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09:00am~12:00am
갤러리 현대_윈도우 갤러리 GALLERY HYUNDAI WINDOW GALLERY 서울 종로구 사간동 80번지 Tel. +82.2.2287.3500 www.galleryhyundai.com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이 세계 한 꺼풀 아래, 존재하지만 인지할 수 없었던 지하의 내밀한 세계가 그 육중한 덩어리를 드러낸다. 단단하고 창백한 지하 세계는 크고 작은 공간들이 구불구불 연결되며, 생명체의 내장인 듯 유기적으로 서로에게 직간접적 영향을 주고 받는다. 불쑥 현실 경계에 모습을 드러난 이 세계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 생명력이 느껴지지 않는 잿빛 봉우리엔 말뚝이 박혀 있고 그 곳엔 넥타이를 맨 형상들이 고요히 매달려 있다. 충격적이고 고통의 감정이 느껴져야 할 장소에 담담한 무심함이 흐른다. 절제된 표현이라기 보단 이 세계엔 애초부터 그런 인간적 감정이 배제된 듯 실소에 가까운 블랙유머가 느껴진다. 다른 공간으로 시선을 옮기자 머리가 없는 하얀 신체가 피를 흘리며 누워 있다. 신원을 확인할 특징이 탈색된 이 몸뚱어리엔 금지를 뜻하는 표지판이 무수히 박혀있다. 지하 세계의 이름없는 이 신체는 무슨 연유로 이런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을까? 끊임없이 상황을 상상하며 공간과 형상들을 관찰하다 보면 어느새 그들의 세계는 우리의 세계와 미묘하게 겹쳐진다. ● 『다크판타지』, 『루시드드림』 등의 전시에서 이주리는 막연한 공상이 아닌 현실에 기초한 환상 세계를 자신이 뚫어 놓은 구멍을 통해 보여주곤 했다. 평면 프레임 안에 상상세계와 통하는 통로를 만들고 그 세계를 관찰하는 기존의 방식은 유지하되 설치 작업으로 확장되며 막연한 환상경계의 사건들이 현실로 언제라도 뛰어들어올 듯 미묘한 긴장감을 형성한다. 상상력을 매개로 저쪽 세계의 존재들이 경계를 넘어 무심한 손을 흔든다. ● 과테말라 마야인디언 전통에 '걱정인형'이라는 것이 있다.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손가락 한마디 정도의 작은 인형인데 이 것에 걱정을 토로하고 잠에 들면 밤사이 걱정을 가져가 준다는 귀여운 전통이다. 자동으로 생성된 이주리식 '걱정인형'은 상상력을 매개로 현실의 조각을 다른 세계로 실어 나른다. 걱정이 생산해낸 일그러진 세계가 공상으로만 존재하지 않는 이유는 그 형상들이 현실에 기초하기 때문일 것이다. 감정의 작은 틈에서 튀어나온 형상들은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의 진동이기도 하지만 개인을 둘러싼 수많은 상황들, 그리고 쉽사리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요소들에 표류하고 영향을 받는다. 걱정인형들이 실어 나르고, 구축해낸 세계가 어느새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언제라도 현실세계에 개입할 기회를 엿보며 말이다. ■ 정시우
Vol.20140202b | 이주리展 / LEEJURI / 李周利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