宮프로젝트 첫 번째, 창덕궁을 깨우다

2014_0203 ▶ 2014_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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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4_0203_월요일_03:00pm

참여작가 김미정_김유진_김은정_김지현_박지선 박혜영_임나영_윤동현_정민경_정윤지

주최 /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미술공예학과 전통회화전공

기획 / 권지은

관람시간 / 11:00am~05:30pm

갤러리 한옥 GALLERY HANOK 서울 종로구 가회동 30-10번지 Tel. +82.2.3673.3426 galleryhanok.blog.me

궁 프로젝트 - 창덕궁편 : 현재를 재설정하기 ● 현대미술에서 역사적 장소나 기록된 인물,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남겨진 예술품을 소재로 재해석하는 일은 상당히 흔하다. 역사, 즉 과거의 기록을 예술 원천(源泉)으로 설정하려는 오늘의 시각예술 창작자라면 '왜'라는 물음에 대한 설득력을 갖춘 근거와 동의를 선행작업으로 획득해야 한다. ● 창덕궁 프로젝트는 2013년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미술공예학과 전통회화반 4학년 학생들로 구성되었다. 창덕궁의 특색이나 왕의 어진, 창덕궁의 감흥 등 창덕궁과 관련된 내용들을 모사 혹은 창작의 방식으로 제작하여 창덕궁을 표현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창덕궁은 1405년 조선왕조의 이궁으로 지은 궁궐이다. 경복궁의 동쪽에 위치한다. 하여 이웃한 창경궁과 더불어 동궐이라 불렀다. 임진왜란으로 모든 궁궐이 불에 타자 광해군 때에 다시 짓고 고종이 경복궁을 중건하기까지 정궁 역할을 하였다. 조선의 궁궐 중 가장 오랜기간 임금들이 거처했던 궁궐이다.

김미정_창덕궁 사계_견본채색_70×50cm×4_2013
김유진_순종어진_견본채색_164×104cm_2013
김은정_동궐도_견본채색_36×36cm×9_2013

지금 이들이 감정적 복원과 시각적 재해석을 시도하고 있는 이번 프로젝트는 부인할 수 없는 한국의 역사적 랜드마크인 궁(宮)에서 출발한다. 유사한 역사와 통치 구조을 가지고 있던 동아시아 정서 속에서 오늘의 한국적 정서의 변별력을 찾기 위해 그들이 선택한 방식은 대표성을 가진 옛 궁과 그를 둘러싼 기록을 통해 새로운 시각적 목격을 시도함에 있다. 이들은 왜 굳이 과거를 통해 오늘과 잊혀진 전통을 말하려 할까. '궁'과 '왕'이라는 과거의 역사와 상징, 문화적 감성을 건드리는 이유는 과거에 대한 우리의 관점 변화가 부분적으로는 현재에 대한 정신적 태도의 변화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프로젝트의 참여 작가들은 상징으로 가득 과거를 방문해 자신의 그림에서 역사와 문학, 신화, 풍경, 종교를 언급하며 한국적 감성의 과거를 소환했다.(진 로버트슨, 크레이그 맥다니엘 『테마 현대미술 노트』p.198참조)

김지현_창덕궁 경훈각 삼선관파도 모사도_견본채색_68×194cm_2013
박지선_창덕궁 달빛기행_견본금니_60×72cm×2_2013
박혜영_연잉군초상 모사도_견본채색_184×90cm_2013

궁 프로젝트팀은 현대라는 시제(時題) 혹은 명제(命題) 하에 밀려났던 역사와 시각 기록에 주목하고 있었다. 과거인 역사, 그 역사적 기억은 역사의 소재가 전달되는 방식에 따라 좌우된다. 맹목적 칭송과 학습으로 우리의 과거인 역사에 대한 평가와 감정은 진심과는 꽤 많은 거리가 벌어졌다. 물론 현대인의 정서 태도가 과거의 동일하지 않기에 역사적 기록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는 자연스러운 거리감을 보태기도 했다. 이것은 삶과 분리되지 않는 문화 전반에 대한 태도의 변화이기도 하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젊은 우리(궁 프로젝트팀)가 다시 말을 건다. 이들은 왜 오늘의 뜨거운 감자에 대해 웅변하지 않고 박물(博物)된 과거에 방문하고, 새로 읽고, 다시 쓰는-말초적이거나 자극적이지 않는 방식으로-일을 벌이고 있는가. 답은 간단하다. 전통과 문화가 유구한 역사적 나라에 살기만 할 뿐 우리는 이제 국악이 낯설고, 한복이 어색하며, 전통이라는 단어의 어감부터 심리적 거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이 그 답이다. 게다가 이들이 택한 프로젝트는 일차원적 전통에만 목을 매고 있지만은 않다. 과거와 역사를 통한 민족 감성과 현대한국예술에 되묻는 한국적 감성을 가상화된 과거를 통해 제시하며, 역사에 대한 일반적 이해가 형성되는 방식을 통해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작업을 펼친다. 역사를 회복하거나 바로 보기 위한 이들의 선택이다.

윤동현_영조어진 모사도_견본채색_109×69cm_2013
임나영_영친왕비과 두 아들_견본채색_161×139cm_2013

궁 프로젝트팀의 작품내용은 궁궐(김은정 '동궐도', 김지현 '창덕궁 경훈각 삼선관파도')과 궁궐에 대한 기록(정미진 '창덕궁 대조전 백학도', 정윤지 '왕세자 탄강진하도' )을 모사하거나 왕족의 어진(김유진 '순종어진', 박혜영 '연잉군초상', 윤동현 '영조어진')을 모사하기도 하지만 '창덕궁의 사계'(김미정)를 현대적 시선으로 담거나 심리적 시점이동을 통한 '창덕궁 달빛 기행화'(박지선)와 소설같은 '영친왕비와 두아들'(임나영)을 창작해내기도 했다. 친절하고 탁월한 방식이다. 사실을 보여주고, 사실을 통한 시간적, 심리적 확장을 이끌어 냈다. 전달 체계 역시 한 호흡으로 전시를 읽어낼 수 있는 전통진채방식을 택했다. 종이와 먹으로 한정지어진 전통 회화에 비단과 전통 안료의 수려한 기법이 제대로 목소리와 존재감을 드러내는 순간이다. 그리고 펼쳐 보여진 결과물은 굳이 전통이라 이름붙이지 않는다면 고리타분한 전통이란 단어를 들먹이지 않아도 상관없을 만큼 현대적이며 세련되게 아름답다.

정민경_창덕궁 대조전 백학도 모사도_견본채색_70×180cm_2013
정윤지_왕세자탄강진하도 모사도_견본채색_78×250cm_2013

궁 프로젝트팀이 이전 시대의 양식과 과거의 요소를 부활시킨 이유는 그것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현대적인 형태라는 신조어 속에 기형처럼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였기 때문이다. 이들이 역사를 재해석하는 보다 분명한 이유는 작품에 녹아있는 과거와 기록의 참된 의의를 통해 우리가 현재를 이해하는 방식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결의다. 우리가 역사를 되돌아볼 때 시간은 무너져 내린다. 한때는 현재였으나 이제는 과거인 시간이 또 한 번 생생한 현재가 되는 것이다. 현재는 새로운 맥락으로 나타나고 과거를 통해 현재를 보다 비판적으로 볼 수 있다.(진 로버트슨, 크레이그 맥다니엘 『테마 현대미술 노트』p.203인용) 『궁 프로젝트』는 단순히 과거를 소환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를 통해 현재를 재설정하고자 하는 젊은 전통회화 전공자의 시각예술적 제의(提議)인 셈이다. ■ 김최은영

Vol.20140203b | 宮프로젝트 첫 번째, 창덕궁을 깨우다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