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3_1120_수요일_06:00pm
서울시창작공간 금천예술공장 2013 커뮤니티&리서치 프로젝트
오프닝 퍼포먼스 KKHH_모르는 사이 Taey lohe with Whang, Bo Ryung_잠 물결(Flux of Sleepings) Romy Achituv_Jogakbo 안데스_(주)무용지물 공개 주주모집
참여작가 강지윤+장근희 KKHH_금천미세스 Geumcheon Mrs. 태이 Taey Iohe_로미 아키투브 Romy Achituv 안데스 Andeath_우치유 (吳其育) Wu, Chi-Yu 차재민 Jeamin Cha_한무권 Moo Kwon Han 폴 욜 with 데본 애커만 Paul Yore with Devon Ackermann
큐레이터 / 류동현 Tonghyun Yu 어시스턴트 / 이승민 Min Lee
주최 / 서울특별시 주관 / 서울문화재단_금천예술공장 협력 / 대만 관두 미술관_호주 거트루드 컨템포러리 후원 / 씰리침대_봄베이 사파이어
관람시간 / 10:00am~06:00pm
서울문화재단 서울시창작공간 금천예술공장 SEOUL ART SPACE_GEUMCHEON 서울 금천구 범안로 15길 57(독산동 333-7번지) Tel. +82.2.807.4800 www.seoulartspace.or.kr/G02_geumcheon blog.naver.com/sas_g geumcheon.blogspot.com
"보다 멋진 삶을 살기 위해 / 이 곳에 나의 사랑이 있길 원해요 / 이 곳에서, 하루하루를 엮어가고 / 그녀의 손길로 / 나의 삶을 바꾸어가죠(To lead a better life / I need my love to be here / Here, making each day of the year / Changing my life / with the wave of hehr and)…." ● 1966년 영국의 록그룹 비틀즈는 「리볼버> 앨범을 발표한다. 폴 매카트니와 존 레논의 음악적 방향성이 서서히 균열을 보이고 있던 때였다. 존 레논의 냉소적이고 반항적인 음악 경향에 비해 폴 매카트니의 부드럽고 긍정적인 음악 경향은 이 노래 「Here, There and Everywhere」에서 잘 드러난다. 이번 서울시창작공간 금천예술공장에서 11월 20일부터 12월 10일까지 열리는 '2013 커뮤니티 & 리서치 프로젝트' 「Here, There and Everywhere: 도시 속 삶에 대처하는 미술의 자세」 전시는 이렇듯 비틀즈의 노래 제목에서 따왔다. 사랑이 어디에서나 있듯,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속 삶을 바라보는 미술은 어디에나 있기 때문이다. ● 올해는 과거와 달리 금천예술공장의 커뮤니티아트 프로젝트와 도시문제 리서치 프로젝트가 통합되어 진행되었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커뮤니티아트 프로젝트는 개인의 예술적 성취를 좀 더 확장해 공유하자는 취지로, 사회와 미술 사이의 커뮤니케이션과 저변 확대를 꾀하며 14개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또한 도시문제 리서치 프로젝트는 2011년 시작되어 해외 레지던스와의 교류 형식을 빌어 해외 작가들이 바라본 도시에 대한 관심의 결과물들로 구성되었다. 이를 통합함으로써 두 프로젝트가 가진 장점을 흡수해 확장하는 효과를 노렸다. 기획을 좀 더 강화하고 커뮤니티아트 작가들과 도시문제 리서치 프로젝트 작가들이 하나의 전시장을 공유함으로써 또다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 것이다. 커뮤니티아트 프로젝트 또한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속에서의 예술적 소통 문제였기에, 결과적으로 이번 프로젝트는 '도시', '우리가 사는 지역'이라는 개념으로 소급이 된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사실 현대미술의 장에서 도시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나 많다. 금천예술공장에서 진행한 과거의 행사들을 보아도, 도시에 대한 문제의식은 매우 다양함을 알 수 있다. ● 그렇기에 개인적으로 이번 전시에서 주목한 것은 세밀하고 정확한 주제의 집중이 아닌 작가가 도시를 바라보는 자세였다. 물론 작가들의 작품에서 공통의 주제를 정확히 잡아내는 것이 불가능했던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하면 도시와 사회, 그 속의 사람들을 바라보는 작가들의 시선이 너무나 다양했고, 변화무쌍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시장, 쇼핑몰, 쇼퍼들, 노동자, 소통, 커뮤니티, 역사, 전통, 휴식, 강, 도시의 잔존물 등 다양한 배경과 키워드를 통해 서울이라는 도시의 '지금, 여기'를 바라보는 작가들의 시선이 흥미로웠다. 그 결과, 「여기, 저기 그리고 어디에서나」라는 비틀즈의 노래 제목처럼, 도시에서 살아가는 우리네 삶을 다양한 주제와 형식으로 풀어낸 미술작업의 결과물을 전시장 곳곳에서 목도할 수 있다. ● 다양한 예술적 스펙트럼의 심도깊은 도시 탐험기 1층 입구에 들어서자 마자 맞닥트리게 되는 금천미세스의 스튜디오는 접근성만큼이나 오픈된 자세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금천예술공장의 지역연계 교육 프로그램의 결과로 탄생한 금천미세스는 금천 지역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아티스트 그룹일게다. 밥을 매개로 주민과 작가들이 소통하는 프로젝트 「밥아트」, 월·화·수 문을 여는 '공짜 셀프 카페'인 「셀까꽁」 등을 해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도 카페를 계속 열면서 자신의 프로젝트를 우직하게 밀고 나간다. 이와 함께 3층 전시장 입구에 새로운 작품을 선보인다. 바로 작가가 되기 전의 자신들처럼 전시장에 들어서기 힘든 사람들을 위한 「들어오세요」다. 입구에서 들려오는 '들어오세요' 소리에 이끌려 관객이 전시실에 들어서지만 빼곡히 차있는 의자들은 전시장 안쪽에 있는 편안한 소파와 비디오 영상을 보는데 방해를 한다. 일반인들이 미술, 전시장을 찾을 때 좀더 강한 의지와 적극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미술이 이른바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도시 속 삶의 여유를 줄 수 있다는 작가들의 소망이 관객들과 어떻게 소통할 수 있는지, 그 고민을 담았다. ● 강지윤과 장근희로 이루어진 여성듀오 그룹 'KKHH'는 여러 번의 워크숍을 통한 결과물 「모르는 사이」를 선보인다. 수많은 부류의 사람들이 사는 도시 속 커뮤니케이션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적극적이기도, 수동적이기도, 방관적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을 'KKHH'는 워크숍과 퍼포먼스를 통해 보여준다.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이 결과물을 계량화해 오각형의 평균대(약간은 기묘하게 생긴)라는 오브제로 치환시킨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도시와 사회 속 타인과의 관계망이 어떻게 형성되고 있는지, 형성된 공동체가 만들어낸 합의점을 의심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관계망을 시도해보고자 한다. ● 안데스는 작업을 통해 아예 기업을 차렸다. 사회에서 상품을 생산하고 이윤을 창출하는 기본적인 유닛을 기업이라 할 수 있지만, 작가가 차린 회사는 「㈜무용지물」이다. '쓸데없는 요소'들에 대한 관심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회사다. 회사가 곧 작업인데, 그는 한국의 전통시장에서 유통된 '이름없는 디자이너'의 제품들인 '서바이벌 오브젝트'에 주목했다. 이른바 '푸른색 휴지통', '붉은색 바가지', '몸빼 바지', '빨간돼지 저금통', '녹색 빗자루' 등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용도의 물건들이 세련된 디자인으로 재창출되어 선보이지만, 작가는 과거의 이러한 물건들에게 계속 '생명 연장의 꿈'을 주입한다. 본연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현재의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재디자인하여 생산, 유통, 홍보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전시 오픈날에는 「㈜무용지물」의 주주를 모집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도시, 사회의 역사성 속에서 살아남은 물건들의 미시사를 재조명하고 좀더 발전시킴으로써 무용하지만 유용한, 양가적 가치에 대해 고민한다. ● 도시를 바라보는, 예리하지만 긍정적인 예술의 시선 차재민은 통신 케이블을 설치하는 노동자들에 관한 영상 작업 「미궁과 크로마키」를 선보인다. 약 15분간의 러닝타임 동안 작가의 카메라는 케이블 비정규직 노동조합에 소속된 노동자를 쫓는다. 현장의 노동 장면, 동일한 노동 동작에서 노동 가치가 거세된 제스처 등을 통해 제대로 감각할 수 없는 노동, 노동을 위협하는 추상화의 장막을 거둬 낼 가능성을 발견하고자 했다. 이와 함께 노동조합 노동자들을 위한 80페이지로 구성된 핸드북 「노는 땅에서 파업 중」 또한 작업의 결과물로 제시한다. 500부가 배포될 예정의 이 책을 통해 이해관계나 도덕적 공감대가 없는 개인들 사이의 연대를 꾀한다. ● 뉴욕에서 활동 중인 한무권은 이번 도시문제 리서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금천예술공장을 찾았다. 「바이러스」 작업을 통해 가산 디지털 단지의 한 쇼핑몰을 돌아다니는 일군의 사람들 흐름을 연속적으로 포착해 하나의 선으로 표현한 사진 작업은 작가가 지금까지 천착해온 영상 작업과 연계된다. 작가는 유기체를 이루는 단위인 세포를 사회에 적용시켜, 인간을 사회를 이루는 하나의 세포로 생각했다. 동시에 최근 관심을 갖게 된 문자, 서예의 선과 연결되어 보는 이로 하여금 독특한 시각적 충격을 준다. 구상과 추상의 경계가 모호한 그의 작업은 남한산성을 찾는 사람들을 촬영한 영상 작업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 영국에서 활동 중인 태이(Taey Iohe)는 '도시 속의 수면'이라는 주제에 주목한다. 밤과 낮이 교차하며, 죽어가는 것이 회복되는 사이의 시간과 공간의 언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작가는 전시장에 설치된 침대라는 오브제를 통해, 그리고 여기서 벌이는 퍼포먼스를 통해 항상 불야성을 이루는 도시 속에서 현대인이 드러내는 잠과 휴식의 욕망을 독특한 시선으로 '번역'한다. 이와 함께 도시를 가로지르는 작은 하천과 침대를 연결시켜 피난처, 유랑의 휴식, 잠으로 확장시킨 영상작업을 선보인다. ● 로미 아키투브(Romy Achituv)는 이스라엘 출신의 작가로 한국에서 7년 간 이화여대와 홍익대에서 교수로 재직한 독특한 이력의 작가다. 이른바 한국통인 작가는 전업작가로서의 변신 이후 첫 작업을 이곳에서 선보인다. 과거 쌀겨와 숯가루를 이용한 퍼포먼스를 통해 동양적인 우연한 산수화나 회화 프로젝트를 선보인 작가는 이번에는 화려한 색으로 염색한 쌀겨를 한국 전통의 조각보로 형상화한 회화를 계획한다. 「조각보」의 구획된 색의 크기는 국내 가족상황에 대한 여러 통계 자료 수치로 비율이 구성되는데, 이를 통해 그는 한국사회의 변화상을 보여준다. ● 대만에서 활동하는 우치유(Wu Chi Yu)는 2채널 영상을 통해 서울이라는 도시를 탐색한다. 그는 빌딩과 사람으로 가득 찬 메가시티 서울의 일상 속에 존재하고 언젠가 사라질 대상들을 찾아다닌다. 특히 그는 강과 주변(여기서는 시민공원)의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물결, 떨어진 잎사귀, 쓰레기, 시멘트 둑, 오리 등 자연과 인공의 낯선 공존 속 조화에 주목한다. ● 폴 욜(Paul Yore)과 데본 애커만(Devon Ackermann)은 호주에서 활동하는 작가들로, 그 들이 선보이는 「진짜는 없어 Nothing is Real」는 계속 덧붙여나가는 키네틱 조각이다. 여기에 영상과 사운드까지 결합되어 독특한 미적 체험을 유도한다. 작가들이 경험한 도시 속에서 수집한 다양한 오브제들을 계속 붙여 확장해나가는 이 작품은 도시의 조잡하고 화려한 요소(이른바 키치적인)와 작가의 독특한 미감이 결합되어 일종의 유쾌한 유희의 장으로 이끈다. 이번 전시와 작가들의 작업을 통해 결과적으로 '도시'라는 '유기체'의 변화와 그 스펙트럼이 무한하다는 것, 단순한 하나의 이슈만으로 재단할 수 없음을 재확인할 수 있다. ● 이렇듯 작가들은 미술이라는 예술적 매개체를 통해 서울이라는 도시 속의 다양한 이슈와 키워드를 버무려 놓았다. 여기에는 예리하지만, 따뜻한 긍정의 시선이 숨어있다. "그곳에 중요한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아무도 부인할 수 없어요(Nobody can deny that there's something there)"라는 「Here, There and Everywhere」의 가사처럼, '도시 속 삶에 대처하는 미술'의 깊은 곳에는 말로 담기 힘든, 중요한 무언가가 있음을, 그리고 이를 드러냈음을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 류동현
「모르는 사이」의 워크숍은 걷거나 서로에게 다가가는(혹은 물러서는) 경험을 통해, 평범한 움직임으로 자신의 행동양식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다. 자신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기준,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 그리고 상대방의 기대에 적절하게 반응해야하는 부담감 같은 심리적인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동하였기 때문이다. 참여자들의 설익은 몸은 오히려 서로의 움직임에 긴장하며 반응하게끔 하는 장치가 된다. ● 몸을 움직인다는 것은 구두로서는 해결되지 않는 합의점을 찾아가는 무의식적인 대안이 된다. 그 과정에서 개인은 때때로 상실감이나 유감을 느낀다. 다소간은 우연적으로 발생하는 이 합의점들은 사실 누구도 완벽하게 만족시키지 않는다. 우리는 참여자들의 움직임이 작동하는 방식을 포착하여 퍼포먼스로 재구성한다. 결국, 타인과의 관계망이 어떻게 형성되고있는지 실험해보고, 그렇게 형성된 공동체가 만들어내는 합의점을 미심쩍은 눈으로 의심하여, 평범한 움직임에서부터 새로운 시도를 더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 강지윤+장근희 KKHH
들어오세요. 들어오세요. 그렇게 「미국에는 팝아트 금천에는 밥아트」를 시작했다. 밥아트가 뭐죠? 밥 먹으면서 예술공장 작가들과 얘기하는 거예요. 밥아트 왜 하는 거죠? 예술로 수다 한번 떨려고요. 예술은 예술가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예술은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다. 삶의 에너지를 얻기도 하고, 소통의 언어를 배우기도 한다. 일상 자체가 예술일 수 있다. 아니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스스로 해내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문을 여는 수고가 필요하다. ● 평범한 일상에서 예술가를 만나고 예술가들의 공간으로 들어오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작업을 하는 예술가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특별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금천예술공장을 끼고 사는 인근의 주민들과 금천 사람들은 얼마나 좋은 여건인가? 금천미세스가 그랬듯이 예술을 만나고, 예술과 함께 놀 수 있으니! "밥아트 또 안 해요?" ■ 금천미세스
이 도시는 충분히 잠자고 있을까? 혹은 깊은 잠에서 완전히 깨어 있는가? 도시는 불면과 동면을 반복하며 시간의 물결 속에 떠다닌다. 선잠과 깊은 잠의 중간에서 우리는 몸을 멈추고 정신의 긴장을 내려놓는다. 선잠의 문지방에서 우리는 일상의 시각적, 청각적 만남의 조각들의 경계를 잇고 통합한다. ● 24시간 쉼 없이 무언가를 생산 중인 자본주의 대도시에서 '잠'의 시간은 셈하여 가치 부여할 수 없는 시간, 멈추어 가동하지 않는 시간이다. 여윈 잠에서 깨어나는 도시 수면자는 서울에서 안양으로 이어지는 한강의 한줄기의 하천, 금천구의 안양천에서 침대의 뗏목을 타고 떠내려 온다. 이 순간을 통해 우리는 생산 도시에서 멈추고 휴식할 권리, 재생을 위한 느리고 허전한 운율을 간접적으로 목격한다. '근접 수면 공동체'는 이러한 공간을 침대와 비디오 설치로, '잠물결'은 잠의 공간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만드는 수면 움직임 퍼포먼스다. ■ 태이
「조각보」는 지난 수십년간 한국 사회에 일어난 급속한 변화와 서구화로 인한 가족 구조의 변화를 탐구하는 참여 프로젝트이자 멀티미디어 설치 작업이다. 이러한 변화에 관한 자료는 각종 매체와 연구 자료, 프로젝트 참여자들과 진행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다. ● 이와 더불어, 프로젝트에 참여한 금천구의 나이든 주민들은 한국의 전통 염료를 사용해 쌀겨를 표백하고 염색하는 과정에 참여한다. 곡물 처리과정에서 나오는 쓸모없는 부산물인 쌀겨는 전통 조각보를 이어붙이는데 쓰이는 남은 천조각을 떠올리게 한다. 염색과정을 거친 쌀겨는 조각보에서 영감받은 거대한 크기의 물리적 설치 작업을 만드는데 활용한다. 설치작업은 팽팽하게 편 캔버스, 쌀겨를 붙잡아줄 여러 흡입모터들로 구성될 것이다. ● 이 설치 작업의 비영구적이고 불안한 성격, 그리고 염색한 쌀겨가 안겨주는 상징적 울림은 한국적 전통에 이는 연약한 옷감을 암시하며, 그것을 유지하고 지켜내는데 필요한 적극적 관여를 나타낸다. 작업에 서 쓰이는 조각보의 패턴은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시각화하여 디자인했다. ■ 로미 아키투브
누구나 알고 어디에나 있지만,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는 물건들이 있다. 이 물건들은 오랜 기간 동안 그 원형을 유지한 채로 살아남아 있어 'Surviving Objects' 라 부르기로 한다. 너무 익숙해서 무관심해져버린 물건들, 오직 한국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물건들이라는 점에서 'Korean Standard'라 불러도 좋다. 대부분 특정 디자이너의 작품이라기보다는 시장에서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 인기 있는 제품이 복제 생산되면서 살아남게 되었는데, 이 과정은 마치 우월한 종이 살아남는 생태계의 변이과정과 흡사하다. ● 특이한 점은 변이과정에서 한국적이라고 할 만한 정서가 물건에 베어들어 갔다는 점이다. 공유하는 물건이 집단의 취향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Surviving Objects'를 통해 한국인의 색깔유전자를 발견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최근 몇 년 간의 동향을 살펴보면, 일상용품에서 색깔은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미술, 음악, 건축 등 모든 예술분야에 걸쳐 거스를 수 없는 전지구적인 미니멀리즘적 흐름 속에서 'Surviving Objects'는 얼마나 더 살아남을 수 있을까?「(주)무용지물」은 이 늙어 가는 'Surviving Objects'에게 산소호흡기를 씌워주거나, 때로는 성형수술로 그들이 조금 더 살아남을 수 있도록 수명을 연장시켜주려 한다. 물건계를 교란시키는 보이지 않는 손이 되어 보겠다. ■ 안데스
타이완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집에 '누군가(귀신혹은 영혼)'을 데려가기 싫다면 길에 떨어진 것을 아무 것이나 줍지마라." 서울같은 초거대 도시는 전적으로 인간에 속한 세계와 같고, 건물과 군중이 사방에 있는 곳이다. 나는 일상적으로 존재하는 것을 찾고 싶다. 그러한 것들은 매일 이곳에 출몰하고, 어느날에는 절로 사라진다. 마치 강의 흐름과도 같고, 떨어지는 나뭇잎, 거리에 남겨진 그 어떤 쓰레기와도 같다. ● 나는 강의 환경에 특히 관심을 갖는데, 강은 서울에서 자연을 접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이다. 강가에는 자전거 도로와 정원이 있고, 시멘트로 정비되고 곧게 정돈된 곳도 많지만, 아직도 물고기와 오리들이 가득하다. 나는 자연과 인공적 자연이 만들어내는 흥미로 운 균형을 겪어본 적이 없는 터라 충격을 받기도 했다. ● "집에 '누군가(귀신 혹은 영혼)'을 데려가기 싫다면 길에 떨어진 것을 아무 것이나 줍지마라."라는 말에는 그런 물건에 이해할 수 없는 신비한 기운이나 초자연적인 것이 붙어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그렇기때문에 나는 이런곳들로부터 무언가를 조사해 가져오기를 원한다. ■ 우치유
케이블 비정규직 노동조합은 분절된 단위에서 일하기 때문에 집단을 형성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조직된 공동체다. 한 기업에서 같은 일을 하는 노동자들이 서로 접촉, 교류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노는 땅에서 파업 중」은 조합원 인터뷰를 담은 핸드북으로, 500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배포될 예정이다. 이 책은 시각예술의 표현이나 수사를 보여주는 '작업'이라기 보다 '사회 문화 연구서'에 가까우며, 이해관계의 일치나 도덕적 공감대와 상관없는 개인의 입장, 연대 의미를 나누는 실질적인 매체로서 역할 한다. ● 핸드북 「노는 땅에서 파업 중」이 리서치 대상에게 수혜를 안겨주는 프로젝트라면, 영상작업 「미궁과 크로마키」는 전시장을 찾은 관객을 소구대상으로 한다. 이 작업은 노동조합에 소속된 케이블 설치 노동자가등장하여 현장에서의 노동을 그대로 재연하거나, 동작은 동일하지만 노동가치가 거세된 제스추어를 연기한다. '손' 이라는 은유는 노동 소외가 가장 극대화되는 세계이면서 동시에 전문가, 장인이라는 미명아래 노동을 신성화한다. 이렇게 양쪽으로 찢어진 극단의 추상성은 노동이 가지는 구체적인 감각을 마비시킨다. 이 작업은 섬세한 카메라 움직임과 크로마키기법을 통해 케이블을 설치하는 손노동을 분할하고 재배열함으로써 제대로 감각할 수 없는 노동, 노동을 위협하는 추상화의 장막을 거둬 낼 가능성을 발견하고자 했다. ■ 차재민
한국 대중문화와는 마치 동의어와 같은 메스꺼우면서도 달콤한 과잉, 장난스러운 표현, 여자 같은 남자들, 포스트-묵시록적 감성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인「진짜는 없어」는 열린 결말의 작품으로, 동적 조각이자 사운드, 비디오 설치 작업으로 또한 산업화의 불안정함에 관련한 주제들을 다룬다.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관련이 없는 요소들로 구성된 설치 작업은 서울을 물리적, 사회정치적, 역사적 환경의 시점으로 탐구하는 리서치 프로젝트와 관련되어있다. ● 이 작업은 금천예술공장 주변에서 다양한 재료를 직접 구해 활용함으로써 쓰레기와 재활용의 개념을 재평가하고이러한 연구조사적 방법론의 물질적 측면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고도 개발이 이뤄진 맥락에서 인간이 지니는 허약함과 취약성에 관련한 개념들은 더 잠재 의식적 차원에서 설명된다. ● 금천예술공장 작업실에서 직접 만든 이 작업은 산업개발과 장식적 표면 치장에 반응하는 건축적 기반들이 혼합된 형태를 취한다. 이는 전통적 한국 미술/건축이 전지구적 소비자 자본주의 아래 확장하는 기술-산업적 환경과 공존해 역설적인 듯 보이는 상황에 관한 우리의 관심을 반영한다. 이 작업은 이처럼 지속되는 확장을 고려해 전시 기간 동안 변화한다. 관객들은 전시 공간 안에서 유기적으로 전개되는 형태를 마주하며, 하나의 오브제로 존재하는 정적인 예술작품과 작업실의 변화하는 기능적 공간의 경계가 모호해짐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폴 욜 with 데본 애커만
UN과 EU를 경험하면서 세포로 이루어진 몸을 가진 사람이 사회 구성상 하나의 세포 같다는 생각을 했다. 「바이러스」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공중 촬영으로사람들의 움직임을 포착하여 글자를 쓰며, 이를 통해 문자의 추상화를 꾸준히 시도한다. 서울역, 광명역, 신도림, 가산 디지털 단지 등 서울의 랜드마크에서 시민의 움직임을 상공에서 포착한다.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여 비디오 프레임을 집적하며 만든다. 유기적인 세포 형상과 색상을 추상 표현주의 회화처럼 제작한다. 굵은 선적인 형태 속에 움직이는 모든 것의 색상과 디테일이 담겨 있다. 살아있는 것은 움직인다. ● 이 작업은 시민의 움직임을 디지털 일렉트로닉 기술과 접목하여 커뮤니티를 리서치 하는 공공프로젝트이며, 사회 안에서 각 개인의 움직임과 궤적을 통해 각자의 순간을 예술화하고, 궁극적으로 생명체 각자의 존엄성에 대해 고찰 공유하고자 한다. 서울에 사는 물고기, 금천예술공장 발코니에 사는 거미, 그 곳 위를 나는 비행기의 움직임도 포착하여 작업화 하였고 그들에게도 존엄성을 부여한다. ■ 한무권
Vol.20131120f | Here, There and Everywhere 도시 속 삶에 대처하는 미술의 자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