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안항아 홈페이지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3_1226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갤러리 한옥 GALLERY HANOK 서울 종로구 가회동 30-10번지 Tel. +82.2.3673.3426 galleryhanok.blog.me
누구나 마음속 깊은 곳에 어두움을 가지고 있다. 남에게 말하고 싶지 않은 것, 수치스러운 감정, 우울하고 절망적인 기분, 불안과 공포 혹은 나만의 콤플렉스, 나쁜 경험, 남을 미워하는 증오, 강렬한 성적욕망일수도 있다. 너무 오랫동안 함께해서 나조차도 인식하지 못할 뻔 했던 나의 어둠, 나의 그림자. 이것과 대면하고자 한다. 흐릿하던 그림자는 내 몸 어딘가에 아주 작게 붙어 있다가 점점 더 커졌다. 시끄럽고 폭력적이며 오만방자한 그림자는 뒤죽박죽 머리카락처럼 엉켜있다. 신체 일부로써 머리카락은 건강함과 여성의 아름다움을 상징하기도하지만 불결하고 어딘가 음습하기도 하다. 내 작업에서 머리카락은 여성성이 아니라 마음속 그림자를 나타낸 것이다. 머리카락은 표정의 변화, 손짓, 몸짓과는 다르게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 없다.
나는 감당할 수 없이 휘날리고 부풀어지며 꼬이고 왜곡되는 리듬감으로 어떠한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다. 작품 안에 인물은 하얗고 강렬한 빛 안에서 그림자 자체로 존재한다. 마주치지 않는 시선, 무표정한 얼굴과 몸의 일부, 머리카락이 최소한의 감정을 보여주지만 많은 것을 말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의 그림자는 밤과 새벽사이에 불쑥불쑥 휘몰아쳐 광기어린 눈빛으로 나를 위협한다. 그 절망과 공포의 시간에 눈을 감고 귀를 막는 순간 사라져 버린다. 듣고 싶지 않아서 들리지 않게 되었고, 보고 싶지 않아서 보이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존재한다. 없어진 것이 아니라 나를 삼켜버려 나조차도 그림자가 된 것이다. 보이지도 소리를 내지고 않는다. 이해나 위로도 바라지 않는다. 그저 그림자로 존재할 뿐이다. ■ 안항아
Vol.20131226b | 안항아展 / ANHANGA / 安姮娥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