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도톨이 찾기

이혜민展 / LEEHYEMIN / 李惠民 / painting   2013_1129 ▶ 2013_1231 / 월요일 휴관

이혜민_닭처녀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볼펜_90×60cm_2013

초대일시 / 2013_1212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30am~06:00pm / 월요일 휴관

아다마스253 갤러리 ADAMAS253 Gallery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1652-253번지 헤이리예술인마을 Tel. +82.31.949.0269 www.adamas253.com

상징과 은유, 생명의 조합 ● 부서진 장난감 세계가 아닌 새로운 생명을 얻은 조각들이었다. 작가의 작품을 만나고 첫 느낌은 부서지고 왜곡된 형상의, 상처가 느껴지는 장난감이었다. 이것은 하나의 기억이 파편화된 것을 표현한 것이리라, 작가가 은유하고 보여주려고 했던 것은 하나의 기억을 파편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언젠가는 부서질 또는 부서진 장난감 조각들을 통해 우리의 기억을 파편화한 것이라고 단정 짓듯이 생각해 버리고 말았다. 작가에게 보낸 나의 편지와 이에 답하는 작가의 내면에 귀 기울이니 이것 또한 나의 지나친 선입견이었고 그림을 보고는 "난, 다 알아"라는 식의 속단이 얼마나 작가와의 제대로 된 소통을 막고 있는지 다시 한 번 깨달았다. ● 작가의 작품은 파편이아니라 조합이었다. 그것도 도시화된 현대인들의 분해와 분석이 아닌 자연을 연상하게 하는 그저 재미있는 해학이 담긴 형상들이었고 다시 바라보니 이것은 우리에게 작가의 위트가 느껴지는 다양한 상상력을 제공하는 화면이었다. 새 생명을 얻어 새롭게 말 거는 긍정의 이미지들이다.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에 나오는 장난감을 못살게 구는 어린이의 장난감 통에 담긴 불쌍한 장난감들이 아닌 부서진 그 조각들을 새로운 생명체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재탄생의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이다. 사물을 바라보는 위치를 어디로 하느냐에 따라 작품의 해석은 정말 다양하다. 사물을 어느 시각, 어느 입장에서 바라 보느냐에 따라 우리의 인생을 보는 사고는 천국과 지옥을 오고 간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다.

이혜민_뽑기의 신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볼펜_91×116cm_2013

작가는 오브제에 관심과 애정을 둔다. 예민하게 눈을 가다듬고 사물들 속에서 작은 보석 하나를 찾아낸다. 그것은 반짝이는 조약돌 일수도 있고, 진짜 보석일 수도 있다. 아이들이 아무것도 아닌 하찮은 물건에 집착하는 것처럼. 버려진 물건들일 수도 있는 것들 속에서 새로운 생명을 생각해 낸다.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기 위해 작가는 자연에서 다양한 생명체에 관심을 쏟는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동물들에서부터 전혀 새로운 상상의 동물에 이르기 까지. 이 동물들의 포즈와 이들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는 우리들 삶의 이야기 이다. 작가는 지극히 개인적인 자신의 이야기를 작품의 오브제들을 통해 새롭게 만들어진 작가만의 이미지들로 화면을 채우고 있다. 이는 자신의 일상을 투영하여 대변하는 인물로 인식되어진다. 많은 사람들이 진정한 공감은 진솔한 작가 자신을 표현하는데서 이루어진다. 작가가 철저히 자신의 내면에 귀 기울여 내면이 하는 이야기들을 솔직한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해 낼 때. 그것이 작가에게 딱 맞는 표현기법으로 이루어져 완성도를 높여줄 때 관객과의 사이에서 진정한 카타르시스가 이루어진다. 이러한 과정은 지난한 과정이기도 하다. 한 번에 그 맥을 찾기도 하지만 평생에 걸쳐 자신의 언어를 찾아나가는 수도자 같은 모습으로 족적을 만들기도 하다. 동시대라는 시대성과 세대를 아우르는 세대성을 초월하기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일은 아닌 것 같다. 시대성과 세대성이 오버랩 되면서 함께 키워나가는 것의 예들을 우리는 많이 보고 있다. ● 이혜민 작가의 작품 속에서 진솔한 작가의 세대성과 전혀 새로운 형상과 작가만의 독특한 캐릭터성이 인정되고 있는 시대성을 읽을 수 있다. 예민하게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는 작은 순간의 감정들에 충실한 세대적 감성에 공감을 보낸다. 작가가 사용하는 재료는 특이하게 볼펜이다. 글을 쓰는 도구로 그림을 그리고 채워나가는 것에 대해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 까 궁금해진다. 붓질은 마르기를 기다려 다음 작업을 해 나가야하는 반면 볼펜이라는 재료는 예민한 부분을 표현하기에 적당하고 수없이 반복해야만 화면이 채워지는 관계로 작가에게 반복적인 행위를 요구한다.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화면을 채워나가는 작업은 순발력보다는 작가의 끈기와 성실성을 요구하기도 한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해냈다는 성취감과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구하는 구도자의 심정이었으리라 짐작한다.

이혜민_하늘에맹세코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볼펜_90×60cm_2013

"부서진 파편... 저는 그것을 부서졌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까마귀가 반짝이는 물건을 찾듯이 오브제를 신나게 수집하는 과정에서 다 하나하나가 저의 보물이었지요. 주워온 보물들은 이러 저리 끼워 맞추면서 어떤 반짝이는 새 의미가 탄생한다고 느꼈던 것 같습니다. 무엇이든 만들었는데, 어리숙하고 모자라 보이는 동물 모양을 닮고 있었습니다. 왠지 잉여의 나 같았지요." 오늘의 회화작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2007년에 만들어진 오브제 작업들에 대한 이야기를 아니 할 수 없다. 작가의 말처럼 누군가에게는 보석 같은 오브제들을 또, 누군가에게는 아주 소중한 생명체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이해한다면 그것들이 회화로 표현된 오늘의 그림들에 대한 이야기가 한층 더 와 닿을 수 있을 것이다. 작가가 만든 작은 조각들로 만들어진 오브제들처럼 화면에 작가를 투영하듯이 재탄생된 이미지들은 완벽한 형상은 아니지만 친근하고 따뜻한 작가의 애정이 듬뿍 담긴 아이들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2007년에 만들어진 도톨이에서 "잉여의 나"를 발견한 것 같다는 작가의 말에서 화면의 중심을 이루는 부품들과 오브제들은 생산성과 잉여의 물품으로 재탄생시킨 기호이고 이는 새로운 이미지의 재생산이라는 사이클의 단초를 보여준다. 동물의 형상을 띄고 있는 각각의 이미지들은 생명체가 아닌 기계적 조합이면서도 마치 자동화 장치가 되어있어 고정화된 조각품이 아닌 움직임을 상상하게 한다. 만약 이것이 완성된 로봇이라면 장 보드리야르의『사물의 체계_기능적 비정상:가제트』의 ".......로봇의 예기된 해체는 우리에게 이상한 기쁨을 가져다 주는 것이다. 그것은 도덕적 구속보다는 오히려 의례적 해체의 이 환각을 되풀이하게 하는 근본적인 욕망이다. 거기에는 죽음을 즐기는 광경이 있다. 만약 우리가 로봇이 예속된 성을 상징하는 것을 인정하면 우리는 또한 로봇의 해체가 인간에게 자기 성의 해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을 인정해야한다......."는 내용과 연관 지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글 초반에 언급했듯이 완성된 기계, 혹은 인간과 꼭 닮은 로봇을 상징화하기 보다는 부품들 조각으로부터 어린시절을 기억하게 하는 정서적 모티브로서의 의미를 갖는 애완동물을 연상케하는 것이며, 이것은 자연 속에서 다양한 감정을 갖고 있는 인간의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 자신을 표현하여 조심스럽게 세상에 나온 작품들은 이러한 감성들을 공유할 수 있는 관객을 만나고, 이에 대한 공감을 이야기하면서 타인의 관심과 말 걸기를 기다리게 될 것이다. 작가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작품이 세상에 보여지는 순간 세상과 소통하는 것이고, 작가는 차츰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세상이 조심스럽게 작가에게 말 걸고 또 다른 이미지들을 만들어 내는 과정 속에서 새로이 탄생되어진 작가의 보물들을 바라보는 시선 속에서 긍정적이고 창조적 에너지를 느끼게 되고, 그것이 다시금 세상과 만나는 마중물의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 임연숙

이혜민_오래된 물고기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볼펜_72×90cm_2013

작가와의 인터뷰 인터뷰어_임연숙 / 인터뷰이_이혜민 작가

임연숙_선생님의 작품에서 애니메이션『토이스토리』가 연상되었습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형들은 작가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요? 이를테면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모티브인지, 작가가 바라보는 세계의 부분인지 궁금하네요. 이혜민_저는 어렸을 때 동네 깊은 곳까지 모험을 떠나길 좋아했었습니다. 주변 친구들 집에 비해 인형은 별로 없었습니다. 개를... 키워본 경험은 없지만 소라게나 병아리, 거북이처럼 작은 동물을 자주 길렀습니다. 제가 만드는 작은 오브제의 형태는 다양한 동물들을 모티브로 하고 있지요. 하지만 오브제들의 이야기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아트인 컬처에 미니북에 실렸던『도시 도톨이 도감』을 보시면, (첨부파일) 제가 느끼는 사람들의 재미있는 부분과 동물의 생태에서 연결점을 찾아 이야기를 만들곤 하였습니다.

이혜민_쉽지않은 여정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볼펜, 매직_90×60cm_2008

임연숙_작품 속에 있는 오브제들을 자세히 들여다 보니 우리집 아이의 장난감 통이 떠오르기도 하네요. 온갖 부서진 잡동사니(타인의 시각에서)들이지만 아이에게는 그 무엇 하나 버릴 수 없는 모양입니다. 부서진 조각들까지도 아이의 세계 일부라고 여겨집니다. 이혜민 작가에게 부서진 파편들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하군요. 이혜민_부서진 파편... 저는 그것을 부서졌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까마귀가 반짝이는 물건을 찾듯이 오브제를 신나게 수집하는 과정에서 다 하나하나가 저의 보물이었지요. 주워온 보물들은 이리저리 끼워 맞추면서 어떤 반짝이는 새 의미가 탄생한다고 느꼈던 것 같습니다. 무엇이든 만들었는데, 어리숙하고 모자라 보이는 동물 모양을 닮고 있었습니다. 왠지 잉여의 나 같았지요.「도시 도톨이」는 2007년 만들 당시 그날의 일기처럼 저의 하루가 담겨 있었습니다.. 그날 모았던 조각들을 가지고, 도시 도톨이를 만들기도 하였고 이들을 주인공으로 하여 제 하루 기록할 수 있는 사진과 글을 블로그에 실었으니까요.

이혜민_닭처녀_혼합재료_6×3×3cm_2007

임연숙_재료를 보니 볼펜이 주요한 작품의 재료이네요. 아크릴, 유화, 콘테나 연필 등 다양한 미술 재료 중에 필기를 하기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볼펜을 사용하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볼펜으로 그리면 어떠한 점이 좋은지요? 이혜민_붓을 사용하는 도구들은 마르기를 기다려 조금씩 해나가는 측면이 있는데, 볼펜과 연필은 많은 선을 한꺼번에 그을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세밀한 묘사가 붓보다 쉽게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그림의 밀도를 위해 볼펜이 필요했고, 볼펜은 저에게 성실하게 화면을 완성하는 모습을 표현해 주었습니다. 이렇게 소묘를 바탕으로 하는 볼펜의 사용, 그동안 입시를 하며 배웠던 학습적인 특면이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도구를 사용하는 성격이 꼭 성실하고 예민한 부분에만 있지 않다는 점을 하면서 알게 되었지요. 즉흥적이고 밝은 모습을 표현하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더 해보면서... 재료를 바꿀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혜민_부엉이소장_혼합재료_7×5×5cm_2010

임연숙_작가는 작품을 통해 세상과의 소통을 시도 합니다. 무엇인가 자신의 생각을 글로, 그림으로 표현하려는 것이 소통일텐데요, 조심스럽게 자신의 내면을 세상에 내보일 때, 세상의 반응에 대해 궁금해 하기도 합니다. 이혜민 작가가 세상에 말을 걸 때, 어떠한 반응을 기대하고 계신지요? 미술을 통해 말걸기에 대해 자유롭게 말씀해 주세요. 이혜민_사람들에게 말을 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제 표현은 저를 위해 있다고 생각해왔고... 그것을 전시해서 소통할 수 있다면 칭찬이든 악평이든 무관심이든 다양한 반응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미술은 처음부터 소통을 위해 태어난 학문은 아닌 것 같아요. 존재나 욕구와 더 밀접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림을 그리면서 그림을 보는 사람들을 생각하기보다 나의 시각과 내면에 초점을 맞춰 작업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인간의 내면은 복잡하잖아요. 현대에 와서 점점 난해한 작업이 나오면서 그것을 궁금해하고, 정확하게 알 수 없는 환경에 놓였을 때, 일부 사람들은 미술과의 소통을 더 갈구한다고 생각합니다. 작가가 사람들에게 소통을 원한다면 이미지만을 사용하는 작품 (조각이나 회화)보다 인지의 객관성을 띠는 다른 매체(소설이나 영화)를 발표할 때 더 나은 소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도 미술의 교육적인 측면, 전통적으로 학습된 표현을 드러낸다면 미술이 내포한 이야기가 읽혀지기 쉽기도 하여 소통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임연숙_대화 속에서 작품에 대해 더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작품을 감상하는 데 있어 자기식의 해석도 중요하지만 당초 작가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아는 것이 더 재미있게 그림을 보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자세한 대답 감사드립니다.

Vol.20131129a | 이혜민展 / LEEHYEMIN / 李惠民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