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4_0117_금요일_05:00pm
참여작가 김승환_김효중_박시몬_이영주_조미나_황우주
관람시간 / 10:00am~06:30pm / 토요일_01:00pm~06:3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 에스피 GALLERY SP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4길 13-20(신사동 524-36번지) Tel. +82.2.546.3560 www.gallerysp.com
2013년에도 여전히 '미스 코리아' 대회는 열렸다. 언제부터인가 여성의 외모에 순위를 매겨 1등을 뽑는 미스코리아 대회가 비판의 대상이 되었고 많은 이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듯했지만, 여전히 미인대회는 해마다 여러 곳에서 열리고 있다. 김승환은 2013년 계사년의 미인대회 행렬을 사진 이미지의 조합으로 만들어낸다. 조선시대 궁중 행사의 행렬인 반차도라는 전통적인 형식을 빌려 가상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다.
미스코리아 본선진출자가 행렬의 뒤에서 따라가고, 그 앞을 채운 각 언론사의 차량, 밴드, 태극기와 미스코리아 깃발, 연희단 등 행렬 이미지를 경찰이 호위하고 있다. 왕실의 행차를 기록하는 반차도 형식을 빌려 제작한「계사경엄행렬반차도」는 어느덧 국가적 행사가 되어 버린 미인대회를 비꼬며 위트 있게 재현한다. 얼핏 보면 이러한 김승환의 전통 전유 방식은 전통 재료를 바탕으로 현재적 소재를 다루는 일반적 형식을 따르는 듯하다. 하지만 김승환은 반차도의 이미지를 이용하고 작업 재료와 소재 또한 현재화했다는 것이 유효한 지점으로 보인다. 이런 그의 방식은 미인대회에 대한 언급뿐만 아니라 21세기 현재 벌어지고 있는 우스꽝스런 일들을 위트 있게 재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며, 혹은 중요하지만 소외되고 있는 많은 상황들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관찰과 비틀린 재현을 통해 관객들은 자신들이 보지 못했거나 보았지만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일들을 환기시킬 수 있다. 몇 걸음 떨어져 바라보면 조선시대 반차도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들여다봤을 때 실제로 존재하지 않지만 개연성 있는 현재의 이미지가 드러나게끔 하는 작업 방식은 보는 이로 하여금 흥미를 유발하고 더불어 등장인물에 대한 설명글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야기를 만들도록 유도한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고지도의 이미지들이 펼쳐져 있다. 그리고 지도 이미지 아래에는 몇 년 전이라는 글이 쓰여 있다. 첫눈에 아주 오래전 만들어진 세계전도 혹은 판게아(Pangaea)처럼 보이지만 각각의 이미지들은 무엇을 드러내는지 뚜렷하지 않고 모호하다. '14,000년 전'이라는 제목의 이미지는 원시인들이 그렸을 법한 동굴 벽화에 나오는 동물 도상들이 보인다. 최초의 지도일 것이라 여겨지는 이미지가 14,000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하지만 그 이미지와는 다르게 동물의 이미지가 드러나 있다. 그렇게 유추해 나가면 숫자와 이미지의 연관성은 없다. 다만 그럴 것 같다고 여겨질 수 있을 뿐이다. 그렇게 작가는 숫자와 지도 이미지를 통해 관객을 속여 넘긴다. 마치 그것이 명기된 그 당시의 형태인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지도는 어떠한 때, 어떠한 곳을 평면으로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만든 것이지만, 김효중의 작업은 과연 그것이 진실인지 되묻게 만든다. 현재 우리는 구글 지도 등 인공위성을 이용한 지도를 통해 세계 곳곳을 들여다 볼 수 있다. 그러나 과거의 어떠한 '때'의 지점은 당시 만들어진 그림이나 글 등 역사적인 사료를 통해 유추할 수 있을 뿐이다. 김효중은 자신이 제시한 이미지들과 '몇 년 전'이라는 실마리를 통해 관객들이 그 이미지의 의미와 내용을 상상하여 만들게 한다.
박시몬은 장치들을 만든다. 하지만 그의 장치들은 어디서 본적도 없고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예측하기 힘들다. 다만 작업 제목으로 그 장치들의 쓰임새를 유추할 수 있다. 합판으로 만들어진 삼각뿔의 기하학적 형태의 장치는 '기상을 독려하는' 장치다. 그 장치 아래에서 잠을 자면 때맞춰 불이 켜지거나 소리가 울릴 것 같다. 전시장 바닥에 놓인 작업이라 그 아래에 누울 순 없었지만 예술가들의 아침 기상을 도울 수 있는 장치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러나 또 한편 그 아래에서 잠을 잔다면 얼마나 불편할까라는 생각을 다시하게 된다. 단순한 형태의 미니멀 조각을 연상시키는「기상 독려 장치」와 깨진 화분과 플라스틱 화분으로 만든 조명 같은「안도를 위한 장치2」, 드로잉인「놀이공원 예습장치」는 작가가 제목으로 밝힌 쓸모와는 사실 별 상관이 없는 듯 생각된다. 또한 제목에서 밝히는 용도와 관련해 어떤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도 의문이 든다. 그렇다면, 작가가 만들어 놓은 장치들과 장치들의 쓸모는 별 상관이 없는지도 모르겠다. 그러한 장치를 희망하는 작가의 의도가 단지 예술이라는 형태의 어떤 것으로 나와 플라시보 효과를 만들어낼 뿐이다. 작가는 그런 식으로 위트를 통해 관객을 기만하지만 관객으로 하여금 부정적인 감상을 만들어내지 않는다. 대신 그것이 작가의 의도를 반영하는 장치로서 어떻게 사용되어야 할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놀이 공원 예습장치」드로잉은 관람차를 타기 전 일인용 관람차를 타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보는 재밌는 상상을 드러낸다. 그리고 여전히「안도를 위한 장치2」는 어떻게 안도를 만들어내는지 알 수 없다. 실수로 우연히 깨뜨린 화분을 작업에 쓸 수 있었기 때문에 안도할 수 있었던 것일까? 그런 상상을 해볼 뿐이다. 그렇게 그의 작업은 그가 제시한 몇 가지 실마리를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계속해서 고민하고 예술적 상상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타로 카드에나 나올 법한 커다란 이미지 속에 모델이 색색의 베일을 쓰고 기도를 하고 있다. 또는 XOXO가 적힌 무언가와 XI The Classic이라고 적힌 무언가를 들고 있기도 하다. 타로 카드에 나오는 도상 혹은 성녀의 이미지를 차용한 듯한「Holy」연작의 제목은「E.L.F」,「WENDY」,「SHINHWACHANGJO」,「JYJCSIOPEA」다. 무엇을 뜻하는지 도저히 알 수 없다. 그리고 이 무엇인지 알 수 없음에서 이영주의 작업은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필자, 혹은 30대 이상의 남성들은 도무지 이 제목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를 수밖에 없다. 필자의 조사에 의하면 ELF는 아이돌 그룹 슈퍼 주니어의 팬클럽 이름이고, WENDY는 EXO의 팬클럽이다. 신화창조는 필자와 연배가 비슷한 '신화'라는 그룹의 팬클럽이고, JYJCASIOPEA는 예전 '동방신기' 멤버가 해체된 후 두 명이 만든 그룹 JYJ의 팬클럽이다. 작업「WENDY」가 들고 있는 XOXO는 그룹 EXO의 노래 제목이며 파란색 베일을 쓰고 있는 파란색 환(環)에는 EXO의 멤버 수인 열 개의 상징 이미지가 보인다. XI the Classic은 1998년 데뷔한 신화의 11번째 앨범 제목으로 앨범 자켓과는 다른 누군가가 새로 디자인 한 것이다. 조용필, 나훈아 등으로 시작한 한국 대중문화의 팬덤은 이제 하나의 문화로 확고히 자리 잡고 있다. 나아가 K-POP이라는 이름으로 세계 시장으로 나가 부가가치를 만들고 있다. 그리고 그들 아이돌(Idol)은 팬들에게 말 그대로 우상이 되었다. ● 우상(Idol)이라는 말은 전통적으로 이미지 자체를 뜻한다. 그리고 이영주는 그 우상(Idol 그룹)에 대한 은유적 우상(Idol/Image)을 만들어내며 세대 간의 문화적 차이를 밝히고 있다. 1992년 서태지 데뷔 이후 대중문화의 수혜를 받고 자란 세대의 연예인 팬덤 문화는 이제 회고가 자연스러울 만큼의 굳건한 역사를 지니게 되었다. 작가가「Holy」라고 밝히듯 팬클럽 여성들에게 그들의 '오빠'는 성스러운 대상이다. 일면 작가는 그러나 '우상 숭배' 자체를 '성녀'의 이미지를 제시함으로써 비판하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또 다른 어떠한 대상을 우상으로 삼고 있는 다른 세대에게 소통을 요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앤디 워홀 등 팝아트 작가들은 대중문화의 코드를 작업에 사용했다. 마릴린 먼로 등 대중문화 아이콘의 반복되는 이미지를 그대로 사용함으로써 예술과 비예술, 나아가 예술과 삶의 경계를 무너뜨려온 현대미술의 정점에 섰다. 이영주는 그런 선배들의 노선을 택했지만 더욱 구체적으로 전진한 흥미로운 영역, 즉 팬덤의 생태와 심리에 관심을 보인다. 이영주의 작업은 대중문화를 차용하여 제시하는 팝아트 이후의 전략에 대한 흥미로운 실마리와 문제제기를 던지고 있다.
조미나의 회화에는 사람이 없다. 다만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인공물만이 존재한다. 사용하지 않는 텅 빈 수영장의 다이빙대와 추락한 비행기가 있는 숲 그림은 어떠한 이야기나 사연을 담고 있는 듯 쓸쓸하게 느껴진다. 유화 물감과 흘러내린 기름 자국은 작가가 물감을 다루는 스킬의 능숙함을 느끼게 해준다. 물론 제스처를 남기거나 기름이 흘러내리게 만드는 방식은 박진아 작가의 분위기와 유사한 듯하지만, 다루는 대상이 풍경과 사람이 없는 텅 빈 풍경을 담는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찾을 수 있다. 최근 많은 젊은 작가들이 극사실적인 묘사 방법을 택하지만, 조미나는 세필보다는 어느 정도 크기 이상의 붓을 사용하여 툭툭 던지듯 움직임을 절제하여 그려낸다. 이러한 방식은 회화와 붓질 자체에 대한 고민을 전제해야만 나올 수 있는 기법으로 많은 회화 작가들이 쉽지 않은 방식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 비행기가 추락한 듯 놓여 있는 풍경은 초록과 검정의 혼합을 바탕으로 음영만을 이용해 배경 공간을 만든다. 원근법을 무시하되 색을 통해서 공간감을 만들어내는 방식은 작가의 성취라고 할 만하다. 많은 색의 사용을 절제하고 둘 혹은 세 가지 색을 바탕으로 톤만을 이용해 작업하는 방식도 주목할 만하다. 기름이 흘러내리는 기법과 함께 톤을 주로 사용하는 기법은 이것이 회화임을 끊임없이 내비치는 모더니스트적인 방식을 바탕에 두고 거기에 더해 이야기를 담아내며 대상과 배경을 도드라지게 만든다. 이후 작업들이 만들어낼 맥락이 더욱 궁금해지는 작업이다.
황우주는 잉크 펜을 이용해 꿈속에서 본 듯한 기이한 형상을 그린다.「夢隨墮紀行 몽수타기행」은 말 그대로라면 꿈을 좇다 떨어지는/부서지는 여행이다. 혹은 영어 몬스터Monster의 음을 딴 것 같은 몽수타는 말처럼 괴물을 뜻하기도 한다. 바이러스에 의해 인류가 기이한 형태로 변형된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펼쳐지는 츠토무 니헤이 Tsutomu Nihei의 '바이오메가 BioMega' 속에 나오는 괴물 인간들을 떠올리게 하는 황우주의 작업은 꿈속뿐만 아니라 인류가 나중에 저렇게 변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게끔 한다. 잉크 펜의 가느다란 촉이 만드는 면은 작가의 손과 팔이 얼마나 많은 노동을 했는지 눈치 채게 하며 기묘하게 생긴 상상의 동물, 혹은 벌레 같은 괴물 이미지는 보는 이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최우람의 상상의 동물들이 평면 속에서 인간과 결합한 듯한 황우주의「몽수타기행」은 그것이 어떠한 연유로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요청한다. 최우람의 경우 자연적으로 금속성의 생명체가 발생하고 진화하여 만들어진다는 나름의 논리가 있다. 그것이 가상의 학명으로 만들어진 작업 제목으로 나오기도 하는데, 황우주의 필력을 바탕으로 한 캐릭터들이 개연성 없이 꿈속에서 만난 괴물이 아니라 상상을 바탕으로 발생의 이유를 만들고, 맥락화된 이야기를 만든다면 보는 이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들 것으로 생각된다. ■ 서준호
Vol.20140117b | 유연한 경계-국립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학과 우수졸업작품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