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김시연_박형규_배성희_신호윤_오유경_이상미 정선휘_차규선_최성임_하태범_홍승희
주최 / ㈜광주신세계 기획 / 광주신세계갤러리
관람시간 / 10:30am~08:00pm / 금~일요일_10:30am~08:30pm
광주신세계갤러리 GWANGJU SHINSEGAE GALLERY 광주광역시 서구 무진대로 932 신세계백화점 1층 Tel. +82.62.360.1271 department.shinsegae.com
12월은 지나가는 해를 아름답게 마무리하기 바라는 마음에 사랑, 화해, 용서라는 행복에너지가 가득하고, 두근거리는 설레임으로 새로운 해를 맞이하기 위해 분주합니다. 이번 전시는 연말연시 지나가는 아쉬움과 새로움의 의미를 '색 color'에 담아 재해석한 전시입니다. ● 색채는 순수하게 광학적이고 생리적인 요소들과 연결되며, 눈이 지각하는 외적 현실을 모방하고 재현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 중 '흰색 white'은 빛의 색으로 긍정적인 감정인 환희, 기쁨, 확장된 느낌을 담고 있기도 하며, 깨끗하게 비워내고 하얗게 덮어 현실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의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화이트 큐브인 전시장에 하얀 옷을 입은 작품들은 카멜레온처럼 보호색을 입어 눈에 띄지는 않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면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는 미묘하게 표현된 화이트 작품들을 통해 색으로만 쉽게 파악하려는 세상의 모습을 다르게 들여다보고, 보이는 것과 보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숭고 순수 정화의 의미를 담은 '화이트'를 테마로 엮어낸 열한 명 작가들의 작품에는 색이 없습니다. 하지만 강렬한 색채로 표현해 낸 작품 못지 않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섬세하게 감성을 자극합니다. ● 겨울과 화이트를 연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소재가 '눈 snow'입니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하얀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스티로폼으로 표현된 하얀 눈을 타고 내려오는 작은 군단들은 박형규 작가의 작품입니다. 폐품을 활용하여 만든 작은 형상은 손톱보다 작지만, 저마다의 표정과 몸짓을 가지고 우리를 동화 속 환상의 세계로 데려다 줍니다. 분청의 질료적 표면에 회화적 유희를 즐기는 차규선 작가가 담은 풍경은 하얀 눈발 날리는 자연의 모습에 작가의 심상을 담은 풍경입니다. 그리고 최근 LED 조명을 활용하여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정선휘 작가는 빛이 투과되는 한지 위에 두텁게 하얀 물감을 덮고 물감이 덮이지 않은 부분에서 은은하게 빛이 새어 나오는 모습을 통해 백야를 담았습니다. 온통 하얀 화면에 빛이 투과되어 완성됩니다. ● 하얀색을 지닌 재료를 활용한 작품도 눈에 띕니다. 전시장 한 가운데, 동화 속에 나올 법한 작은 집의 형상은 최성임 작가의 작품입니다. 순백색의 설탕 덩어리를 차곡 차곡 쌓아 올려 만든 집의 형상은 무언가를 기원하며 쌓아 올린 소원의 돌탑 같기도 하고, 바스라지기 쉬운 설탕은 신비하면서도 쉽게 사라질 것 같은 느낌으로 우리네 삶에서 익숙한 형상과 재료를 통해 쌓고, 채우지만 계속 비워지는 모습을 담았습니다. 오유경 작가의 작품은 하얀 천으로 세워진 의자형상과 그 형상이 만들어 졌다 없어지는 영상을 담은 것입니다. 사물의 세계를 생성과 소멸의 관계로 인식하여 낡고 오래된 사물들을 풀 먹인 천으로 캐스팅하고, 다시 물을 부어 없애는 행위를 통해 은유적으로 보여줍니다. 신호윤 작가는 오랜 시간 기록과 전달의 기능을 해왔던 종이를 투각하여 새로운 형상을 만들어내며 기존 재료가 가진 기능을 해체합니다. 하얀 명주실로 하얀 캔버스에 익숙한 공간을 드로잉하는 이상미 작가는 빼곡히 채워가는 실의 결로 사물의 형태를 구분하며 사물의 지문을 담습니다.
그리고 주변의 현상에서 색을 배제함으로써 익숙한 모습을 다르게 들여다 보게 합니다. 홍승희 작가는 일상의 사물에 주름을 만들어 하얗게 주조해 낸 주름으로 순간의 움직임을 담고, 그 사물에 반응하는 우리의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합니다.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소금, 비누, 지우개 가루, 주방용품 등을 이용한 설치작품과 이들을 촬영한 사진을 이용하여, 인간의 실존적 고독과 소외감을 은유적으로 표현해 오고 있는 김시연 작가의 사진은 누르스름한 화면을 통해 위태롭고 불안한 인간의 심리 상태를 섬세하게 담아냅니다. 배성희 작가는 도시의 혼잡한 요소들을 삭제하고 잘 정돈된 도시 계획만 남겨진 모습을 간략하지만 세밀하게 표현된 판화작품으로 인간의 욕망을 무심히 들여다 봅니다. 조각을 전공한 하태범 작가의 사진은 자신이 언론을 통해 접한 세계 곳곳의 사건을 하얀 재료로 조각하고 연출한 장면을 담은 것입니다. 실제 사건을 하얗게 구성한 것은 사건에 고스란히 담겼던 감정의 색을 뺀 행위입니다. 미디어에 잠식하여 감정이 메말라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 색은 없지만 익숙한 형상들을 익숙한 재료, 익숙한 행위로 담아낸 작품들을 통해 지나가는 해의 아쉬움을 비워내고, 다가오는 해의 설레임을 채워 넣을 수 있는 마음 속 하얀 공간은 만들어 보심은 어떠실지, 조심히 제안해 봅니다. ■ 광주신세계갤러리
Vol.20131205k | WHITE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