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lti Effect

불(不) 안의 불편함展   2013_1120 ▶ 2013_1218 / 월,공휴일 휴관

공성훈_소나무숲_캔버스에 유채_227.3×181.8cm_2013

초대일시 / 2013_1120_수요일_05:00pm

참여작가 공성훈_김영헌_박종필_안진균_원성원_함연주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공휴일 휴관

갤러리 인 GALLERY IHN 서울 종로구 청와대로 73(팔판동 141번지) Tel. +82.2.732.4677~8 www.galleryihn.com

불(不) 안의 불편함 ● '마음이 편하지 아니하고 조마조마함.'을 뜻하는 '불안'이라는 단어는 눈앞에 실재하는 대상으로부터 가해지는 위협을 통해 느끼게 되는 감정인 '공포'와는 다르다. 발생의 근원지를 명확히 모른다는 것이 공포와 구분되는 차이점인 이 감정은 어떤 원인을 통해 발현될까? '문학비평 용어사전'에서는 이를 두고 '내면세계와 외부세계의 불일치, 혹은 존재와 인식 사이의 괴리가 예상되거나 자각될 때 야기되는 심리적, 생리적 반응을 총칭하는 개념'이라고 정의한다. 소설가 '알랭 드 보통'의 경우 불안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겪는 다양한 종류의 불안 중 사회적 지위와 관련된 부분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이 외에도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불안의 원인을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경우로 국한해 본다면 위의 예들은 하나의 원인으로 귀결된다. 사회와 개인 사이에 합의된 규칙을 위반했을 때 발생할 '불화에 대한 예감'이 그것이다. 우리는 '불화'를 '불안'해한다. ● 불안한 상태를 피하는 방법으로 우리는 서로의 의사를 파악하고, 조정하고, 다수 의견으로 결의한다. '미학 안의 불편함'의 저자 자크 랑시에르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는 구성원 전부가 같은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고 전재하는 '합의'(consensus)라는 관념 위에 기초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합의를 통해 안정감을 얻는다고 믿지만, 이는 환상에 가깝고 오히려 이 사회는 불일치(dissensus)가 연속되는 불화(mésentente)의 장(場)이다."라고 역설한다. 합의는 겉으로 보기에 동의를 통해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결론을 도출해 내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각각의 불만과 의견 차이를 억압하고 마땅히 그들의 것이어야 할 감각적인 것들의 분배를 가로막는다는 것이다.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배운 대로 말하고 관습대로 행동하는 것, 가풍, 이념, 도덕, 미학 논리, 사회계층 등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의 암묵적 동의가 그 합의 안에서조차 제 몫을 가지지 못한 자들의 다양한 발언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불안은 정신에 내재한 사회적 합의에서 일탈하고자 하는 몸의 외침이며 이를 통해 발현되는 불화가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는 '각성'을 요구하는 것, 그 자체로 예술의 본령 일 수도 있는 것이다. 불안을 마주 보며 거듭나기 ●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이 은폐된 불안이라는 감각을 통로 삼아, 당위성에 도전하는 불편한 논쟁을 공론의 장으로 불러내거나 불안이 작동하는 구조 외부에서 내부 바라보기를 시도한다. 내면의 강렬한 감정을 분출하는 작가들에게서 볼 수 있는 '존재의 불안을 토로하고 스스로 치유되기'의 방식이 아닌, 불안의 가능성을 인지하고 이를 능수능란하게 '조장'하는 방식을 통해 내재된 미적 통념이나 구조를 넘어선 새로운 미적 가치, 혹은 배제된 개별 가치의 복권을 촉발한다. ● 프리드리히(Caspar D. Friedrich)의 낭만주의적 풍경과 엘 그레코(El Greco)의 을씨년스럽고 불길한 하늘의 기운이 느껴지는 공성훈의 풍경화는 보통 우리가 이해하는 관념화 된 자연의 이미지를 떠올리게끔 한다. 그것의 속성은 숭고하거나 낭만적이거나 불길한 재해 혹은 도전의 대상이 되곤 하는 개척지로서의 자연이다. 그 익숙한 풍경 속에 등장하는 너무나도 일상적인 인물이나 누군가의 물건, 인공적 현상들은 관념화된 자연의 견고함에 균열을 가한다. 이 균열은 너무나도 예리하기 때문에 더러는 인지조차도 못 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대자연 앞에 선 인간의 초라함' 이라던가 '풍경화의 전위적 재해석' '등장하는 대상의 기호화를 통한 정치 사회적 해석'이라는 풀이로는 그의 회화에 나타난 깊고 가는 균열을 메우지 못한다. 균열은 그저, 다시금 불편함으로 남겨진다.

김영헌_Cloud Map-p1316_캔버스에 유채_259×194cm_2013

김영헌이 근래에 완성한 작품들에 가득 찬 일종의 이글거림은 전자기파를 시각화한 그래프 같기도 하고 생물의 내장기관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 본래의 속성을 쉬이 파악하기는 힘들지만, 간혹 의도적으로 드러내는 형상에 비춰 보았을 때 구름의 그것을 띠는 색 선의 중첩은 그 자체로도 불안의 형태를 띤다. 작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스테레오그램(매직아이)처럼 몇몇 형상을 구름의 이면에 은밀하게 배치하여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이 형상들은 아톰, 미키마우스, 전쟁병기 등 치밀한 의도로 만들어진 '가짜 영웅'이며 유년기에 동경의 대상이었던 '어떤 멋진 것들'이다. 신작의 풍경은 작품의 특징이던 구체적인 구상성의 상징들을 덜어내고 조금 더 비구상성에 집중하는 듯 보인다. 우리가 전통 산수의 풍경을 가상의 화면으로 보듯이, 관념화된 풍경의 모습은 전자를 통해 인식되는 사이버 세계의 형태를 은유한다. 시간과 공간, 과거와 현재, 가상과 현실을 다루는 작가의 혼성적 화풍은 그동안 흐릿한 상으로 넌지시 보여준 사회에 대한 입장을 잠시 유보하는 듯하지만, 사라진 형상들은 체셔고양이의 웃음처럼 풍경 너머에서 세상을 응시한다.

박종필_between the fresh no.37-1_캔버스에 유채_97×163cm_2013

원본과 복제의 위계에 대한 논의는 지금까지도 끊임없는 미학의 주요 논쟁점이다. 박종필의 작업은 조화와 생화를 함께 그린 구성상의 원리를 두고 볼 때 언뜻 벤야민과 들뢰즈 보드리야르의 논의 중 보드리야르의 '원본보다 더 실제적인 복제'에 더 무게가 실려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작가는 실재와 가상 사이의 위계보다는 그 사이의 경계, 즉 가상과 현실의 위계 없는 공존을 기정사실로 하고 이를 딛고 도약하는 그 너머의 상태에 더 주목한다. 회화라는 방식을 통해 원본과 복제를 동일 화면 안에 배치할 때, 그 최종 이미지 안에서 둘 사이의 경계는 더 희미해지고 관념적인 대상만 더 강하게 두드러지는 초 실제의 상황을 초래한다. 그럼에도 관념의 틈새에서 피어난, 생화나 조화보다 '더 꽃다운 꽃'은 아직 완벽한 전뇌화(電腦化)를 통해 포스트휴먼이 되지 못한 우리에게는 익숙지 않고 여전히 그다지 반가운 사실이 아닐 수 있다.

안진균_Confrontation #2_람다 프린트_66×88.1cm_2012

안진균은 하나이며 또한 별개의 존재인 가족이 마주치는 거실의 기능에 주목한다. 현대의 매체에 그려지는 화목한 거실의 풍경은 실제로는 불편한 감정들이 뒤엉켜있는 최소 단위의 사회이고 은밀한 드라마가 생성되는 무대이다. 거실 안에 배치된 가구, 가전, 조명, 장식물 등의 요소는 가족 사이의 위계, 정확히는 집주인의 취향과 규범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그에 따르는 격식과 행동규칙을 암묵적으로 강요한다. 작가는 이 공간의 은폐된 이중성을, 자아와 공간을 반영하는 거울이라는 소품(혹은 그것의 물리적 효과)을 통해 사적인 공간에서 공적인 것의 영역으로 대치시켜 공론화시킨다. 이는 다시금 관객의 경험이 반영되는 공적인 거울로 변용된다. 또한, 작가는 폼페이 화산폭발 유적지에서 복원된 놀라운 보존상태의 '신비의 저택(Villa of Mysteries)'의 거실이 다가올 죽음을 시간을 거슬러 예견한다는 것과 연로한 부모님의 다가올 죽음의 유사성을 통해 거실(居室)에 교묘하게 내재한 사실(死室)의 가능성을 제기한다.

원성원_장남의 별아파트

원성원의 사진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성격에 대한 우화적 표현이다. 이번 연작 중, 인간 대부분을 통틀어 발현될 수 있는 성향들을 가상의 섬이라는 공간에 모아 놓은 '성격의 섬, 2013'은 연이을 작품에서 등장이 예견되는 거의 모든 종류의 동물을 열거하며 연작의 도입부 역할을 한다. 번식지와 식성, 고유의 기질이 서로 다른 동물들이 모인 장면은 교양물 '동물농장'의 풍경처럼 즐겁고 조화로운 풍경이 아니다. 이 상태는 혼돈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는데 온순함과 과격함처럼 상반되는 성격이 한 사람에게서 동시에 드러날 때 정신질환을 진단받게 되는 이치와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장남의 별 아파트, 2013'은 여러 가지 인간상 중에 꿈을 포기하고 현실과 타협하거나 혹은 그 선의를 이용당하며 살아가는 흔한 인간을 넌지시 비춘다. 여러 동물과 그들의 행동을 통해 현대 사회의 우울한 이면을 들춰내는 작품들은, 불특정의 관람자들이 자신을 화면의 상황 속에 투영함으로써 여러 도상학적 해석을 가능하게 하고 다른 삶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함연주_Ascending_머리카락, 금박, 레진_154×143.5cm_2013

함연주는 초기에 자신의 머리카락을 사용하여 시공간을 재해석하고 새로운 경험을 제시하는 작업을 선보였다. 유학 초기의 불안한 하루하루 속에서 건져 올린 몸의 일부, '머리카락'을 쓸어담으면서 느꼈을 감정은 흔히 상투적 은유나 이념적으로 재활용되기 쉽지만, 작가는 이런 관념을 물질에 투사시키지 않고 단지 조형작품의 재료로써 사용하는 쉽지 않은 탈 개념의 과감함을 보여준다. 한정되지 않은 해석의 여지를 통해 작가적 개입이 불러오는 의미 구분 짓기의 폭력성을 외면하는 그는, 머리카락을 비롯해 크리스털, 씨앗 등의 작고 사소한 재료를 집적시킬 때 가치 있는 무언가로 변화하는 물질의 능동적 재의미화에 주목한다. 전시에 출품되는 작품은 예전 기무사의 창틀과 작가의 머리카락을 주로 활용한 작품으로 비상의 이미지로 인하여 더러는 희망을, 혹은 그물처럼 촘촘한 머리카락의 배열로 재포획을 연상할 수도 있다. 함연주의 작품은 마치 내가 그곳에 있었음을 알리는 존재증명의 흔적이며 그것으로 충분한 하늘의 작은 반짝거림과 농담 같은 사라짐이다. ■ 방윤호

참고문헌 문학비평용어사전, 한국문학평론가협회, 2006.1.30, 국학자료원 불안(Status anxiety), 알랭 드 보통 저, 정영목 역, 2011.12.28, 은행나무 미학 안의 불편함(Malaise dans l'esthetique), 자크 랑시에르 저, 주형일 역, 2008.12.30, 인간사랑 사라짐에 대하여(Pourquoi tout n'a-t-il pas deja disparu?), 장 보드리야르 저, 하태환 역, 2012.05.11, 민음사 시뮬라시옹(Simulacres et simulation), 장 보드리야르 저, 하태환 역, 2012.02.09, 민음사

Vol.20131119i | Multi Effect-불(不) 안의 불편함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