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의 만남 / 2014_0118_토요일_03:00pm_SPACE22 세미나룸
참여작가 박기호_김혜원_김영경_서영주_이건영
기획 / 최연하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일,공휴일 휴관
사진·미술 대안공간 스페이스22SPACE22서울 강남구 강남대로 390 미진프라자 22층Tel. +82.2.3469.0822www.space22.co.kr
사진·미술 대안공간, SPACE22의 개관기념전으로『바깥-풍경』사진전을 개최한다.『바깥-풍경』展은 대도시화, 산업화, 관광 소비문화 및 분단 이데올로기에 의해 집중적으로 생성되거나 용도폐기 된, 우리에게 친밀하고도 낯선 풍경(공간)을, 새롭게 태어난 공간인 SPACE22에 담아낸 전시이다. 전시로서의 풍경사진에 대한 다채로운 사유와 함께 한국사진의 미학적, 정치적 이슈들을 모색해보고자『바깥-풍경』이라는 타이틀을 생각하게 되었다. ● 풍경(風景)이라는 단어 속에서 바람이 만들어낸 경관, 바람과 햇볕, 그리고 그림자의 경관이라는 의미를 찾아낼 수 있다. 바람과 햇볕과 그림자의 표상이 곧 풍경인 것이다. 아름다운 말이다. 그 단어의 함의 외에도 '도시, 사회, 인간, 경제'풍경 등등 풍경은 인간 삶을 둘러싼 환경에서부터 꽃 한 송이의 생태까지 영역을 지을 수 없을 만큼 광범위하다. 하지만 대개의 풍경사진은 전적으로 피사체(대상)에 의존하고 있는 듯, 그동안 아름답다고 이미 '말해진' 피사체가 찍힌 풍경사진은 '아름다운 풍경사진, 좋은 사진'이 되어왔다. 풍경은 아름다워야 하고, 아름다운 것이 사진으로 찍혀야한다는 매뉴얼 코드에 이미 길들여진 것이다. 특히 디지털 카메라의 정밀한 기계성과 엄청나게 가속화 된 네트워크망을 통해 '똑같이!' 아름다운 풍경사진을 우리는 수없이 보고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 풍경사진은 '아름다워야' 한다는 공식이 생겼을까. 게다가, 그러한 풍경사진이 계속 생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깥-풍경』展은 풍경의 다양성을 풍경의 내외에서 사유해보고자 했다. 이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공통적으로 보편과 일반의 의미들의 밖에서 의미의 안을 살피고 있다. 사진 속의 풍경은 보는 이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드러나'있기만 하다. '드러난'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진은 난해하고 위험하다. 위험한 이미지는 통제가 어렵고 의미파생이 제각각이므로 아름답다고 명명되어진 대개의 풍경사진처럼, 어떤 식으로든 범주화한 후 관객이 이해할 수 있는 그물망 안에 가둬두어야 한다. 하지만 매순간 달라지는 풍경을 어떻게 범주화할 수 있을까. 그래서 중요한 의미의 중심이 아닌, 의미의 바깥에서 '사유이미지(denkbilder, 벤야민용어)'가 중요해진다.
김혜원의「34개의 야외 주차장」은 개념미술가, 에드워드 루샤(Edward Ruscha)의 '34개의 주차장'이 작업의 모티브임을 알 수 있다. 이 사진들은 비슷한 대상의 나열로 보일 수 있으나, 한반도 곳곳에 느닷없이 펼쳐지는, 광활하기까지 한 야외 주차장의 기이한 풍경을 낱낱이 살펴보게 하는 묘한 입장에 처하게 한다. 어느 것 하나도 두드러져 보이지 않지만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놀랄 만큼 많은 사실들이 들어 있다. 그래서 관객은 그의 작품을 유심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안 된다. (최연하,「김혜원의 풍경」, Curator's Note중에서, 2009) ● 텅 빈 공간을 파고들어가는 박기호의 작품,「Beyond Memories, 사라지는 흔적」은 철거직전의 빈 집을 보여준다. 오랫동안 해외에 머물다, 한국에 돌아와 발견하게 된 재개발지역의 풍경은 작가에게 생경스러움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그래서 집안에 남아있는 이불가지, 그림들, 자전거 등등 '그 마을을 떠나지 못하고 남아있는 이야기' (박기호 작가노트 중에서, 2013) 의 흔적을 찾아 나섰다. 흔적은 언제나 상처로 드러나기에, 박기호의 사진작품 속에 상처로 기입되어 있는 누군가의 삶의 공간은, 동시대 우리가 살고 있는 거주지의 또 다른 풍경이기도 하다.
검고 아득한 이건영의「흰 그늘진 마당」은 용도폐기 된 공간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건영의 사진은 멀리서 가까이로 움직이며 계속 들여다보게 한다. '한 삽 푹 퍼서 언덕 아래로 뿌리면 그대로 몸이 되고 피가 돌 것 같구나 // 목단 아래로 검은 흙더미 한 채 배달되었다 / 누군가는 퍼 나르고 누군가는 삽등으로 다지' (조유리의 시, '흰 그늘 속 검은 잠' 중 일부)고, 계속 변화중인 땅의 모습은 마치 사람의 몸처럼 생성과 소멸이 공존하고, 그것이 삶의 마당임을 흑백의 깊은 톤으로 살피게 한다.
이번 전시에서 또 다른 흑백의 웅숭깊은 시각이라 할 만한 서영주의「공상空像」에서는 전라도 지역의 폐교들이 등장한다. 작가는 폐교의 이미지들을 통해 밀레니엄 이후 급격하게 대형화, 집중화되고 있는 한국 현대의 삶의 공간을 보여주고 있다. '「공空상像」은 한 때, 그(나, 너)가 머물렀을 곳이 사라지거나 공터로 남아 동시대 우리의 기억 속에 어떻게 살아있는지, 현재의 관점에서 표상하고 있다. 근대와 (탈)근대의 시기가 불연속 적이고 모호하기만 한 내게, 냉전의 표상 이승복과 충효와 애국심의 상징인 이순신, 새마을 운동의 산물인 신작로' (최연하,「공상_어디에나 있되 텅 빈 근대의 상」, Curator's Note, 2011)와 이 모든 이데올로기들을 한 몸에 녹여내 형제공동체를 설파한 교회의 십자가들은 친밀하고 낯선 공감대의 영역이자 대도시 바깥의 기이한 풍경으로 다가온다.
마지막으로 김영경의「Border Line」은 분단 이데올로기에 의해 버려진 채로, 하지만 거대한 의미를 생성하고 있는 풍경이다. 급수탑, 노동당사, 승일교, 공동창고는 죽은 지 오래됐지만 살아서 반공이미지(유령)로 계속 출몰하고 있다. 아무 말 없이, 아주 평범하게 주목받지 못한 죽은 이미지(유령, living Dead)들이 정치하게 힘을 획득할 수도 있음을 김영경의 사진을 보며 생각한다.
이처럼『바깥-풍경』사진전의 사진들은 다른 방식의 아름다움으로, 풍경의 (불)가능성을 보여준다. '바깥'은 중심의 바깥이자 의미의 외부이지만, 프레임의 바깥에서 무한 의미를 생성해낼 수 있는 가능성의 영역이기도 하다. 또한 '안'을 잘 살펴, 안의 '한계'를 드러내어 이제까지 불가능한 실천의 지대로 내몰았던 것들을 다시 불러들이기 위한 틈의 공간이기도 하다. 바깥은 안과의 경계를 지워냄과 동시에 안을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 서울의 한 중심에 위치하면서 서울을 전망할 수 있는 공간, SPACE22의 지형학적 위치를 의미하기도 한다. 모든 바깥의 경계에서, 사진의 '가능성'을 깊이 사유해보고자 하는 의도로 개관기념전을 기획한다. ■ 최연하
Vol.20131223d | 바깥-풍경-SPACE22 개관기념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