억하는 대로, 자신의 꿈을 따라가도록 놓아주며 결과를 지켜본다. 끝없이 반복되는 노력이 완성될 때 그 끝에는 또 다른 작가 자신이 그림 밖의 대상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백효훈_201001190132-Mourning_장지에 혼합재료_148×106cm_2013

현실의 자신과 무관하지 않지만 비현실적인 것이 당연한 꿈의 양면적 특성은 작가에게 경계를 무시할 수 있는 자유를 허용하며 작품세계를 확장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시공간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꿈속에서 작가는 관찰자이자 관찰대상으로서 자신을 꿈 작업(dream work)의 도구로 사용한다. 타자인 동시에 자아인 존재와의 만남이라는 불가능한 일이 가능한 그녀만의 세계가 재현된 그림을 보면서 작가가 경험했던 만남이 우리에게도 신비한 계기를 만들어줄 수 있기를 바래본다. ■ 윤채원

백효훈_200912100455_장지에 혼합재료_148×106cm_2013

나는 매일 꿈을 꾼다. 일기를 쓰고 있어서 특별한 꿈을 꾼 날에는 자연스레 꿈에서 경험한 내용도 일기에 쓰게 된다. 그렇게 가끔씩 일기장에 적던 꿈의 양이 스무 살이 되던 해에는 굉장히 많아지고 그 내용도 가벼이 여길 수 없는 것이 되어버려서 결국 꿈 일기장을 따로 마련하게 되었다. ● 기록하고 싶을 만큼 특별한 꿈을 언제 만나게 될지는 알 수가 없다. 대단히 멋진 꿈을 꾸었더라도 잠에서 깨어난 후 그것을 기록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꿈에서 현실로 돌아오는 사이에 나를 둘러쌌던 꿈의 세계가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흩어져버리기 때문이다. '컴컴한 어둠 속에서 눈을 감은 채로 조금 전까지 나와 함께 한 것들을 붙잡으려고 촉각에 의지해 빠른 속도로 휘갈겨 쓴 글씨와 그림들.' 이것이 언제부터인가 내 '꿈 일기'의 전형적인 스타일이 되었다. 휘갈기듯 바쁘게 적어내린 일기 속의 글들은 내가 경험한 것을 직접 기록한 것 임에도 가끔씩 너무 낯설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런 낯선 모습이 또한 꿈의 본질적인 속성에 가까운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게 되었다.

백효훈_200912100454_장지에 혼합재료_148×106cm_2014

이번 전시는 그동안의 꿈에서 만난 수많은 존재들 중에서, 늘 일관된 모습으로 등장하는 특별한 '한 존재'에 대한 작업으로 이루어진다. 맞닥뜨렸을 때 깜짝 놀라 온 몸의 털이 쭈뼛 설 만큼, 조금은 무섭고 또 어딘가 나를 닮아있기도 한 그 존재는 잠에서 깨고 난 후에도 강한 여운으로 남는다. 여러 해를 거쳐 그 존재와 반복적으로 만나고, 꿈의 내용들을 기억하여 기록하고, 다시 곱씹어 분석하는 시간을 가지는 동안, 그 존재는 현실 속에서 시간에 따라 변해가고 있는 나를 변함없는 모습으로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던 것 같다. 변하지 않는 그 존재는 아마 현실의 나보다 더 크고, 훨씬 오래된, 근원적인 '나'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스무 살 무렵의 내 얼굴을 하고 있으며 곱슬곱슬한 검은 머리카락으로 온 몸을 감싸고 있다. 얼굴은 창백하고 눈 주위까지도 검어서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새까만 눈동자를 하고 있다. 그 눈동자로 가만히 나를 응시하는 동안, 우리가 만나는 상황, 배경, 시점, 분위기를 통해 그가 말없이 내게 전하려는 메시지가 무엇일지 나는 너무나도 궁금했다. 흥미롭게도 내가 그 존재를 만나는 공간은 커다랗고 텅 빈 하얀 공간이었다. 아직 텅 빈 채 하얀 벽만 있을 뿐일 그 장소가 미술관이고 나를 위한 공간임을 어느 날 스스로 알게 되었다. 그 존재는 바로 그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러 색이 한데 엉겨서 빙빙 도는 공중에 떠 있는 커다란 물감 덩어리들. 일인용 소파만큼 크고 촉촉한 물감 위에서 검은색 머리털들을 보송보송하게 날리며 앉아 있는 모습이 섬뜩하기도, 신기하기도 해서 나는 그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기만 한 적도 있었다. ● 꿈은 눈을 감고 보는 세계라고 할 수 있다. 감은 눈 속의 세계를 가시화 하는 일은 매우 흥미롭고 집중이 요구되는 일이다. 그림을 그리는 과정은 또한 다시 꿈속으로 들어가는 과정이 되기도 한다. 꿈을 통해 내면의 자아를 마주한 경험이 그림으로 되살아나서 이러한 경험이 다른 이들에게도 전해지기를 기대한다.

백효훈_The spirit of Art-Back to the Real World_장지에 혼합재료_105.5×208.5cm_2010

'꿈'의 무의식적, 우연적, 비논리적인 특성에 부합하는 바탕재료를 사용한다. 캔버스와 비교하였을 때 장지는 틀 자체가 정확한 사각형을 이루지 않으며 가장자리도 저마다 다른 잔 곡선의 연속으로 불규칙한 특징을 갖는다. 잘게 갈려 물과 섞여 있는 닥 펄프를 뜰채로 건져 건조시키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손에 잡히는 종이로 거듭나는 제작 과정의 특성도 꿈을 가시화하려는 내 작업의 성격과 유사한 면이 있다. 한지의 일종인 장지는 물에 대한 흡수성 반발성을 이용한 우연적인 번짐과 구김, 찢김의 효과를 극적으로 볼 수 있는 재료이다. 이러한 요소를 작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재료는 흑연, 먹, 파스텔, 아크릴, 유화물감을 혼합 활용한다. 여러 가지 재료가 섞이면서 화면에 형성되는 질감과 모양이 꿈을 따르도록 조절해나간다. 장지의 우연성과 흡수성을 이용한 작업 과정은 꿈을 되새김질하는 과정과 닮아 있으며, 꿈이 재현되었다고 느껴지는 순간 나의 작업은 비로소 완성된다. ■ 백효훈

백효훈_The Spirit of Art_장지에 혼합재료_104×69.5cm_2012

The recording of meetings with the unfamiliar ● There are times when we cannot remember what we dreamed of when we are awakened from a deep sleep. The only thing we can remember is the fact that we had a dream while asleep. For those whose job is to create and come up with something new regardless of their fields, forgetting dreams can be upsetting and sometimes even infuriating. To deal with this problem, the artist decided to keep a separate 'diary for dreams'. The writing and drawing done hastily in the dark upon waking up from a dream are quite rough, but can serve as basic assets and as a useful guide for the artist's work. ● To Hyohoon Baek, dreams are worth more than inspiration for works. The artist's dreams made in her subconscious state of mind cannot be judged by things like logic, common sense, and ethics. What matters is what the artist can discover in her dreams and what she can create with such discoveries. The artist created arbitrary spaces pausing rational thinking and posed questions hidden underneath them to herself. And such things take the form of various living things and spaces and emerge in front of the artist. As dreams are something made in one's mind, they are usually reflective of one's thought or experiences about reality. However, on occasion, one's dreams display some people around him or her or some places he or she has never imagined before. Although different people have different dreams, all dreams are the reflection of each individual's inner side. In dreams, the artist made a lot of discoveries, and the artist herself was included among them. In her dreams, the artist received a look from 'someone' who looked just like her when she was about twenty years old and she stared back at that person. Later on, she painted that experience. To be able to paint her dreams, recording her dreams is an essential process for her. The attempt to grasp at her dream that disappears in an instant upon waking up from her sleep is like a futile effort to grasp at the air, but the artist never stops ruminating on her dreams until she thinks her re-creation of her dreams is completed. This process is incorporated in her actual working process. The mulberry paper with rough surface texture and outlines is divergent from vertically and horizontally accurate frameworks. Therefore, the mulberry paper itself shows coincidences that are the concept of dreams. At the same time, the mulberry paper symbolizes empty, white spaces that become backdrops when the artist's dreams are going along. That is to say, the process of making the mulberry paper where wet pulp soaked in water is getting picked up and drained with a sieve is in line with the artist's main work to remember and to express her dreams. The absorbent properties and repellency of the mulberry paper made that way create accidental effects when paints spread on the paper, which is the expressive trait well suited to dreams that are the illogical subject matter. The artist paints the surface of paper using various materials such as paints, graphite, ink sticks, and acrylic paints and observes the outcomes letting the colors and shapes follow her dreams in a way that she can remember her dreams. When paintings are completed with her endlessly repeated efforts, people can feel as if the artist is inside her paintings and look out from there. ● The ambivalent characteristics of dreams in the sense that dreams are not unrelated to one's reality but they are naturally unrealistic give the artist the freedom to be able to ignore boundaries and offer her the opportunity to expand her world of art works. In dreams where the law of time and space does not apply, the artist, as the observer and as the object of observation, uses herself as a tool for her dream work. Viewing her paintings where her own world where the meetings with herself which is her own self and at the same time another person that look like something impossible can be made possible is re-created, I hope that the meetings the artist has experienced will be able to give other people the opportunity to have the same mysterious experiences. ■ YOONCHAEWON

Vol.20140204d | 백효훈展 / BAEKHYOHOON / 白曉勳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