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 리퀴드 프로젝트 (TRANS LIQUID PROJECT) ● 창조와 파괴를 반복하는 디오니소스적 놀이 Trans Liquid Project는 물 위에 그림 그리고 지우기를 반복하며 만들어낸 다양한 이미지들을 서로 조화시켜서 하나의 새로운 이미지로 탄생시키는 작업이다. 액체 고유의 특성으로 인해 작업 과정은 어린아이가 바닷가에서 모래성을 쌓고 허무는 행위처럼 파괴와 창조를 되풀이하는 디오니소스적 놀이가 된다.

에밀리 영_Trans Liquid Project #6_종이에 혼합재료, 유채, 수채_100×100cm_2013

에밀리 영_Trans Liquid Project #10_종이에 혼합재료, 유채, 수채_90×150cm_2013

에밀리 영_Trans Liquid Project #11_종이에 혼합재료, 유채, 수채_90×150cm_2013

철학자 니체(Nietzsche)는 이 세계가 어떤 질서도 목적도 없는 영원한 생성의 흐름 속에 놓여 있다고 보고 이를 디오니소스적인 영원한 자기-창조와 자기-파괴의 과정에 비유한다. 여기에서 법칙의 필연성은 우연성으로, 규범의 엄숙함은 놀이로 전도된다. 결국 모든 가치는 창조될 수밖에 없고 그것의 최초의 방식은 놀이와 실험이다. 즉, 가치의 탄생은 놀이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미의 창조는 놀이의 형태로 나타난다. 니체가 예술생리학에서 예술적 행위를 놀이(spiel)로 설명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에밀리 영_Eating a Snail_종이에 피그먼트 잉크_59×88.5cm_2012

에밀리 영_Funky Monkey_종이에 피그먼트 잉크_40×40cm_2012

에밀리 영_Reading Tuscan_종이에 피그먼트 잉크_50×50cm_2012

작가는 Trans Liquid Project를 통해서 예술이 어떻게 놀이의 정신을 대변하는지, 그리고 인간이 이러한 놀이 정신을 통해 자신을 가치 창조자로 우뚝 서게 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이러한 작가의 입장은 작품 창작 과정에서 예술가의 계획이나 선택에 의해 의도된 결과를 만들어내기 보다는 '우연'을 중시하는 태도로 나타난다. Trans Liquid Project에서 비결정성이 중요한 이유는 예술을 특정 목적에 가두지 않고 미지의 것, 새로운 것에 도달 가능하게 하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작업 전에 이미지의 구체적 비전을 가질 수 없고 작업 과정의 처음부터 끝까지 우연과 놀이의 '비결정성'을 본질적인 것으로 수용한다. 우연과 순간의 긍정은 나 자신을 억누르는 온갖 종류의 법칙과 목적의 무게를 걷어 내고 나를 모래성을 쌓는 어린아이의 순수한 예술적 충동 상태로 되돌린다. 요컨대 Trans Liquid Project는 우연과 순간의 실험을 통해서 펼쳐지는 놀이로서의 예술이며, '우연성, 비결정성, 불협화음, 생성, 놀이'는 이 시리즈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들이다. ■ 에밀리 영

Vol.20131129d | 에밀리 영展 / Emily Young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