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감적 서사

2013_1211 ▶ 2013_1217

초대일시 / 2013_1211_수요일_06:00pm

참여작가 / 정원철_장은영_김동기_최인호_이승아_류시찬

관람시간 / 11:00am~06:00pm

나무화랑 NAMU ARTIST'S SPACE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5번지 4층 Tel. +82.2.722.7760

목판화의 '육감적 서사' ● 육감은 육체의 기관을 통한 오감(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에 두뇌 혹은 마음(意)을 더해서 직관적으로 세계나 현상을 접촉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혹은 마음이 아닌 우리 몸의 또 다른 감각일 수도 있겠다. 어쨌든, 그런 육감에 의한 체험들을 인식하고 기술하는 서사는 인간만이 만들어 내는 자연스런 표현이자 이야기다.

정원철_거친풍경_리노컷_118×180cm_2013
장은영_羈 束(기속)_우드컷_144×120cm_2013

여섯 명의 작가가 자신들이 대면했던 사건과 심리와 현상에 대한 감각적 경험과, 거기에서 기인하는 생각들을 목판화라는 장르로 발설하고자 나타났다. 각자의 체험과 감각방식이 다르니 사건도 발언도 형식도 표현도 주제도 모두 다르다. 외부세계를 마주하면서 발생하는 것들을 기록하기도, 또는 작가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발생하는 어떤 증상을 표현하기도 한다. 육감으로 입수하여 느끼거나 깨달은 통각들을 육체적 노동과정인 목판화를 통해서 인식적인 서사과정으로 배설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목판화라는 장르가 작가 특유의 예민한 더듬이인 육감(六感)을 통해 동시대성을 포착해 낼 때, 그것은 대단히 육감(肉感)적인 동시에 서사를 통한 지성이 되기도 한다. '육감적 서사'전은 바로 이런 모토에서 추구하는 소통을 위해, 또 다른 육감(第六感)의 가능성을 열고자 하는 것 같기도 하다.

김동기_아파트_우드컷, 콜라주_91.4×182.2cm_2013
최인호_가족들끼리 소주한잔해요 아버지!_142×124cm_2012

여섯 작가의 발성법은 모두 흥미롭다. 이들에게선, 전체적으로, 전통적인 우리 목판화의 간단한 선각은 별로 찾아볼 수 없고, 반복적인 섬세한 칼의 운용에 의한 지난한 장인성의 흔적이 두드러진다. 그 결과로 도출된 이미지의 사실적인 정교함은 칼 맛과 목판면의 물질성을 절제하면서, 동시에 표현성보다는 드라마틱한 서사적 상황으로 우리의 해석을 유도하며 이끌어 간다. 내용과 형식에서 독립성을 가졌지만, 목판화의 '형식'에서 이런 공통분모를 가졌기에 이번 전시처럼 이합집산이 가능한 것이리라 여겨진다.

이승아_숲_리노컷_120×150cm_2013
류시찬_고뇌_우드컷_90×180cm_2013

구체적인 사대강의 현장성으로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다큐화하는 정원철의 역사적 리얼리즘의 시각/ 실존적 상황과 풍경을 합일하며 교감의 통로를 제공하는 류시찬의 정서적 공간/ 내면의 현상을 숲이라는 상징기제로 번안해서 제시하는 이승아/ 인체의 부분을 확대해서 들여다보며 상처를 기호화하는 장은영의 접사기법 같은 리얼리티/ 일상적 경험을 드라마틱하게 재구성하는 최인호의 몽타쥬 언어/ 반복된 아파트의 창을 보며 느낀 시각경험을 기하학적 조형으로 전치시키는 김동기의 모듈화 된 추상적 풍경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문법과 어법이지만 그 밑바탕을 관통하는 것은 과거와는 다른 동시대적 목판화 언어의 도출 의지다. 한편 반대지점에서 보자면, 이들의 모임은 판각에 있어서 재현적 기법에 충실한 작가들의 모임으로 보일수도 있다. 그러나 조형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면 이 작가들이 서로 다른 육감을 통해서, 단순재현을 넘어서는 문제적 의식에 의해 '서사적 형상성'을 견인해 내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이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서정적 표현성' 중심의 우리 목판화계의 전반적 흐름 속에서 또 다른 목판화의 내용적/형식적 시도의 새로운 한 축이 될 수 있다고 여겨지는 부분이다. 동시에 한국의 목판화가 한 층 다양하게 넓어지는 단서들 중의 하나로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 김진하

Vol.20131211i | 육감적 서사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