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처럼...

민병길展 / MINBYEONGKIL / 閔丙吉 / photography   2013_1211 ▶ 2013_1220 / 일요일 휴관

민병길_물처럼..._피그먼트 프린트_80×80cm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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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3_1211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요일 휴관

유엠갤러리 UM GALLERY 서울 강남구 신사동 546-2번지 3층 Tel. +82.2.515.3970 www.umgallery.co.kr

민병길의 작품에 자주 나타나는 안개가 뒤덮인 산천의 풍관은 기계복제시대에 동양의 수묵화를 해석한 듯하다. 수묵화에서 보이는 여백의 미가 흑백필름을 통해 잔잔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독특한 인화과정을 통해 제작한 실험적인 사진작품은 복제품으로서 사진이 아니라 예술작품으로서 아우라(aura)를 함유한다. ● 수묵화에서 볼 수 있는 여백은 대체로 안개로 쌓인 신비하고도 애매한 빈공간이 하늘로 혹은 바다로 존재한다. 그는 실제 사물들(나무나 제방, 새 등)을 화면에 아주 미세하게 부분적으로 포치시켜 놓는다. 텅 빈 공간. 그것은 민병길의 작품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이다. 이는 감성과 이성의 틈새를 가로지르고,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유희의 공간이다. 하늘과 바다로 이루어진 텅 빈 공간은 수평만을 명시적으로 열어내는 공간이 아니라, '물'과 '안개'라는 대상을 앞세워 그것의 지평에 대한 탐색을 지속하게 하여 되가져오게 한다. 일시적 시간의 얼개 구조 속에 과거의 수평이 시야에 들어오고, 이 시각이 열린 채 유지됨으로써 기존의 수평에 대한 인식에서 벗어난 수평선이 재생산된다.

민병길_물처럼..._피그먼트 프린트_80×80cm_2013
민병길_물처럼..._피그먼트 프린트_80×80cm_2013
민병길_물처럼..._피그먼트 프린트_80×80cm_2013
민병길_물처럼..._피그먼트 프린트_80×80cm_2013
민병길_물처럼..._피그먼트 프린트_80×80cm_2013
민병길_물처럼..._피그먼트 프린트_80×80cm_2013

더구나 안개로 뒤덮인 아스라한 빈공간은 이성으로 파악하고 분석하기에는 불가능해 보인다. 그 시원성(始原性)조차 가늠하기 어렵고 그 끝을 예측하기조차 힘들다. 그가 담아내는 흔적(안개, 물, 하늘, 대지)들은 현전(現前)하는 공간이 아니다. 민병길의 작품에 드러나는 이 빈 공간은 존재자가 관계를 맺고 있는 세계에 대해 열려있는 공간을 의미한다. 창조를 위한 유희의 이 빈 공간은 분해되고 이전되고, 또한 다른 것을 지속적으로 지시한다. 민병길이 채집한 흔적들은 운명적으로 처할 수밖에 없는 고정된 소멸의 공간이 아니라, 존재와 세계와의 관계를 끊임없이 형성하는 불멸의 공간이다. ● 현 존재가 존재의 의미를 만날 수 있는 본래적 공간, 주어진 의미나 이해에 머물지 않고 창조의 존재성을 위해 바닥으로 떨어지는 하강과 은닉에 자신을 기꺼이 열어두는 공간, 굳어진 것과 고정된 것에 그 경계를 허무는 유희의 공간, 기존의 존재에 대한 고착된 이해를 벗어던지고 체험하게 되는 경이로운 공간, 이것이 민병길에 텅 빈 공간에 주목하는 이유이다. ■ 김형숙

Vol.20131211a | 민병길展 / MINBYEONGKIL / 閔丙吉 / photography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