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3_1129_금요일_04:00pm
참여작가 김흥구_서평주_윤동희_임태훈_전준모_조경란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대전시립미술관 창작센터 DAEJEON MUSEUM OF ART 대전시 중구 은행동 161번지 Tel. +82.42.255.4700 dmma.metro.daejeon.kr
인터로컬(Interlocal)은 상호지역성(inter-local)을 기반으로 하는 연례 기획전으로 2013년에는 각 지역의 내적 특성을 전제로 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다룬다.『일상의 정치』라는 타이틀로 진행하는 이번 전시는 서울-제주, 부산, 대구, 서울, 광주, 대전에서 정치, 사회적 이슈를 창작활동에 적극 도입하여 궁극적으로 치열한 삶의 단면을 내러티브화하는 김흥구, 서평주, 윤동희, 임태훈, 전준모, 조경란 등 여섯 작가들을 초대하였다. 이들의 작품은 일상에 내재해 있는 미시적 차원의 정치적 맥락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사회의 현실적 구조 안에서 작가들의 예술적 실천이 빚어낸 다양한 의미를 가늠하게 한다. ● 현실적 구조, 즉 '현재 실제로 존재하는 사실이나 상태'의 구조 안에서 예술적 행위를 실행하는 작가들은 그 영역과의 관계를 맺음으로써 의미를 생성하기 위해 해당 영역의 구조를 직접 이용한다. 이러한 실천 과정에서 작가들은 실제적으로 삶이 이뤄지는 공간에 대한 성찰적 행위를 취하고, 상생의 예술적 태도를 통해 삶과 예술 그리고 그 사이에서 정치, 사회의 관계적 문제를 들여다본다. 작가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시대에 예민하게 맞닿아 있고 그러한 조건 아래 발생한 그들의 작품은 사회 곳곳의 맥을 정밀하게 감지한다. 그들은 사변적이지 않은 태도로 현장의 부호를 탄생시켜 사회문제를 추적할 수 있도록 한다. 이 결과는 마치 선정된 사회의 표본처럼 다양한 범주로 드러나 그 비물질적 구조를 표출하는 계기가 된다. 그러므로 예술로 현실을 사유하고, 사회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접근통로이자 중요한 논제이다. ● 일상은 일종의 개인화된 무대이기에 그 범위와 내용은 상대적이며 제한적이지만, 가장 궁극적인 특질은 행위의 반복을 통해서 견고한 구조를 형성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상은 착취와 지배의 구조로 점철되어 있고, 그 안에서의 반복은 공허를 생산하고 진부함을 답보한다. 하지만 이는 사회구조를 유지하고 작동하는, 즉 가장 적합하게 개인화 한 결과로서 익명의 행위는 한계에 있고 그들의 생애는 모두 기록되지 않는다. 하지만 사적인 기억은 개인사를 엮어내어 서술을 낳고 이는 다시 사회사에 연결되어 서사를 이끌어 결국 일상의 문제를 다루는 정치에 관한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 결국『일상의 정치』는 국지적 사건과 그 기억이 증명하는 국지적 고통을 통해 이는 소수에게만 유효한 특정적, 집단적 측면이 아니라 우리의 삶 곳곳에 잠재해 있는 '참화(慘禍)'를 현시하고자 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우리로 하여금 현실적 문제의 숨겨진 동기와 같은 근원을 능동적으로, 심층적으로 통찰할 것을 독려한다.
김흥구(1978년 경북 영양 출생) ●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김흥구는 제주도 '해녀(좀례)'를 10년이란 시간을 통해 담아냈고, 그 과정에서 제주도의 역사가 할퀸 상처의 아픔을 '트멍(틈, 구멍의 제주도 방언)'으로 읽어낸다. 하지만 작가는 그 아픔을 지극히 담백한 시선으로 잡아냄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경솔한 연민을 유발하지 않는다. 일제 강점기에서 미군정 시대로, 억압에서 학살로 이어진 역사가 상처 낸, 아마도 훨씬 그 이전부터 차곡하게 쌓여온 잔인하고 억울한 흔적으로 남은 '트멍'은 이 가슴에서 저 가슴으로 이곳에서 저곳으로 섬 전체를 관통하는 잔인한 기억이자 죽음의 기록이며 우리의 역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재의 시간은 멈추지 않고 제주도를 날카롭게 찢으며 내일의 트멍을 다시 누적한다. 작가는 결국 뭍에서 바라보는 '하늘이 베푼, 자연의 은혜가 가득한' 천혜의 섬 제주가 아닌 상처의 섬에서 여전히 트멍을 새기며 살아내고 있는 제주도의 삶을 이야기한다.
서평주(1985년 부산 출생) ● 부산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서평주 작가는 정치를 대상으로 삼아 그 '사실들'에서 단순한 조작 방식을 취해 현실의 문제를 직접적이며 절묘하게 끌어낸다. 작가의 날카로운 시선과 특유의 유쾌함으로 현실의 부조리를 풍자하여, 부조리를 구축하고 있는 정치적 구조에 즉각적으로 관계를 맺음으로써 그 복합적인 층위를 희화적 서사로 드러낸다. 예를 들어 작가는 '조중동' 신문의 이미지와 기사에 직접 개입하여 미디어적 '팩트'를 작가 자신이 체감하는 현실적 '팩트'로 재생산한다. 작가가 조작한 텍스트는 여론이 옹호하는 지배 권력의 모순을 유머러스하고 재치 넘치게 드러내며 더 우월하게 '기사화'함으로써 '독자'의 공감을 강하게 이끌어낸다. 물론 작가는 실제적 삶에서 채집한 위급한 사태를 비단 지면이라는 한정적인 영역에만 의존하지 않고 회화, 영상, 오브제에 담아 그 채널을 확장한다.
윤동희(1983년 대구 출생) ● 대구에서 초대된 윤동희 작가는 권력의 지배구조가 행사하는 폭력과 그 폭력을 유지하는 '변질된 믿음'에 관해 오브제, 영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이야기한다. 작가는 자신의 성장과정에서 강요된 종교와 그것을 거부할 수 없었던 권위적이고 강제적인 환경에서의 경험이 궁극적으로 한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의 권력체계와 다를 게 없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작가는 자신을 억압하는 힘의 문제를 해결하는 최초의 방법은 이미 내면에 뿌리내린 특정 가치들에 대한 절대적 믿음을 스스로 깨면서부터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이러한 고민은 작가의 작업을 피우는 비옥한 영토로 자리 잡는다. 여기서 형성된 작가의 관심은 특정사회가 생산하는 억압이 폭력의 형태로써 개인에게 전이되는 정치적 구조와 그 안에서 맺어지는 집단과 개인의 폭력적 관계를 주목한다.
임태훈(1985년 청주 출생) ●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임태훈은 2008년부터 판문점 방문을 기점으로 'DMZ 안보관광단지', '천안함 사태' 관련 촬영을 통해 전후 2, 3세대가 갖는 한반도 분단에 관한 시선을 작품에 투영한다. 작가의 이미지가 전송하는 기호들은 우리의 분단 상황을 위태롭게 담아내지 않으며, 그 사실이 빚어낸 비참한 희생을 어루만지지도 않는다. 작가의 프레임 안에는 공간과 상관없는 행위가 발생하는 전복의 현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분단을 자신들의 현실로 바라보지 못하는 세대에게는 이러한 대치 상황이 결코 잔악하고 비극적인 증거로서 어떤 힘도 발휘하지 못한다. 분단을 현전에서 확인할 수 있는 긴장된 공간은 유희적으로 변질되어 관광객의 방문에 집중되고, '타인의 고통'일 뿐인 외국인 관광객들은 유일한 분단국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하면 그만이다. 이는 이미 우리의 일상에 고착되어 있는 남북분단에 대한 관념을 여실히 대변하는 듯하다. 결국 작가는 분단에 익숙해진 상황 자체가 우리의 긴박한 일상이며, 이는 잠재적으로 살아 있는 모든 이들을 포함하고 있음을 고한다.
전준모(1980년 대구 출생) ● 베이징에서 돌아와 광주를 활동 근거지로 삼은 전준모 작가는 사회구조에서 다양한 당위성으로 자행되는 폭력적 행위와 그 원인에 대해 사유한다. 작가는 '폭력'이란 그 행위를 실행하는 자가 스스로를 포함시키지 않은 채 사회적 통념의 범주를 벗어나 상대를 파괴할 때 성립된다고 본다. 이 관점에서 작가는 만약 사회적 통념 안에서 폭력이 정당화되는 경우에는 무엇이 배제되고 무엇이 포함되는지에 골몰하며 그 판단기준의 실체를 파악하고자 작가 개인이 간주하는 폭력의 모호한 지점을 사회에 세운다. 이를 위해 작가는 인간의 영역에서 길러내는 '생명'이 죽음으로 이르는 상황이나 인간의 영역으로 다른 '생명'을 끌고 와 파괴하는 현장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사진과 오브제로 박제한다. 작가가 마련한 장치로써 죽음을 지켜보는 시간이 우리의 정서에 미치는 파급은 폭력이라는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더욱 정확한 시선으로 그 본질에 직면할 수 있도록 다그친다.
조경란(1975년 서울 출생) ● 대전 작가 조경란은 2차원의 표면(surface)을 기점으로 그것을 발생시키는, 그것으로부터 파악할 수 있는, 그것이 상상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들의 실체를 고민한다. 작가는 일련의 작업을 통해 권력과 자본이 지배하려는 시도가 이뤄지는 장(場)으로서, 이에 대항하는 실천의 장(場)으로서의 표면을 바라본다. 표면은 작가에게 있어 지면이 되기도, 수면이 되기도 하지만 작가의 주목을 끄는 2차원적 면들은 반드시 물리적이지 않다. 오히려 심리적인 영토로서 표면의 양상을 구축하기 위해 결정적 작용을 일으키는 존재들과의 유기적인 관계를 연상하는 곳이다. 일간지를 활용하는 작가는 근대적 권력의 상징물로 재료를 인식하고, 신문을 조작하는 것은 곧 권력이 생성한 체계와 시스템을 뒤틀어버리는 행위로 바라본다. 작가는 바닥에 일간지를 접어 가지런히 늘어놓거나 서로 맞대어 중첩하는 방식으로 일간지가 포함하고 있는 이미지와 텍스트의 형태를 활용해 표면을 드러낸다. 편린으로 만난 각각의 조각들은 새로운 조합으로 다른 조형적 텍스트를 탄생시킴으로써 은유적 내러티브를 생산한다. ■ 대전시립미술관 창작센터
Vol.20131129h | 인터로컬 2013 : 일상의 정치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