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4_0116_목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서울대학교 우석홀 WOOSUK HALL 서울 관악구 신림동 산 56-1번지 서울대학교 종합교육연구단지(220동) B1 Tel. +82.2.880.5884 cafe.naver.com/woosukhall
홍보용 엽서에서 학사모를 쓴 채 웃고 있는 참여 작가들의 사진은, 명백하게 이 전시가 '모범생'의 성격과는 거리가 멀 것이라고 암시하는 듯하다. 2014년, 이 곳, '서울대 우석홀'에서 열리는 '서울대 졸업생'들의 전시회는 반드시 '모범생'을 자조적이거나 냉소적인 태도로 다룰 것이라 예상된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전시는 정말로 '모범생'들이 모여 구성된 진지한 기획이다. 심지어 전시구상을 위한 스테이트먼트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모범생』展에서 매체, 형식, 방법론 등에서부터 예술의 본질, 역할, 방향까지 그야말로 모범생다운 다양한 고민들을 나누어 보고자 한다." 다소 거창한 주제라는 점은 차치하고서라도, 이들의 의도가 '진지하지 않은 척'을 위장하고 있다는 점은 명백해 보인다.
다섯 명의 작가가 하나의 주제로 전시를 연다는 것은 분명 까다롭고 힘든 일일 것이다. 그것이 과제전이나 학위청구전이 아닌 이상, 좋은 단체전은 특정 작업과 작가들로 구성되어야만 하는 당위성을 지닌다. 따라서『모범생』이라는 타이틀의 전시가 열리게 된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뒤집어 말하자면,『모범생』이라는 공통점 이외에는 아무런 교집합이 없는 다섯 작가의 전시로 보일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의미다. 그러한 가능성은 전시의 첫 번째 파트인 개인작업의 나열에서 두드러지게 확인된다. 얼핏 봐도 각자 지향점이 달라 보이는 작업들을 '모아놓기만'했을 뿐이라면, 전시의 타이틀인『모범생』이나 '단체전'이라는 최소한의 조건조차 충족시키지 못했을 것이다. 고백하건대, 전시의 두 번째 파트인 공동작업을 보기 전까지는 이 전시가 왜 단체전이어야만 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작업은 전시장 테두리를 빙 둘러서 놓여있는 작가 본인이 선정한 오브제들과, 이를 중심으로 한 대화들을 기록해 제작한 한 권의 책으로 요약된다. 누구도 십초 이상 눈길을 주지 않을 것 같은 미완성작이나, 어디서 주워왔는지도 모를 플라스틱 조형물들은 어떻게 봐도 진지한 것 같진 않다. 마치 괴팍한 수집가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수집품들의 배열을 고민하느라 밤을 꼬박 새는 것처럼, 이 오브제들을 둘러싼 작가들의 논의 역시 다소 무의미해 보이기까지 한다. 도대체 이 모든 물건들을 누가 신경이나 쓴단 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녹취록에서 이 오브제들은, 무엇보다 성실하고 진지한 예술적 고찰의 대상이 된다. 그들은 바보스러울 정도로 열띤 태도로 전시장 밖에서는 꼼짝없이 미완성 작업이나 쇳덩어리, 재활용 쓰레기로 여겨졌을지도 모르는 오브제들에 대해 설명하고 평가한다. 어쩌면 이 모든 것들은 과도한 의미부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닐 것이다. 이 작업의 목표가 결코 오브제 자체를 전시하는 것에 있지 않음을 이해한다면, 더욱 그러하다. 만약 오브제들이 그들이 가져온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것이라도, 혹은 예술 작품이 아니라 평범한 돌멩이들이라고 해도 그것을 둘러싼 이들의 대화는 진지할지도 모른다.
이 공동작업에서 중요한 것은 결코 대화의 내용이나 주제 자체가 아니다. 문제는 그들의 '태도'이다. 예술이라는 주제를 논의함에 있어서, 성의가 없거나 대충하는 법 없이 솔직한. 그들의 태도는 전시의 타이틀인『모범생』과 무엇보다 맞아 떨어진다. '쿨함'과 '어설픔'으로 모범생이 아닌 척 위장해보지만, 결국 이 다섯 사람이 하나의 타이틀 아래에서 모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들이 대단히 진지하고 우직한 사람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전시가 궁극적으로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이러한 태도 그 자체가 아닐까. ■ 이연숙
Vol.20140117c | 모범생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