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자리

최선희_배미정 2인展   2013_1202 ▶ 2013_1214

초대일시 / 2013_1207_토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대안공간 정다방프로젝트 Gallery Jungdabang Project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4가 7-1번지 B1 Tel. +82.2.2633.4711 jungdabang.com

화분이 시들어간다 목을 잡아 이리 저리 움직여 보았다 쑥하고 힘을 주면 쏙하고 뽑혀 나올 것만 같다. 아직 하트모양의 초록 잎이 무성한데 ..죽어가고 있구나. 순간 내게 말을 걸듯 사그락 사그락 바람에 소리를 낸다. 잠시 무심히 눈을 두었다. 따뜻한 오후에 익숙한 외면.. 감정 없이 읽혀진 활자 같은 일상을 또박또박 읽어가다. ■ 최선희

최선희_지워진 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130cm_2013
최선희_살고있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2.5×92cm_2013
최선희_보금자리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117cm_2013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있는 사람들의 흔적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그 마음 씀씀이에 애잔해진다. 누구나 그러하겠지만 자신들만이 가지고 있는 애착의 공간이 있을 것이다. 누구에게는 한 평도 안되게 작지만 자기가 꾸며놓은 곳일지도 모르며, 누구에게는 낡아빠진 아파트 앞에 괴물처럼 몸을 비틀며 자유롭게 뻗어가고 있는 향나무 밑 일지도 모르며, 마음 둘 곳 없는 누군가는 재개발 단지에 우후죽순처럼 많이 들어서있는 점집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누군가는 시멘트 넓게 발린 한강공원일지도 모른다. 그들의 삶에 끼어드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해 보이지만, 여태껏 내 자신의 시선에 집중되어 있었다면 이제 또 다른 마음 둘 곳 없는 자들이 어떤 공간을 바라보고 애착을 가지고 위안을 받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그들만의 마음의 장소이지만 실재하는 공간을 알아보고 그 장소에 대한 짧은 코멘트를 받았다. GPS좌표를 활용하여 그 공간을 직접 발로 다니며 드로잉으로 '애정지도'를 만들고 그 장소들을 회화로 옮겼다. ■ 배미정

배미정_35˚12'312"N129˚7'644"E 항해를 하는 배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7×91cm_2013
배미정_35˚10'272"N129˚7'644"E 빔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117cm_2013
배미정_미처 포장되지 못한 기억_혼합재료_가변설치_2013
숨은 자리-최선희_배미정 2인展_대안공간 정다방프로젝트_2013

어릴 적 숨바꼭질 놀이가 생각난다. 술래가 숨은 사람을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헤매 일 때 처음에는 그런 상황이 조금은 낯설고 재미있다가 결국에는 자의이든 타의이든 모습을 드러내야 할 시간이 다가 온다. 들키지 않으려는 불안한 장면 속에서 한편으로는 꼭꼭 숨은 곳을 발견해 주기를 바라는 이중적인 숨은 마음은 오늘을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존재할 것이다. 일상에서 느끼는 상실감과 불안 그리고 각기 다르게 기억되어지는 관계맺음 안에서 정신적이거나 물질적인 기관과 기억에 몸을 피한다. 그것이 순간에 의존하는 불안전한 어떤 곳일지라도-어찌할 할 수 없음을 경험하며 숨는 자와 찾는 자의 세상과의 소통은 역할을 바꿔가며 끊임없이 시도 된다. 벽이 아닌 문으로서 찾음이다. 그들 각자의 숨은 자리는 단순히 이곳과 저곳을 이동하는 행위적 의미가 아닌 삶을 지속가능하게 연결해주는 가늘고 팽팽하게 이어진 통로이기 때문이다. ■ 대안공간 정다방프로젝트

Vol.20131206d | 숨은 자리-최선희_배미정 2인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