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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3_1204_수요일_04:00pm
참여작가 강준_공현웅_권소연_김남희_김보경_김보미 김소연_김예랑_김은주_김향신_나영선_나지균 노수빈_문시내_문지현_박차현_박혜원_배수혜 성승원_신가영_신선아_안솔지_오유림_원은영 유성택_유지민_윤지수_이빛나_이상현_이승아 이지은_임은혁_장수지_전예인_정경운_정그림 정선아_정인태_정종환_정하은_최봉석_최연서 최윤선_최재연_최진훈_하재선_함지원
관람시간 / 10:00am~08:00pm
국민아트갤러리 KOOKMIN ART GALLERY 서울 성북구 정릉로 77(정릉동 861-1번지) 국민대학교 예술관 2층 Tel. +82.2.910.4465 art.kookmin.ac.kr/site/fine.htm
국민대학교 회화과 졸업전시를 위한 가이드 ● 바야흐로 졸업전시 시즌이다. 이번에 소개하려는 국민대학교 회화과의 졸업전시는 다른 미대에 비해 조금 늦게 오픈하는 편이다. 비단 국민대학교 회화과 뿐 아니라, 졸업을 앞둔 많은 미대생들은 다가오는 졸업전시를 위해 다양한 층위에서 에너지를 쏟는다. 그림을 그리고, 스테이트먼트를 쓰는 등의 노력이 있고, 전기 배선과 페인트 칠, 디스플레이와 같은 노동도 있고 졸업 전시를 위해 쓰일 돈을 버는 학부모들, 혹은 학생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도 존재한다. 필자는 국민대학교 회화과에서 졸업 전시를 했던 경험을 살려서 지나치기 쉬울 법한 미대생의 노력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전시가 열리기 몇 주 전부터 국민대학교 회화과의 실기실은 모두 깨끗하게 비워진다. 그리고 예술관의 아트갤러리와 바로 아래층의 로비, 앞서 깨끗하게 비워진 실기실을 일시적으로 갤러리로 바꾸는 공동 작업에 들어간다. 캔버스 천위에 불규칙적으로 발라진 물감 덩어리들을 회화로 재탄생시켜주는 '하얀 벽'을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것은 이데아의 세계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손수 만들어야 한다. ● 미대생들은 돈을 각출해서 나무를 주문하고, 못들을 사서 조립하고, 건축용 퍼티로 틈새를 매꾸고, 매끈하게 사포질을 한다. 그 위엔 흰 색 수성 페인트를 부드럽게 몇 번이고 덧칠해주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종종 누군가가 다치기도 해서 큰 소동이 일어나기도 한다. 비록 목공작업에 비교적 익숙한 학생들일지라도 꽤나 위험한 작업이다.
남학생들은 군대식으로 조직을 편성하고 야간작업을 통해 효율적으로 움직인다. 공구를 다루는 일에 익숙지 않은 여학생들은 이어붙인 합판의 틈새에 퍼티로 틈새를 매꾸고 함께 페인트를 칠한다. 이 과정에는 졸전을 앞둔 4학년들만 투입되지 않는다. 후배들은 맘에 드는 선배를 선택하여 졸전 도우미로 배정된다. 이 과정에서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자신의 작업을 설명하고, 도와주어야 할 부분에 대해 서로 공유한다. 어떤 이들은 몰래 집에 가기도 해서 원성을 사기도 하지만 대부분 진지하게 할 수 있는 데까지 힘을 합쳐 작업에 임한다.
이렇게 몇 주간, 실기실의 환경이 정리되고, 새롭게 제작된 흰 벽이 들어올 즈음이 되면 교수와 학생들 사이에는 협의, 협박, 회유, 동조, 설득 등등 온갖 대화의 기법 등등이 오간다. 그리고 마침내 전시 자리가 정해진다! 본래 예술관의 로비는 회화과만의 것은 아니지만 허나 일시적으로 전시를 위해 동원된다. 교수들은 학교의 관계자들과 협의하여 이 공간을 회화과가 사용할 수 있게끔 꾸준히 마음을 쓴다. 이 모든 관계들이 전시를 위해 엮어진다. 이것은 꽤나 전시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요소지만 정작 관객들은 볼 수는 없는 재밌는 부분이다. ● 이렇게 만들어진 흰 벽의 공간에도 좋은 자리가 있고, 좀 아쉬운 곳이 있다. 일반적으로 좋은 자리라 하면 전시의 얼굴마담역할을 할 수 있는 1층의 갤러리와 로비이다. 그곳엔 흔히 '에이스'들이 될 법한 작품들이 걸린다. 모두 공을 들이고 노력했지만 차이는 언제나 존재한다. 간혹 좋은 자리에 올리지 못해 시무룩해 하는 사람들도 있을 테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각자의 사정이다. 관객들에겐 공간의 조건상 자연 발생하는 위계에 기초해 전시를 아우르는 시선을 가져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가끔 실기실 쪽에는 완성도를 떠나 지나치게 실험적이거나 비타협적인 작업들도 존재하게 마련인데, 그것을 발견하는 것도 재밌을 것이다.
이런 저런 과정 끝에 구획이 정해지면, 아쉬움과 설렘은 접어두고, 각자의 갤러리를 꾸미기에 들어갈 시간이다. 어쩌면 1년 전, 2년 전부터 선배들의 졸전을 도우며 마음속에 밑그림을 그려나간 학우들도 있을 것이다. 혹은 뭘 해야 할지 막막해하는 이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대부분은 익숙할 것이다. 왜냐하면 4학년 1학기엔 아트갤러리에서 각자 부스를 준비하여 개인전을 해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람객 여러분께서 감상하실 작품들은 대부분 1년 이상 고심하고, 그들의 실기실에서 익은 것들이다. ● 그것은 때로 유명한 작가의 영향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하고, 회화적 완성도가 떨어지기도 하고, 혹은 인터넷에서 퍼온 어떤 사진들을 왜 옮겼는가? 따위의 궁금증을 자아내는 미숙한 것들일 수도 있다. 어떤 것은 머리보다 손이 지나치게 빠르고, 어떤 것들은 그 반대이고. 5년만 지나도 부끄러워 할법한 예명을 통해 발표한 것도 있을 것이다. 도저히 읽을 수 없는 영어 제목도 있을 것이고, 한자 제목도 있을 것이다. 마저 읽지도 못한 철학자들의 저서를 약방의 감초 마냥 작업을 억지로 짜 맞춘 스테이트먼트도 있을 것이다. 그 모습은 마치 멋은 부릴 줄 모르지만 부리고 싶어서 영창 피아노 덮개를 목도리처럼 둘러쓴 마냥 우스꽝스러울 수도 있다. 혹은 전혀 야심 없이 무난한 졸업을 위해 준비한 작업들도 있을 것이다.
사실 우리들은 이 모든 결점들을 다 알고 있다. 오랜 크리틱 과정을 통해, 타인의 시선으로 자신의 창작물을 바라보는 수업을 거치며 스스로를 보완해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들은 모른다. 앞으로 이들이 무엇이 될지, 누가 될지. ● 확실히 앞으로는 좀 달라질 것이다. 누군가는 이미 대학원 원서를 냈고, 누군가는 유학준비를 하고, 또 누군가는 미술과는 전혀 상관없는 곳에 취업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작가로 살아갈 것이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에 일회일비하거나 순간의 성취를 발견한 것에 대해, 미미한 결점들에 대해 연연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원래 결점이야 말로 우리의 특권이다. ● 이 가이드의 핵심은 작업들이 이곳에 놓일 수 있게 된 수고와 마음 씀씀이에 대해서 느껴주길 바라는데 있다. 새롭게 덧칠된 페인트 냄새는 조금 지독하지만 4년 동안 학생들이 먹고, 자고, 그림 그리며 생활하던 실기실의 냄새까지 지우진 못한다. 이들의 작업들은 여러분이 그림을 감상하는 바로 이 공간에서 고심하고, 이야기하며, 밤을 지새우고, 그려온 끝에 이뤄진 것들이다. 하여, 이 순간을 도래하게끔 이끌어온 과정들을 음미해주시길 바란다. 정릉의 차갑고 단정한 공기와 맞물려 제법 괜찮은 순간이 될 거다. 이들에게 큰 박수를 부탁한다. (2013.11.14) ■ 오도함
Vol.20131204a | 직시 直視 Confrontation-제13회 국민대학교 미술학부 회화전공 졸업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