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4_0122_수요일_06:00pm
참여작가 박문종_송필용_이구용_정경래_조병철
주최 / (주)광주신세계 기획 / 광주신세계갤러리
관람시간 / 10:30am~08:00pm / 금~일요일_10:30am~08:30pm
광주신세계갤러리 GWANGJU SHINSEGAE GALLERY 광주광역시 서구 무진대로 932 신세계백화점 1층 Tel. +82.62.360.1271 department.shinsegae.com
광주신세계갤러리는 신년맞이 특별 기획으로『삶을 짓다』라는 제목으로 미술 본연의 기능에 대해 생각해 보는 전시를 준비했습니다. '짓다'는 살기 위해 밥을 짓고, 옷을 짓고, 약을 짓는 것처럼, 단순하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고 노력과 정성으로 얻어지는 것에 대한 존중의 의미입니다. 일상의 순간이 전해주는 깊은 울림을 시각언어로 기록한 예술가들의 삶이 담긴 작품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전시는 1, 2부로 나뉘어서 진행되는데,『1부. 그리고,』에서는 순수한 회화에 담은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삶을,『2부. 만들고,』에서는 전통적인 미술 재료가 아닌 복합매체로 다변화하는 삶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1부. 그리고,』展은 광주를 기반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박문종, 송필용, 이구용, 정경래, 조병철 다섯 작가의 작품을 선보입니다. 이들에게서는 몇 가지 공통 분모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삶의 본질을 깊게 들여다 보며 미술이라는 시각언어로 삶을 지어가는 작가들이라는 점. 급변하는 사회에서 전통적인 기법과 그리기라는 순수 표현방법으로 미를 탐구해 오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미 자신만의 조형세계를 가졌지만, 새로운 방향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 이러한 예술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에 대한 부분은 모든 작가들을 논할 때 찾게 되는 부분이지만 끈질기게 그러한 태도를 유지하며 미적 감흥을 담아낸다는 것은 고된 일 일것입니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화해 가는 우리시대의 문화코드에 종종걸음 치지 않고, 소박하면서도 간결한 염원을 진솔하게 담아간다면 잊고 있던 회화의 근원에 대한 향수를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삶의 본질을 깊숙이 들여다 보며 사유하고, 그 깨달음과 감동의 울림을 담아낸 작품에는 자연의 기운, 사람의 정, 삶의 온기가 느껴집니다. 사람냄새 나는 작품들과 함께 따뜻하고 정겨운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시기를 기원합니다.
흙물을 적시고, 뿌리며 붓에 묻은 먹을 꾹꾹 찍어 놓은 듯 무심히 끄적거리고, 묘사하거나 꾸미지 않은 그리다 만듯한 어눌함과 소박미가 물씬 느껴진다. 박문종의 그림에서는 땅의 내음이 난다. 땅의 기운이 가득하다. 질박한 농촌의 서정을 화면에 담백하게 담아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거기에 걸맞은 새로운 형식을 고민하며,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고집스런 철학과 내면을 바탕으로 확고한 자기세계를 만들어 내고 있다. 조형적 힘과 그림에 대한 근원적이고 집요한 문제의식 간의 팽팽한 균형감이 담긴 화면은 내면 깊은 곳을 건드린다.
송필용은 가사문학권에서의 정취와 전통, 역사를 자신만의 조형언어와 잘 버무려 현대적 산수 풍경으로 담아오고 있다.「폭포」시리즈의 형상은 더욱 단순화 되었다. 붓이 지나간 자리마다 낙하하고, 부딪히며 하얀 거품을 이는 물길은 단순히 물이 아닌 이 시대의 마음이자 여백을 담은 것이다. 좋은 그림이란 한 작가가 사물, 대상 세계에 대한 깊이 있는 시선을 진솔하게 담아낸 것이다. 송필용의 깊은 인식 속에 탄생한 물 그림은 단순히 감미로운 감정을 되살리는 것을 넘어 점차 상실되어가는 우리 각자의 마음 속 자연에 말을 건네온다.
이구용은 전통 수묵기법을 이용하여 자연의 숭고함과 신성함을 가진 산의 형상을 그려왔다. 이러한 전통과의 힘겨운 씨름을 이제는 회화적 맛을 더하며 삶과 인연의 관계 속에서 내적 변화를 겪는 자아의 모습으로 솔직하게 드러낸다. 현대적 가치의 조형성을 얻기 위한 다양한 실험과 모색의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 특정한 형태로 굳어진 가치에 안주하지 않고 언제나 새로운 것을 찾아나가는 것. 그러한 노력과 시도자체야말로 삶을 창조적으로 살아가는 방식이고, 그것이 다름 아닌 예술가의 존재조건이기도 하겠다.
정경래의 시골 정경은 그 시간을 살아보지 않은 사람은 담을 수 없는 모습이다. 일출, 일몰과 같은 시각 경험, 자연광을 수반하는 순간적인 시간을 2차원의 공간에 담아내는 것은 자연 속에 살아봐야 담아낼 수 있는 감성으로 디지털 세상에서 느낄 수 없는 따뜻한 시선이다. ● 오랜 시간 회화는 대상을 구현해 내는 것을 목표로 하여 무엇을 그리느냐가 중요했다. 20세기로 넘어오면서는 어떻게 그리느냐가 중요해지면서 회화는 놀라운 자율성을 확보해갔지만, 지나친 개념화의 나락으로 빠지면서 회화에 대한 불신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많은 변화를 겪어 온, 겪고 있는 회화에 대한 인식에서는 시대를 거슬러 올라 간 듯한 회화의 한 장면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불안과 고독을 잠재우기도 한다.
거대한 자연의 풍경으로 채워진 조병철의 회화는 안온하고 평화롭다. 우리가 흔히 보아온 내적인 정서의 표출이나 자연과의 감성적 공감을 유도하는 풍경이기 보다는 지역의 산과 주변의 풍광이 담긴 현실적인 삶의 풍경이다. 작가가 표출하고 있는 안온한 감성의 진솔한 삶의 일기는 담담하고 편안한 시선으로 진솔하게 그려낸 그림에서 그만의 감성과 회화적 맛을 접한다. ● 서양화와 동양화의 기법과 조형체계가 적절히 섞여 풍경의 공간적 깊이와 넓이의 사실성이 화면에 평화롭게 펼쳐진 조병철의 회화에는 전반적으로 서양화의 원근법적인 시점과, 중간중간 전통 산수화의 삼원법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섬세하게 결합 되어있다. 또한 평범과 비범함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조형언어는 현란하게 꾸미고 수식함으로써 이루어지는 장식적인 화려함이 아니라 담백하며 편안함을 주는 미묘한 감정을 끌어내는 성실한 붓질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 조병철의 산은 산 자체라기 보다는 자연과 그곳의 삶을 둘러싸고 있는 시간과 공간의 응축된 힘의 근원으로서의 산을 가시화한 듯 하다. ■ 광주신세계갤러리
Vol.20140117d | 삶을 짓다 '그리고,'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