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3_1122_금요일_06:00pm
후원 / 서울문화재단_쿤스트독 갤러리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쿤스트독 갤러리 KunstDoc Gallery 서울 종로구 창성동 122-9번지 Tel. +82.2.722.8897 www.kunstdoc.com
미지의 심연을 향해 열린 무정형 살 구멍들이 열거된 화면이 있다. 저해상도 잿빛 화면으로 일관된 살 구멍들을 무어라 단정하긴 어려울지언정, 혈관이나 살갗으로 추정되는 수축성 있는 질감으로부터 이것들이 인체 내부의 풍경이리라 쉽게 직감할 수 있다. 내시경으로 바라본 인체의 내부는 육안으로 살피기 힘든 영역이기에, 경외감과 관음 욕구가 또 다시 환기되는 순간이다. 의학 도표와 영어로 적힌 장황한 텍스트들, 더러 의료 장비와 의사 가운 차림의 행위 예술까지 동원하여 전시실을 포괄적인 설치 공간으로 채운 것이 2008년 이전까지 박지은 의술 미학의 전말일 것이다. 그 복잡한 계통도가 신작에선 흑백 무정형의 살 구멍들로 단순하게 환원되었다. 복합매체를 사용한 초기 의학 시리즈가 현대 의술이 개발한 이색적인 색채의 발견과 전문 영역에 관한 포괄적인 언급에 가깝다면, 단색조의 살 구멍으로 환원된 2013년 신작은 전작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품을 독해할 시각적 단서를 손쉽게 던지며, 포괄적인 의술 스케치보다 의술을 매개로 삼되 자기 지시 self-reference에 집중한 작품으로 보인다.
이로써 신작은 단색조 살 구멍의 시각자극과 이번 전시 타이틀에도 부분 인용된 비틀즈의 노래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의 청각자극의 결합으로 편성되었다. 내시경으로 촬영한 흑백 살 구멍의 실체는 성대(聲帶)이지만, 수축성이 있는 상상 가능한 무엇이건 떠올릴 수 있는 열린 해석의 구멍이다. 비틀즈가 애시드 락 acid rock방식으로 연주한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는 환각제를 문화의 근거로 삼았던 1960년대 플라워 세대 Flower Generation의 산물답게 곡 제목에 포함된 단어의 첫 알파벳을 합쳐서 환각제 LSD의 약자일 것으로 해석된다. 현실을 탈피하는 환각에의 예찬. 곡 제목을 고스란히 풀면 '다이아몬드로 총총히 박힌 하늘 위에 떠 있는 루시'라는 초현실적인 광경이 될 텐데, 이 역시 자기 치유와 자기 이상향을 얻기 위한 비현실적 착상을 구현하려는 우회적인 가사 말이리라.
내시경으로 바라본 박지은의 성대 그림들은, 명시적으로 LSD를 지시하진 않더라도 환각의 탈출구를 희구한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의 노랫말과 결합해서, 혹은 그 노래를 작가 스스로 직접 부름으로써, 자기 치유 효과를 발휘하는 위약(僞藥)으로 작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약효가 전혀 없는 가짜 약제를 쓰면서도 단지 환자의 강한 믿음의 힘으로 실질적인 치료 성과를 얻는 위약 효과는 의학계가 여전히 확답을 얻지 못한 비의학적 현상, 의학이 직면한 '긍정적인 미스터리'이다. 위약 효과는 2006년 박지은이 개인전에서 영어 제목 '플라시보 이펙트 placebo effect'로 이미 선택한 바 있다.
자기애와 자기 치유를 위해 의학적 위약 효과를 미학적으로 전용한 박지은 신작의 본질은 자신에 대한 자기 언급, 자기 지시성에 있으리라. 다이아몬드들이 총총히 박힌 하늘 위에 떠 있는 초현실적 개인, 루시는 때문에 아마 미지의 살 구멍을 무수히 그리고 미지의 노래를 스스로 부른 작가 본인일 테다. 확산력을 키우는 담론의 시작점은 흔히 개인적인 문제의 해결로부터 발단한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아주 오래된 정치 관용구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서문에서 발췌) ■ 반이정
Vol.20131122d | 박지은展 / PARKJEEUN / 朴芝恩 / drawing.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