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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갤러리 가이아 GALERIE GAIA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57-1 Tel. +82.2.733.3373 www.galerie-gaia.net
기억 이미지의 아상블라주(assemblage) ● 박종미의 이번 전시 작품들은 모두 벽을 전제로 구성되어 있는 부조형태의 작업이다. 그러나 회화처럼 정면에서 전체적으로 그 의미의 일관적인 해석이 가능한 전통적인 부조는 아니다. 이 작업들은 어떤 테마를 부여한 것이나 무엇을 상징하는 형태가 아니라 재료 자체에 들어있는 요소에 따라서 해석되는 언어적인 영역과 같으며, 이 요소들 사이에는 어떤 일관적인 서술이 들어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어떤 기억, 우리의 일상에서 경험된 기억과 사색의 파편들로 엮어낸 아상블라주(assemblage)로서 현존성이 강한 각기 다른 추상적인 오브제들의 배열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형상의 배열은 앙드레 브르통이 그의 초현실주의적 소설 『나쟈(Nadja)』에서 언급한 키리코의 작품에서처럼, 초현실주의자들이 무의식적 사고의 일환으로 '우연에 의한 사물을 배열'하는 방법과 유사하다(브르통은 의무병으로 복무했던 전쟁 체험으로 인해 "무의식은 현실의 고정된 기존구조를 이성적으로 포착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극단적인 욕망에 의해 현실을 재구성하려한다"는 굳은 신념을 가지게 되었다.(로잘린드 크라우스 「놀이기획」 in 『현대조각의 흐름』, 윤난지 역, 예경 1997 p.135)). 그러나 초현실주의 작품의 사물들은 각기 별개의 의미로 작용하는 상징체로 작용하지만 박종미의 사물들은 재료의 시각적 유사성 속에서 연결된다.
이번 전시의 아상블라주 작업은 배열 방식에 따라 다음의 세 가지 특징으로 분류 할 수 있다. 첫 번째, 세라믹 작업의 보석풍뎅이 시리즈인데, 이들은 모두 실크스크린 천으로 씌운 정사각형 판―이 판은 마치 미니멀 회화 오브제를 닮았다―을 배경으로 하여 반구(半球)형 세라믹을 배열했다. 반구형 세라믹은 저화도 유약을 사용하여 1000도에서 구워 무지개와 같은 일곱 가지 색과 흰색을 띠고 있으며, 그 작은 형태의 내부에 다양한 색 점과 색의 번짐으로 영롱하고 풍부한 질감을 더했다. 이 크고 작은 반구형태의 색채 도자기는 정사각형을 판을 배경으로 하여 사방으로 팔방으로, 회전하듯 규칙적이면서 질서 있게 배열되어 있다. 이 도자기는 질서 속에서도 보석처럼 찬란한 색채의 영롱한 빛을 머금고 풍뎅이, '보석풍뎅이'가 되어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그리고 유약 처리된 표면의 질감과 그 표면의 균열 덕분에 별처럼 빛을 발하며 속닥거리는 것 같다. ● 두 번째, 작품 명제가 영문 'March' 와 'Recurrence'로 되어 있는 작업으로서, 이 시리즈는 실크스크린 판화 이미지가 있는 기다란 직사각형 판에 반구형과 물고기 형상의 세라믹을 배열한 작품이다. 제목의 영어 'March'는 행진하다, 경계, 3월 등의 다양한 의미를 지닌 단어의 해석처럼 세라믹 형태의 배열과 배경 이미지가 다양한 시각적 구성을 보여준다. 여기에 덧붙여진 배경 이미지는 특히 서술적 표현이 강하며, 세라믹 형태는 이 서술의 주제를 이끄는 주제어(Key Word) 역할을 담당한다. ● 그리고 마지막으로 목재를 사용하여 만든 풍경시리즈이다. 이 작품들은 전시장 한 쪽 벽면에 각기 다른 다섯 개의 작품이 군집되어 또 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각 작품의 배열 사이의 흰 벽면의 여백은 각 작품의 운동감을 증진시키는 역할을 하며, 각 작품 마다 사각형 목재의 두께 차이와 나무의 결, 목판에 인쇄된 단색 실크스크린 판화는 더욱 풍미를 더한다. 작가가 사용하는 목재는 가구 만드는 목재인데, 이 재료는 집주변 풍경, 그리고 인상들의 조합과 같다. 목재는 따뜻하고 안정적인 느낌을 지닌 덕분에 일상을 긍정적으로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담을 수 있다.
작가는 어느 날 긴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 문득 발견된 벌레를 보고 보석 풍뎅이를 연상했던 경험이 있다. 벌써 오래된 지난 이야기이며, 오래된 집에서의 기억이다. 그러나 이 풍뎅이를 발견, 아니 기억해낸 사건은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는 모티브가 된다. 이 아주 작은 어떤 순간은 기억을 되살리고 오래된 것에 한 줄기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는 일종의 기운, 질서를 가르는 틈새(영어의 break, 불어의 brèche), 일상의 작은 소요와 같은 변화 연주(변주)가 되었다. '그날'의 보석 풍뎅이는 생기 있는 색채와 빛을 투과 시키는 작은 보석과 같은 점, 움직이는 공기구멍으로 작용했을 것이 틀림없다. 게다가 풍뎅이는 작은 날개로 날아오를 수 있고 어디로든 갈 수도 있는 생명체이지 않은가. ● 작가의 작품에서 이 풍뎅이는 작가를 대신하는 알레고리적 주체가 된다. 도자기는 물성자체가 가진 견고하고 화려한 색채와 존재감으로 인해 작품의 주인공이자 주제의 핵심이 되는 것이다. 풍뎅이의 움직임을 나태내고 있는 배경에 크고 작은 채색된 도자기가 배열된 작품 「MARCH III」(도판참조), 「MARCH IV」(도판참조)은 필자의 이와 같은 생각을 뒷받침 해주었다. 이 두 작품과 같이 바탕의 이미지는 주체가 되는 도자기의 존재를 서술하고 매개하는 무대 역할을 담당한다. 말하자면 배경은 세상과 일상에서 작가가 기억하는 단편적 기억과 시간의 파편들로 이해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작품들을 우리의 공통된 일상의 기억들과 더불어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게 된다. ● 아래에 소개하는 박종미의 작가노트에서 필자는 집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한 따뜻한 애정과 회화적 서술과 같은 서정성을 발견한다. "집에 사는 사람이 그것이 있기를 원하든지 원하지 않든지, 집안에 있는 모든 것들은 거주자다. 거주라는 것은 존재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존재함은 시간 속에 있음이며 그런 의미에서 「거주자는 지나가는 손님일 뿐이다.」 나의 작업 주제로 떠오르는, 아주 오랜 세월 집에서 살아가는 보석 풍뎅이들은 시간의 흐름, 지나간 흔적과 같은 족적을 상징한다. 그들은 아름다우며 구조를 이루고 있으며 인간들이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듯 자신들의 공간으로 행진하며 자신들의 원래 자리를 찾아 유유히 사라지곤 한다. 그들이 돌아가는 길을 생각했다. 길은 삶의 여정이자 추억이 지나가는 공간이다. 나에게도 길은, 또한 삶은 마치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여행자처럼 돌고 돌아 결국은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는 여정이다. 많은 시간과 기억들을 싸안은 채로." (박종미 작가노트 중에서)
변함없이 규칙적인 일상은 역동성이 결여될 수 있지만 풍뎅이와 같은 작은 생명체와의 우연한 만남에서도 우리는 활기를 모색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장 보드리야르의 저서 『사물의 체계』는 '사물들의 일상성이 어떤 문화적 체계에서 이루어지는지를 아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제기되는 중요한 문제는 "적절한 분석을 위해 사물들을 하위 구분하게 되는 유형이나 기능에 따라 정해진 사물들이 아니라, 사람들이 사물들과 관계를 맺는 과정, 그리고 체계적인 행위와 인간관계"라고 말하고 있다. 기능이 있는 사물은 정해진 역할에만 국한되지만 박종미 작가의 풍뎅이처럼 우연한 관심을 끌게 된 사물은 전혀 다르다. "모든 사물은 무엇인가를 변형시킨다."(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 지음/ 배영달 옮김 『사물의 체계 Le système des objets』, 도서출판 백의, 2000 p.13과 p.12) 우리가 어떤 관계를 맺게 되느냐에 따라서 말이다. 현대의 일상생활은 사물들의 기술적 현실로 이루어져 있지만 사물과 맺는 관계나 기억 속에서는 무의식적이 된다. 박종미 작가의 풍뎅이처럼 환경의 근본적인 변화를 지배하는 추상화가 된다. 결론적으로, 이번 전시 작품에서 풍뎅이는 박종미 작가를 대신하여 무의식적으로 현실을 재구성하려는 주체적인 이미지로 환원했다고 생각된다. ■ 이봉순
Vol.20140127g | 박종미展 / PARKJONGMI / 朴種美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