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침투자 SPACE INVADERS

박형렬_안준_전리해展   2013_1122 ▶ 2014_0108 / 월요일 휴관

초대일시 / 2013_1122_금요일_05:00pm

주최 / 코오롱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K_대구 SPACE K 대구시 수성구 황금동 600-2번지 2층 Tel. +82.53.766.9377 www.spacek.co.kr

코오롱그룹의 문화예술 나눔공간 스페이스K_대구에서 올해의 마지막 전시로 사진 기획전 『공간 침투자』를 마련했다. 3인전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기록과 재현에 충실한 관찰자적 입장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연출을 통해 공간을 재구성한 사진 작품들이 전시된다. 사진 속 공간에 아날로그적 퍼포먼스를 개입시켜온 박형렬, 안준, 전리해 등 세 명의 작가는 회화나 설치 작품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속성들을 사진에 끌어들여 예술의 경계를 흩뜨리는 '공간 침투자'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박형렬_공간침투자 SPACE INVADERS展_스페이스K_대구_2013
박형렬_The captured nature_tree#7_ed.1/5_잉크젯 프린트_120×150cm_2012
박형렬_The captured nature_earth#9_ed.1/5_잉크젯 프린트_144×180cm_2012

박형렬은 무심하고 무차별하게 이루어지는 인간의 자연파괴를 '자연 사용'이라는 중성적인 어휘로 순화하여 비판한다. 그의 화면 속에서 자연을 포획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작가에 의해 연출된 장면이다. 그는 주제에 적합한 자연 속 공간을 물색하고 그 환경과 지형에 맞추어 소품을 마련하고 등장인물을 물색한다. 상당한 준비 기간을 거쳐 구현된 이 야외 무대에서 인물들은 작가가 고안한 도구나 장비로 나무나 물, 바위, 심지어 바람까지 포획한다. 그의 작업은 단순하고 절제된 화면에서 오는 미적인 긴장감에 과하지 않은 위트와 유머가 가미된 해프닝처럼 펼쳐진다. 인간의 자연 파괴를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지만, 욕망을 위해 자연을 포획하고 유린하는 인간과 무덤덤하게 스스로를 내어주는 자연의 대조적인 모습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다시금 성찰하게 한다.

안준_공간침투자 SPACE INVADERS展_스페이스K_대구_2013
안준_Self-Portrait_ed.2/3_HDR 울트라 크롬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각 101.6×152.4cm_2009
안준_Self-Portrait_ed.2/3_HDR 울트라 크롬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각 101.6×152.4cm_2009

이와 반대로 안준의 무대는 도시 한복판이다. 그의 「자화상(Self Portrait)」 시리즈는 고층빌딩 꼭대기에 위태롭게 서있는 작가 자신을 담고 있다. 흡사 투신 자살이라도 하려는 듯 보이는 이 독특한 작업에 대해 작가는 "관객 부재의 퍼포먼스"라고 말한다. 뉴욕, 서울, 홍콩의 고층빌딩을 배경으로 펼쳐진 연작은 삼각대에 카메라를 장착하여 구도를 맞춘 후 타이머 연사 기능으로 찍어낸 수천 개의 컷들에서 나온다. 사진 속 작가의 모습은 대개 두려움에 떨고 있지만 신기하게도 한 두 컷은 그 긴장된 상황과 달리 평안해 보이거나 반대로 저돌적으로 보이는 모습이 포착된다. 바로 이 장면이야말로 작가가 관람자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짧디 짧은 순간이다. 그의 화면은 삶과 죽음, 현실과 허구, 실재와 환상이라는 경계에서 사는 우리네 인간사를 보여준다.

전리해_공간침투자 SPACE INVADERS展_스페이스K_대구_2013
전리해_A scene of traces_디지털 프린트_100×67cm_2009
전리해_A scene of traces_디지털 프린트_150×103cm_2011

마지막으로 전리해는 공간의 흔적을 추적한다. 우연히 발견한 낡은 벽면에서 영감을 얻은 그의 작품은 재개발이라는 명목 하에 언젠가 사라질 지 모를 고풍스러운 건물과 오래된 골목길에 대한 애정 어린 안타까움에서 비롯되었다. 그의 작품은 상당한 과정과 단계를 거쳐 완성되는데, 작가는 우선 특정 공간의 오래된 흔적을 기억해내고, 그 기억에서 불러온 흔적의 이미지를 전통 장지에 물감으로 표현한다. 그 다음 완성된 회화 작업을 가지고 다시금 그곳을 거닐며 공간을 재연출하여 사진으로 1차 기록한다. 이렇게 촬영한 사진을 다시 공공 장소에 덧대어 설치한 후 촬영하고 인화하는 마지막 단계를 거쳐야 비로소 최종 작품이 완성된다. 그의 작업은 특정 공간에 대한 시초의 영감이 최종적으로 하나의 프린트로 착상되기까지 작가 자신이 몸소 체험한 시간성과 공간성을 고스란히 담아 전달한다. ● 이처럼 각기 다른 주제 의식과 시선으로 공간을 재구성한 세 작가들의 작업은 객관적 기록이라는 전통적인 사진 매체의 오래된 신화를 전복시킨다. 치밀한 계획 하에 예술적 행위가 더해진 이들의 사진은 그 짧지 않은 과정은 물론 그 과정에서 유발된 다양한 해프닝과 감정, 감성을 한 컷의 인화지에 절묘하게 함축시킨다. 스토리텔링이 곁들여진 이들의 『공간침투』에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3인3색의 이야기와 선명한 감각을 엿볼 수 있다. ■ 스페이스K

Vol.20131124e | 공간침투자 SPACE INVADERS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