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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서울문화재단
관람시간 / 10:00am~06:00pm
토포하우스 TOPOHAUS 서울 종로구 인사동11길 6(관훈동 184번지) 제3전시실 Tel. +82.2.734.7555/+82.2.722.9883 www.topohaus.com
2013년 12월 18일부터 24일까지 관훈동 토포하우스 갤러리 2층에서 첫 번째 '해장윤복' 전이 열린다. 전시는 아버지 류해윤의 그림과, 아버지의 그림을 보고 아들 류장복이 다시 그린 그림으로 구성된다. 아들 류장복(57)은 서울대 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재작년 스무 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아버지 류해윤(84)은 70세에 처음 붓을 잡아 지금까지 매일 그림을 그리고 있다. 아들은 아버지의 그림을 보고 새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가 바로 '해장윤복'이다.
해장윤복, 그는 아버지가 그려놓은 그림의 부분을 포착하여 그 표면을 더듬는다. 먼 기억을 눈앞에 불러와 관조하는 아버지의 그림이 해장윤복의 감각적 응시의 시선을 통해 눈앞의 자연으로 환원된다. 아버지의 기억 속에서 더욱 또렷해진 붉게 물든 산과 파란 소나무와 졸졸 흐르는 시냇물과 환하게 피어오른 꽃나무의 형상은 그림의 표면을 더듬는 아들의 시선 속에서 단지 선과 색, 농담으로 분해된다. 선과 색, 농담 그것들은 구체적인 무엇이 되기 전 단계에 거주한다. 해장윤복의 시선은 아직 추상적으로 모호한, 그래서 투명한 미시공간을 배회한다. 그러다가 하나의 질서가 우연을 가장하여 수면 위로 떠오를 때 그림은 그림의 옷을 입게 되어 현실에서 모습을 갖게 된다. 부자지간의 두 화가 사이에서 태어난 해장윤복은 아버지 화가의 기억을 더듬는 감각과정을 통해서 현재진행형으로 소통을 시도한다. 이러한 그림그리기는 근원적인 뿌리에 대한 향수에서 비롯되었다.
... 언젠가 나는 아버지의 그림 속으로 여행을 떠났다. 종착지가 어딘지 몰랐다. 나의 유전자적 뿌리인 당신의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기에 두려움보다 설렘이 앞섰다. 이 여행에는 길잡이가 되어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이는 등대의 불빛이 있을 뿐 특별히 도달해야 할 목적지가 있는 건 아니다. 네모로 굴러가든 갈지자로 비행하든, 미처 그곳에 닿지 않아도, 전혀 엉뚱한 곳에 떨어져도 아랑곳하지 않으리라. 도중에 여기저기 기웃거렸다. 기웃거림의 변주가 산만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자유롭고 그래서 여유로운 여행이 되기를 바랐다. 그러기에 난 그림을 그리되 그림을 그리지 않기로 했다. 그림과 그림이 무한히 교접하는 가운데 어쩌다 일어나는 그림의 자연스런 출산을 돕기로 했다. 단지 당신의 그림 안에서 획과 획 사이에 흐르는 운동에너지를 좇았다. 그러려고 애썼다. 가끔씩 그때, 그림그리기는 그려지는 그림을 마중 나가 손을 맞잡고 화들짝, 반가움을 나누는 일이 되었다. 륮. ■ 류장복
Vol.20131218f | 해장윤복展 / HAEJANGYOONBOK / 海張潤馥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