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특정, 동시다발

박성수展 / PARKSUNGSOO / 朴成洙 / painting   2013_1219 ▶ 2013_1231 / 월요일 휴관

박성수_전생연구001_화선지에 수묵_162×130cm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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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3_1219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우진문화공간 WOOJIN CULTURE FOUNDATION 전북 전주시 덕진구 전주천동로 376(진북2동 1062-3번지) 1층 전시실 Tel. +82.63.272.7223 www.woojin.or.kr woojin7223.blog.me

군에 입대하기 얼마를 앞두고 초조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던 때였다.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TV속의 충격적인 한 장면은 나의 초조함을 잊게 한 채 현실을 낯설게 만들어 버렸다.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와 비행기가 충돌하는 장면이다. 수많은 매체에서는 오랜 기간 쉼 없이 충돌장면을 반복해서 보여주었으며 그 영상만큼 많이 들었던 단어가 바로 개인전 타이틀과도 같은 불특정, 동시다발이다. 그 한번에 사건은 여러 매체를 통해 다시 나와 같은 동시대의 불특정한 사람들에게 전파되었으며 참혹한 기억으로 남게 되었다. 그 이후로도 불특정인이 불특정인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는 끊이지 않았으며 얼마전에는 북아프리카의 여러 나라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기도 하였다. 그리고 시위가 촉발된 배경에는 SNS와 같은 인터넷 매체가 있었다. 이처럼 불특정하고 동시다발적인 일련의 일들과 그에 직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발달된 매체는 동시대를 살고 있는 한사람으로서 나의 삶과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 이번 개인전의 작업들이 어느 한 가지에 국한되지 못하고 구상과 추상, 언어와 같은 여러 장르와 함께 여러 가지의 재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보여 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성수_분절003_캔버스에 유채_162×130cm_2013
박성수_분절037_캔버스에 유채_130×97cm_2013

분절 ● 그 동안 나의 작업을 보면 인물이 주를 이루어 왔다. 그러던 중 캔버스의 뒷면에 흰색 오일만을 사용하여 인물을 구성하는데 한 덩어리의 인체가 여러 갈래로 나누어진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처음에는 무의식적으로 어느 지점을 따라 비워지고 면이 분할되어 그러한 이미지가 만들어진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무렵 우연히 간 산행에서 안이 훤히 보일 정도의 큰 균열이 일어난 바위를 보고서 큰 쾌감을 느끼게 되었고 그때서야 비로소 분절 된 인체를 그리게 된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동안 내가 쫓고 있는 이미지가 무엇이었는지 확연해지는 순간이었다. ● 우리는 반(反)의 시대에 살고 있다. 동양과 서양, 아날로그와 디지털, 그리고 이념과 같은 거의 모든 것에서 하나의 명제가 있고 그에 상응하는 또 다른 명제가 존재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나는 그 사이에서 때론 혼란스럽기도 하며 때론 안도하기도 한다. 여기에서 본인이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내부발생에 의해 또는 외부발생에 의해 일어나는 분절이라는 개념이다. 따라서 하나의 선을 따라 비워지기도 하며 경계가 모호해지는 분절된 그림은 칠해진 주체가 아니라 벌어진 틈, 간극을 조명하고자 하였다.

박성수_전생연구028_화선지에 수묵_162×130cm_2013

전생연구 ● 2009년부터 해온 수묵 작업은 먹의 일회적이고 우연적인 물성을 이용해 바탕의 여백과 점 선들을 유기적으로 표현하였다. 이는 동양사상에 근거한 것으로 나무와 동물, 사람까지도 자연에서 비롯된 자연의 일부임을 암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사상과 그림이 진부한 것이어서 수묵화를 잘 설명 할 수 있는 개념을 찾기 위해 많은 고심을 하곤 하였다. 그러던 중 유전과 관련된 의학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다. 다큐의 내용은 우리가 종전에 알고 있는 유전은 선천적인 것으로만 전이 된다는 것이 정설이었지만 최근 밝혀진 바로는 사람에게서 후천적 전이 또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례로 아우슈비츠 수용소와 9.11테러를 경험했던 사람들의 후손들을 조사한 결과 저체중이나 질병이 발생될 비율이 다른 사람보다 높게 나타고 있었다. 이 사례를 통해 짐작해 볼 수 있는 것은 사람이 태생적으로 자연재해나 전쟁과 같은 것으로부터 영향을 받을 만큼 예민한 존재라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무의식속에서 주위의 환경에 영향을 받기도 하며 내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유기적인 삶을 살고 있다. ● 지금에 나는 이 전까지의 인류가 만들어낸 결과물이기도 하지만 미래의 나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런 이유로 아주 먼 옛날에 서로에게 영향을 주었을 법한 동물들과 지금의 나에게 영향을 주고 있는 주위의 존재들을 선별하여 합성을 한 듯 그림을 그려 보았다. 더불어 한명의 인물이 그려진 수묵화에서 또한 어디에서 무엇으로부터 왔는지 알 수 없는 불확실하고 시적인 면과 선들을 이용하여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참고로 나는 원숭이 띠이다.

박성수_모델 AA5_캔버스에 유채_145×112cm_2013

모델AA ● 모델AA는 미국 유명 의류 브랜드의 모델이다. 이 브랜드의 전략인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 제품을 착용한 모델컷에는 모델의 몸매에 수정을 가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고 있다. 때문에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은 친숙함이 있다. 그리고 내가 주로 그리는 모델은 나의 이상형이기까지 하여 나의 화폭에 담고자하는 마음이 컸다. 이는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을 보여 주기도 하는 것이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평소 인물을 주로 그리면서 모델을 구하기 어려운 나에게 눈앞의 실존하는 모델과 가상의 인물을 그렸을 때의 전달되는 깊이에 대한 실험이기도 하다.

박성수_rich_플렉스에 PVC 잉크_116×91cm_2013
박성수_haven_플렉스에 PVC 잉크_162×130cm_2013

텍스트 시리즈 ● 그림에서 보이는 것처럼 형체를 알 수 없는 추상적인 기호와 그것을 지칭하는 언어(텍스트)를 한 화면에 놓고서 모순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이 시대의 시각매체에 대한 것이다. 광고에서 보이는 행복이란 단어는 추상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구체화하여 보여준다. 게임속의 죽음은 단지 누군가 사라지는 것으로 끝이 나고 동영상속의 성행위는 남녀간의 사랑을 집요하게 삽입장면으로만 편집해버린다. 이와 같이 추상적인 개념마저 이해하기 쉽게 언어화하여 소비심리를 자극하는 미디어를 보면서 눈앞에 현전하는 것으로 경험되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결국 관념속의 내 욕망에 불구하였음을 자각하게 된다. 결국 이러한 미디어의 모순을 말하기 위해 모순을 차용하게 되었다. ■ 박성수

Vol.20131220d | 박성수展 / PARKSUNGSOO / 朴成洙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