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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3_1127_수요일_05:00pm
후원 / 강릉원주대학교 학술연구조성비 지원
관람시간 / 10:00am~06:00pm
가나아트 스페이스 GANA ART SPACE 서울 종로구 관훈동 119번지 Tel. +82.2.734.1333 www.ganaartspace.com
호흡, 그 한결같음에 대하여 ● 포도잎 넓은 그 사이로 빗방울이 또르르 굴러 떨어진다. 곱게 타들어 간 그 끝자락이 계절을 말해준다. 올해도 잘 지내왔는지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다. 잘 익은 과실을 거두고 황금들녘이 결실이 되어 쌓이는 그런 시간이다. 자연이 늘 이렇게 소리도 없이 성실함으로 있어 주기에 우리네 삶도 지칠 때 마다 기대고 돌아보며 위로를 구하는 모양이다. 그 한결같음과 성실함이 얼마나 많은 인내를 필요로 하는지 깨달음을 주는 작가가 있다. ● 작가 하연수는 그러한 자연과 같이 거스르는 법도 없이, 늘 한결 같이 사계절을 받아들이고 인내하며 다시 토해내는 일련의 호흡과 같은 작업을 십 수년째 해오고 있다. 비바람도 풍랑도 눈보라도 그녀를 통한 다음에는 잔잔한 꽃잎으로 망망한 대해로 고요한 붓끝으로 잦아든다. 잠자리 날개 같은 꽃잎 한 켜 한 켜가 작가의 성정性情을 말해주고 가늘게 내려 그은 고집스런 선들이 우리의 호흡을 멈추게 한다. 반평생이란 말 대신 적당한 말이 떠오르질 않는데, 학창시절을 포함한 작가의 모든 삶은 작업이었던 듯하다.
투명한 듯 비추어 겹겹이 쌓여가는 색의 중첩이 단지 화려함과 조형성만으로 이야기하기에는 긴 호흡이며 일상인 것을 배움에 놓여있는 후학들은 이미 잘 알 것이라 생각된다. 누에가 비단 실을 자아내듯 곱디고운 색들이 투명한 듯 아로 비추며 각각을 뽐내다 커다란 하나가 되면 비로소 멈추는 것이 하연수 작가의 작업 방식인 것 같다. 예를 올리듯 준비되어지는 기나긴 밑 작업의 과정을 지나 곱게 쌓아 올린 색의 향연 속에 작가의 자아가 때로는 타인과의 공감과 더불어 작가가 경험하는 일상들이 녹아들고 다시 작가 특유의 고운 호흡으로 마무리 한다.
어느 작가이든 작품이 작가를 알게 하는 것처럼-가끔은 작가들도 자신의 작업을 통해 생경한 스스로를 발견하는 조금은 희한한 경험을 하곤 하는데- 하연수 작가의 작품을 보면 작가가 겉으로 보여주는 덤덤함 대신에 투명하고 아름다운 색들을 통해서 작가가 가지고 있는 섬세한 감성과 감각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재료의 종류와 색채가 다양한들 선택되어지고 구현되어지지 않는 한에는 그저 다양한 재료로 존재하고 마는 것이 그 속성일터인대, 그러한 색들의 다양성과 역할을 끊임없이 찾고 연구하며 자기의 것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작가 하연수가 걸어온 길인 동시에 서있는 곳이기도 하다.
작가 하연수는 본인의 작업과 자연을 이렇게 이야기 한다. 좋고 편안한 그래서 그녀를 보다듬고 안식하게 하는 자유로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그러한 자연이 멈춤 없이 뛰어야하는 일상으로 부터의 탈출을 돕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성실함과 한결같음이 작가의 삶이라면 내재되어 있는 그녀의 열정과 일상의 파열음을 삼킬 수 있고 토해낼 수 있는 곳이 바다이고 산일지도....
불혹의 중턱을 넘어서 붓을 놓지 않고 살아오는 그 삶이 어찌 녹록하고 즐겁기만 하였을까 마는 묵묵하다 하였던가. 긴 호흡으로 꿀꺽 삼킨 작가의 일탈이, 감내해야 할 역할에 대한 긴장이 켜켜 쌓아 올린 붓끝에서 커다란 산으로 잔잔한 바다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하늘도 바다도 늘 잔잔하기만 한 건 아닐 텐데도 작가에게 투영된 그것은 하연수 만의 해석이며 색채를 운용할 줄 아는 묘일 것이다. 일상의 반복과 자연의 늘 그러함이 작가 하연수의 길고 한결같은 호흡과 닮아있는 것이다. 일상, 그것은 그림을 그리는 작가나 그 안에 살고 있는 감상자나 대동소이 할 것이고, 자연, 그것 또한 다른 듯 같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 안에 있는 보이지 않는 그 어떤 것은 휴화산일지 아님 활화산일지는 각 자의 몫이리라.
꽃잎들이 흩어져 바닷물에 녹아 내려 잔잔한 물결로 반짝거린다. 때로는 인생이 굽이굽이 돌아온 듯도 싶고 또 때로는 쉼 없이 한 길로만 온 듯도 한데, 작가 하연수의 작업은 쉼 없이 오던 그 길에서 이제는 조금씩 내면의 소리를 들을 여유를 가진 건 아니지 생각해 보게 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컬러의 향연을 마치고 이제는 걸어 온 길을 점검이라도 하듯이 차분해 진 색채와 안정감 있는 풍경이 안정과 안주함을 보여 주는 듯이 우리에게 다가온다. 채우는 것이 내려놓음 보다 어렵다는 것은 비우려고 해본 사람만이 느끼는 감정일 것이다. 가득하게 차올랐던 함박같은 꽃들이 작가의 청춘을 같이 했다면 이제는 삶을 관조하고 조영할만한 때가 온 것인지 작가의 작품에서 무엇보다 비움과 사색을 느끼게 된다.
자연이라는 대상을 끌어들이는 과정은 그 안에 담겨진 여러 가지의 기억들, 사유의 흔적, 때론 타인과의 소통의 도구 그리고 경험하지 못한 다른 세계에 대한 열망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그 과정이 매우 소극적이지만 작가에게 있어선 가장 적합한 사유의 방식이며, 표현의 방식이라고 한다. 자연에 대한 관심은 소소한 일상의 발견으로부터 비롯되며, 그 중 유독 눈길을 끌며 유기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들이 결국 작품 속에 구체물로 등장하게 된다. 그러나 이젠 대상을 그대로 그리려하기 보다는 그 안에 내포되어 있는 본질에 접근하고자함이 우선 하며, 무언가 꾸미려하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현상에서 작가가 느낀 것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표현하려는 의지가 강해지고 있다고 보인다. 인위적인 장치나 현란한 언어의 구사보다는 작가가 자연과 자신만의 방식대로 소통하려 하고 그러한 소통의 과정을 하나씩 하나씩 드러내어 사람들과 동일한 혹은 유사한 느낌을 공유할 수 있는 가능성이 무엇인가에 집중하고 있다. 작가 하연수는 이렇게 말한다. ● 같은 시각으로 자연을 바라본다... 때론 나만의 시각으로 자연을 바라본다... 때론 인간이 아닌 자연의 일부분이 되어 자연을 바라본다..... 가장 객관적인 자연의 모습과 주관적인 자연의 모습 사이엔 과연 무엇이 존재할까? ■ Mia L
Vol.20131127c | 하연수展 / HAYEONSOO / 河燕秀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