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FER Korea-NRW 2011-2013

트란스페어 한국-엔에르베 2011-2013展   2013_1213 ▶ 2014_0216

정연두(collaboration with Luka Fineisen)_Twillight Seoul_Single Channel Video_00:08:40_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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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3_1213_금요일_06:00pm_아르코미술관 스페이스필룩스

아르코미술관 특별강연 / 2013_1213_금요일_04:00pm 강연명 / 독일현대미술 그리고 NRW의 예술지원활동과 국제교류 강연자 / 크리스티안 에쉬_NRW 문화사업국 디렉터 장소 / 아르코미술관 1층 스페이스필룩스 오프닝 파티 in LOOP / 2013_1213_금요일_08:00pm 장소 / 대안공간 루프 오프닝 퍼포먼스 / 2013_1214_토요일_03:00pm 퍼포머 / 유르겐 슈탁_마누엘 그라프 장소 /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주최 / NRW KULTURsekretariat (NRW 문화사업국) 참여기관 / 국립현대미술관_대안공간 루프_아르코미술관 본 미술관_오스트하우스 미술관 하겐_쿤스트할레 뒤셀도르프

2013_1213 ▶ 2014_0216 참여작가 / 마누엘 그라프_함경아_정승_자샤 폴레_유르겐 슈탁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주말_10:00am~09:00pm / 월요일 휴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NATIONAL MUSEUM OF CONTEMPORARY ART, KOREA 경기도 과천시 광명로 313(막계동 산58-4번지) 제1원형전시실 Tel. +82.2.2188.6000 www.mmca.go.kr

2013_1213 ▶ 2014_0124 참여작가 / 에리카 혹_마누엘 그라프_정연두_이수경_함경아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11:00am~08:00pm

대안공간 루프 ALTERNATIVE SPACE LOOP 서울 마포구 서교동 335-11번지 Tel. +82.2.3141.1377 www.galleryloop.com

2013_1213 ▶ 2014_0209 참여작가 / 김기라_나현_원성원_정연두_얀 알버스 마누엘 그라프_루카 핀아이젠_젭 코베어슈테트 협찬 / Cass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아르코미술관 ARKO ART CENTER 서울 종로구 동숭길 3 Tel. +82.2.760.4850~2 www.arkoartcenter.or.kr

『트란스페어 한국-엔에르베』(이하 트란스페어)는 한국과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ordrhein-Westfalen) 주 사이의 국제 미술 교류 행사로서, 엔에르베 문화사업국(NRW KULTURsekretariat)의 주최로 한국의 국립현대미술관, 대안공간 루프, 아르코미술관과 독일의 본 미술관, 오스트하우스 미술관 하겐, 쿤스트할레 뒤셀도르프 등 모두 6개 기관이 참여하여 열린 대규모 프로젝트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총 3년간 이어진 트란스페어는 한국과 독일에서 각각 7명씩 모두 14명의 작가를 선발해 진행됐으며, 6개 기관의 기획자들을 비롯해 프로젝트에 기여한 비평가들, 그리고 교류의 과정에 참여한 수많은 사람에게 다양한 경험과 지식, 창의적 역량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다시 말해, 트란스페어는 전시의 결과 못지않게 과정을 중시하는 프로젝트였다고 할 수 있다. ● 작가 선발에서 각 기관 기획자들의 교류, 상대국 방문, 교차 비평 등 그간의 모든 과정에 대한 시각적 결과물은 전시와 출판의 형식으로 양국 예술계와 대중에 공개된다. 이미 트란스페어에 대한 도록과 저널 등이 출판되었으며, 독일에서는 10월 중 3개 기관에서 각각 전시가 개최되어 현재도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12월 13일 열리는 공동 오프닝 리셉션과 함께 국립현대미술관, 대안공간 루프, 아르코미술관에서 각각 트란스페어를 마무리하는 전시를 개최한다.

Jan Albers_seouLsouL_Spray Paint on Polystyrene and Wood_242×151.5×22cm_2013
Luka Fineisen_Honig(Honey)_Plexiglas, Cast Resin_91×100×4cm_2010
Manuel Graf_Let Music Play?_Color-Sound, HD_00:20:00_2012
Erika Hock_Continental Shelf_Installation, Mixed Media_220×600×60cm_2011
함경아_뮤지엄 디스플레이_Installation, Mixed Media_500×500cm_2006
정승_Useless Tool_3D Animation_00:05:36_2010

국립현대미술관 2013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기획한 『TRANSFER 한국-NRW』 전시는 마누엘 그라프, 함경아, 정승, 자샤 폴레, 유르겐 슈탁 등 5명의 한국, 독일작가의 작업을 통해 각 작가들이 선택한 현대사회의 현상들과 그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에 주목하였다. 마르셀 뒤샹의 레디메이드가 현대미술의 주요 담론으로 재점화된 1950년대 이후, 현대미술은 일상 오브제들의 맥락을 넘어선 병치와 최신 기술의 도구화를 통해 빠른 속도로 진화해 왔다. 구조적으로 개방된 현대 예술은 수동적이었던 작가와 관람객의 위치를 재정립하고 예술적 가치와 방법론을 현대 사회 속에 적극적으로 재위치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1960년대 이후 출생한 전시 참여 작가들은 독일과 한국이라는 상이한 문화, 사회적 배경 속에서도, 강력해진 일상적 의미들의 위상과 기술의 진화를 통한 인식의 확장이라는 현대미술의 가치를 공유한 작업을 선보인다. ● 마누엘 그라프는 새로운 생각과 행동을 위한 유물론적 도구로서 예술을 활용한다. 작가는 때로는 교육적인 방식으로, 혹은 도발적인 방식으로 철학과 인문학적 상상력을 특유의 영상과 사운드, 설치로 풀어낸다. 작가는 인문학적 가치의 구현을 위하여 서슴없이 대담한 방식으로 대중문화를 차용한다. 함경아는 사회 속의 이질감이나 욕망, 힘, 개인의 바램 등을 담고 있는 물건에 작가의 상상력을 부여하여 작업으로 완성한다. 작가에게 있어서 상상력을 부여하는 과정 자체는 제의처럼 매우 복잡하고, 은밀하여 때로는 그 과정 자체가 작업의 핵심이 되기도 한다. 특히 작업에 선택된 물건들과 주제들은 작가가 속해있는 사회를 가늠하는 척도이기도 하다. 정승 또한 일상적이면서도 상업적인 물건들을 통해 현대 사회의 컨텍스트를 읽어낸다. 자동차의 모양을 본 딴 부직포 오브제, 제단처럼 놓여진 태양전지 장난감 등 정승의 레디 메이드 오브제들은 본래의 기능으로부터 멀어져서 조각적인 방식으로 읽혀지도록 설치된다. 역설적이게도 조각적으로 배치된 사물들은 오히려 본래의 산업적인 기능 중 하나인 일회성-연약함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이들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시스템의 속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자샤 폴레는 현대 사회 속에서 상업적이고 강력한 이미지의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이미지의 복제와 차용의 문제는 본질의 문제와 맞닿아 있으며, 작가는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잊혀진 영역인 오래된 미디어의 이미지와 오브제를 통해 이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기술의 발달을 통해 미디어 테크놀러지에 유전자적 흔적만 남기고 사라진 수 많은 미디어들의 계보학이 작업의 재료이자 결과물이다. 마지막으로 유르겐 슈탁은 사운드 설치작업을 통해 서로 다른 언어의 사용과 의미 전달의 시차, 통역, 혹은 커뮤니케이션의 이해와 오해에 관한 질문을 관람자에게 직접적으로 던진다. 작가가 재료로 이용하는 언어는 보편적인 매체임에도 불구하고 개인과 사회, 감정과 생활양식에 따라 전혀 다른 이해의 폭을 제공하며, 작가가 설정한 장치들을 통해 이러한 이해 폭의 차이는 더욱 부각된다. ● 『TRANSFER 한국-NRW』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을 통해 관람객들은 '복사하고, 전환하며, 환승하고 이동하는' 현대미술의 다양한 과정과 결과물들을 살펴 볼 수 있을 것이다. 3년 간의 교류를 통해 자라난 전시 속에서 현대미술이 확장하고 자라나는 성장점들을 함께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국립현대미술관

김기라_A Weight of Ideology (Series)-without Breath_HD video installation_00:15:58_2012
Seb Koberstädt_DAS ERSTE DAS LETZTE DAS BESTE_Beer Bottles, Laminate, Stencil_2010
나현_A Song of Lorelei Project_Video installation, Painting_2010~3

대안공간 루프 시각 이미지의 물리적 합체를 통한 미적 관점들의 강제적 공유 ● 트란스페어 한국-NRW는 한독 양국 14명의 작가들과 6명의 기획자, 그리고 수많은 참여 비평가들에게 상호 교류와 토론의 과정에서 다양한 지식과 창의적 역량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즉 트란스페어는 전시의 결과보다 과정을 중심으로 하는 프로젝트였다고 할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친 시각적 결과물은 출판과 전시를 통해 우리 앞에 나타났다. 2013년 10월부터 독일의 기관들에서 순차적으로 전시가 열리고, 한국에서는 12월에 세 공간에서 동시에 전시를 개최한다. ● 대안공간 루프는 14명의 작가들 중 에리카 호크, 마누엘 그라프, 정연두, 이수경, 함경아의 작업을 전시한다. 이 작가들의 작업에 개념적인 공통점은 존재하지 않는다. 각기 다른 주제로 작업을 해왔고, 루프 전시에서도 각기 다른 주제와 다른 매체의 작업들을 보여줄 것이다. 이번 『트란스페어』 루프 전시의 독특함은 기획자가 의도적으로 강제성을 피하지 않고 이렇듯 서로 다른 작업들을 물리적으로 합체시킨다는 점이다. ● 1974년 첫 방송이 된 일본 애니메이션 『게타로보Getter Robo』(카츠마타 토모하루 감독)는 최초의 변신합체 로봇 시리즈물이었다. 게타로봇은 조종사가 세 명이다. 이들은 성격도 취향도 각기 다르다. 겟타1의 파일럿 나가레 료마가 주인공이지만, 게타2의 파일럿 진 하야토, 게타3의 무사시 역시 조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들은 평소 서로 다른 로봇을 조종하며 적과 싸우다 위기의 순간에 각자의 로봇을 하나로 합체함으로써 막강한 전투력을 발휘한다. ● 이번 『트란스페어』 전시에서 루프는 게타로봇을 만든 사오토메 박사의 역할을 맡는다. 게타1의 파일럿은 에리카 호크와 마누엘 그라프가 될 것이다. 나머지 게타 파일럿은 정연두, 이수경, 함경아다. 에리카 호크의 작업은 로봇 게타1과 같이 자신의 작업이 타 작가들의 작업과 합체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한다. 예를 들면, 타 작가의 영상 작업을 위한 스크린이 되는 파티션, 혹은 타 작가들의 작업 영역을 서로 분리하거나 공유시킬 수 있는 파티선 자체를 자신의 작업으로 제작한다. 여기서 그녀의 작업인 파티션은 단지 그 기능적인 특징뿐만 아니라 조형성을 가지고 그녀의 정체성을 표출한다. 또한 그녀는 타 작가의 작업을 왜곡시키지 않고 자신의 작업과 보다 효과적으로 결합시키기 위해, 원형의 이미지가 그대로 투과되거나 반사될 수 있는 반투명의 천이나 거울을 작업의 재료로 즐겨 사용한다. 이러한 그녀의 작업은 타 작업들의 원본성을 유지하면서도 그 이미지들과 결합함으로써 또 다른 원본성을 생산, 작업을 확장시키는 것이다. 이는 철학의 정반합도 아니고 수학의 1+1=2도 아닌, 물리적 결합을 통해 정신적 확장을 유도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마치 합체 전 게타로봇들의 특성이 합체 후에도 변형되지 않고 남아 확장된 거대 로봇으로 재탄생하는 과정과 동일하다. ● 마누엘 그라프 또한 타 작가의 작업을 자신의 작업과 합일시킨다. 그는 타 작가의 평면 작업을 디지털로 변환시키며 자신의 미적 영역 안에서 작품을 바라보고 해석하기 위한 또 다른 기능적 시점을 제시한다. 예를 들면, 타 작가의 평면 작업을 디지털 영상으로 재현하고, 미학적 조형성에 홍보적 기능이 부가된 작업 홍보용 영상을 만든다. 한 작업 안에 자신과 타 작가의 정체성을 동시에 드러내며 원래의 작업에 또 다른 기능을 부여한다. 이는 게타1호가 아닌 게타3호를 주 조종사로 합체할 시 공중전을 위한 로봇에서 수중전을 위한 로봇으로 변신하며 그 주요 기능이 변화하는 것과 흡사한 것이다. ● 정연두, 이수경, 함경아는 또 다른 게타로봇으로서 각자의 기능을 다른 작가의 작업에 합체시키며 이미지의 복잡성을 증대시킬 것이다. 이러한 합체 방법은 요즘 유행하는 것처럼 한 주제를 위해서 공동으로 작업하는 콜라브레이션도 아니고, 한 주제 아래서 작업들이 나열되는 그룹전 형태도 아니다. 21세기 사회 체제의 복잡성 증대와 이에 따른 우리의 질문 ● 단일 로봇에서 변신합체 로봇으로 진화한다는 것은 로봇의 구조와 기능이 복잡해짐을 의미한다. 합체를 함으로써 로봇의 전투력과 활동 범위는 증가하지만, 유지하기 위한 제반 시스템 또한 복잡해지고 비용도 증가한다. 심지어 『게타로보』에서는 조종사가 셋이 되면서 생사의 기로에 선 전투 상황에서 그들끼리 충돌을 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마징가Z로 출발한 단일 로봇 시리즈가 변신합체 로봇으로 발전되는 것은 보다 진화된 과학기술과 사회로 나아감을 의미한다. (요즘 모든 로봇 애니메이션 시리즈는 조종사가 한 명이든 다수든 합체 변신은 기본이다.) ● 21세기 글로벌 시대의 사회적 복잡성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사회, 경제적 제도와 규범이 복잡해지고 분업화되며 서로를 다른 측면에서 규정함으로써 다차원적, 다중적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조지프 A. 테인터는 문명이 고도로 발전할수록 사회는 거대해지고 이를 유지하기 위한 체제의 복잡성도 증가한다고 보았다. 그는 발전에 따른 복잡성을 해결하지 못해 하나의 문명이 멸망하고 또 다른 문명이 탄생되며 역사가 반복되어 왔다고 주장한다. 레베카 코스타는 『지금 경계선에서』란 책에서 더딘 인간의 진화와 빠른 사회적 발전 간에 격차가 벌어지며 발생하는 문제를 지적한다. 그녀는 한 사회가 더 이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사고할 수 없는 "인식의 한계점"에 도달할 때 문명을 붕괴시킬 수 있는 위험에 처한다고 말한다. ● 사회와 인간은 복잡성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그 어느 때보다도 복잡성이 증가한 21세기 현대 사회와 문명 속에서 현대인들은 지속적인 발전을 끝없이 추구하고 있다. 날로 증가하는 복잡성으로 인류는 붕괴를 맞이할 것인가, 아니면 진보와 발전을 통해 유토피아를 이룰 것인가. 멸망이 아닌 진보로 나아가기 위한 해법은 세 가지다. ● 첫째는 스티브 잡스가 시도한 방법이다. 융합을 통해 모든 기술적 복잡성을 단순하면서도 일관된 디자인과 인터페이스에 속에 감춰버리듯 사회의 소통 관계를 기술적으로 단순화시키는 전략이다. 즉 다문화 간의 개방, 소통, 공유를 보장하면서도 복잡한 사회와 환경을 극단적으로 단순화시키며 모든 디지털 환경을 인간 중심으로 집중시키는 것이다. ● 둘째는 레베카 코스타의 해법으로 통찰과 사고 그리고 집중력을 통한 복잡성과의 결별이다. 즉 우리가 마음을 느긋하게 가지고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분위기를 조성하여 통찰을 이끌어낸다면 복잡성을 감당할 역량이 높아진다. 휴식을 취하거나, 요가나 명상을 하거나, 바깥에서 잠시 걷는 것 등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 셋째는 마샬 맥루한이 이야기하는 인간의 생물학적 진화이다. 보다 다감각•공감각•통감각적으로 인간의 감각이 확장되고 진화함으로써 사회의 복잡성 증가에도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스스로 갖춘다는 것이다. ● 이 중에서 첫째는 사회의 복잡성을 외부 환경의 기술적 소통 시스템을 단순화시킴으로써 해결하는 방법이고, 둘째와 셋째는 내부적인, 즉 우리들 인간 스스로가 본연의 정신세계로 회귀하거나 앞으로 나아가 진화하는 방법이다. ● 『트란스페어 한국-NRW』의 루프 전시는 게타로보 애니메이션의 시스템을 취한다. 이 시스템은 외부 환경의 변화가 아니라 내부적인, 즉 세 번째 해법인 인간 스스로의 진화와 그 의미를 같이한다. 우리는 이번에 참여하는 작가들의 작업을 물리적으로 합체시킬 것이다. 창작자의 작업들이 다소 인위적으로 결합될 때 그 전투력과 기능이 확장될지 아니면 감소할지, 합체되더라도 각자의 정체성과 기능을 유지하며 또 다른 전투기능을 발휘할지, 또한 관람객은 이 복잡성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실험하게 될 것이다. ● 21세기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사회의 제도나 규범뿐만 아니라 인간의 가치관이나 타자와의 관계성 또한 다면화시키며 복잡성을 증가시킨다. 하나의 정체성을 가진 자아가 보다 빠른 속도로 수많은 타자들과 강제적인 관계성을 맺을 때 우리의 정체성은 어떻게 확장되고 변화될 것인가. 하이퍼 소시얼리티나 다면적 페르소나라는 신개념의 인간상이 21세기의 인간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또 다른 단어로 제시되고 있는 이때, 이번 전시는 우리에게 작은 실험적 모험이 될 것이다. ■ 대안공간 루프

Sascha Pohle_Statues Also Die_16mm Film (B&W, Silent)_00:08:20_2012
Juergen Staack_Silent Talk_Performance and Installation_2012
원성원_Piling Yesterday_C Print_125×164cm_2012
이수경_Twin Dance_Video_00:11:38_2012

아르코미술관 TRANSFER: 교차적 시선 ● 독일 엔에르베(NRW) 공공 문화후원 기관인 문화사업국이 주최하는 『트란스페어 대한민국-독일NRW 2011/12/13』은 문화예술 교류를 중심으로 양국의 기관과 예술가, 비평가, 큐레이터 등이 참여하는 장기간의 문화 네트워크 프로그램이다. 그런 의미에서 트란스페어 프로젝트는 도시, 역사, 문화와의 접촉을 기록한 살아있는 아카이브이며 날카로운 비평과 생산적인 의견이 교환되는 현재 진행형의 예술 실천이다. ● 한국과 독일의 예술가들은 지난 3년간 두 나라를 오가며 이행한 기능간, 지역간, 문명간의 관계 맺기와 이를 통해 발생되는 물질적, 심리적, 감성적 전이 실험을 작가 개개인의 관심과 영역 안에서 발전시켜 왔다. 낯선 삶을 인지하는 행위는 상호간의 작용, 즉 어떤 만남을 통해 자신을 넘어서려는 변화의 성분을 가동시키면서 이루어진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예술가들은 3년간의 기억과 예술을 향한 그들의 고유시선을 교차시키며 변화무쌍한 생성의 흐름 속에서 유동적일 수 있는 자신의 정체성을 새롭게 정립해 나갈 기회를 갖고자 한다. 트란스페어 프로젝트의 마지막 여정 중 하나로 아르코미술관이 기획한 이번 전시는 8명 예술가들 - 김기라, 나현, 원성원, 정연두, 얀 알버스, 루카 핀아이젠, 마누엘 그라프, 젭 코베어슈테트 - 이 그린 교류 행위와 그 과정을 추적하는 관객과의 우연한 다이얼로그에 초점을 맞춘다. ● 정연두는 대표작 다큐메터리 노스탤지어에서 70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카메라가 포착하는 어느 한 순간도 멈추지 않은 채 철저하게 '편집'을 배제하고 한 컷(Cut)으로 작업하며 실재와 가상을 연결한다. 마누엘 그라프는 페르시안 건축 양식인 4 이완 모스크의 개념을 설명하는 3D 애니메이션을 통해 다른 문화를 경험하면서 비롯되는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을 관객들에게 제시한다. 재료가 지닌 물성에 주목하는 루카 핀아이젠은 액체, 고체, 기체 등으로 서로 전이되면서 변화되는 생성의 순간을 지속적으로 실험하고 있다. 원성원의 사진작품은 작가의 눈에 의해 포착된 수백 장의 디지털 이미지들이 선택되고 오려 붙여지는(꼴라주) 수공적 과정을 거쳐 서로 다른 시공간을 아카이빙한 독특한 작품으로 탄생된다. ● 김기라의 이념의 무게시리즈는 지금 현재 한국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역사적, 정치적, 지역적 충돌과 갈등 현장을 묘사하고 있으며, 나현이 3년간 작업한 로렐라이의 노래는 인간이 자연과 인공의 경계를 만들어 문명을 쌓아오는 것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담고 있다. 얀 알버스의 작업은 전형적인 추상 회화처럼 보이지만 산업재료로 두께를 확보하고 그라인더로 재료를 갉아내는 등 파괴적인 행위를 통해 얻어진 확장된 회화이다. 젭 코베어슈테트는 일상의 오브제를 작품 안에서 독창적이고 유머러스 하게 해석하는데 맥주병과 목재판으로 작업한 이번 설치작품은 노동자의 삶을 대변하는 동시에 일상의 위대함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 이번 프로젝트가 공유한 다양한 기능 중 하나인 '교차비평'은 이 전시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작품의 현장성과 시대의 내밀한 흐름을 기록한 비평적 텍스트는 관객과 대상(예술작품) 사이에서 징후와 흔적으로 작용한다. 관객들은 서로간에 침투되는 다양한 시선을 겹쳐 읽게 되는 순간 또 다른 차원의 의식이 확장되는 어느 교차점에 서있게 될 것이다. 여기서 그들은 잠재적 플라네르(flâneur)로서, 현 시대의 다양한 풍경과 감정을 관조하는 전시의 한 부분이자 관찰자가 되며 우리의 삶을 돌아보고 의미를 곱씹을 수 있는 철학자가 된다. ● 이 전시는 동시대 국제교류전이 반복했던 '현대미술교류 이벤트'라는 뻔한 클리셰(Cliché)를 답습하는 대신 예술가들의 다양한 시각을 하나의 문화텍스트로 해독할 수 있는 인문학적 여정으로 관객들을 안내할 것이다. 이것은 프로젝트에 참여한 두 나라간의 문화적•역사적 트랜스(Trans-)이자 '기능, 지역, 담론의 통섭과 활성화'라는 『트란스페어 대한민국–NRW 2011/12/13』 프로젝트의 의의와 가치에 대한 강조이기도 하다. ■ 아르코미술관

Vol.20131213e | TRANSFER Korea-NRW 2011-2013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