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3_1115_금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 보는 GALLERY BONUN 서울 합정동 354-25번지 1층 Tel. +82.2.334.0710 gallerybn.com www.facebook.com/gallerybonun
몇 해 전, 꽤 유행했던 한 드라마 주제곡 '너는 나의 봄이다' 를 들으며 한참이나 우리 마음은 현실을 잊은 채 문득문득 저 멀리 어딘가를 떠돌아 다니던 기억이 난다. 드라마의 재미난 전개와 잘생긴 주인공들의 연기 그리고 노래 가사와 멜로디가 꽤나 부드러웠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우리에게 '봄'이 주는 특별함, 그 상징성, 그리고 그 봄이 다름 아닌 '너'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한참이나 마음이 설렜던 것 같다. 얼마만큼 사랑하면 그 '너'가 나의 봄이 될 수 있을까? 그것은 상상만으로도 벅찬 환희다. ● 하지만 미안하게도 그 상상이 그만큼 행복할 수 있는 것은 말 그대로 그것이 상상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씁쓸한 현실적 자각이 그 행복에 찬물을 끼얹는다. 너가 나의 봄이 되기를, 그냥 내가 되어주기를 바라지만, 또 너는 나로 인해 저 멀리 멀어져 간다. 그리고 우리는 이 양극 사이를 쉼 없이 유영하면서 지금 이 순간을, 그리고 평생을 살아가고 있는 존재들이자, 관계들이다. 우리 모두는 자신 밖의 다른 존재들로부터 자신을 구별할 수 있는 독립성과 개별성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외부의 존재들과 구별되는 개별적 존재로서의 자신을 '나'라고 부른다. 아무리 벗어나려 발버둥을 쳐도 나는 나를 벗어날 수 없고, 너는 너를 벗어날 수 없다. 나와 너가 있는 한 우리에게 완전한 공감, 완전한 관계란 존재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너가 있기에 더욱 나다워지고, 너 또한 나가 있기에 훨씬 너다워지는 것이 아닐까. 우리들 사이의 '관계'란 각자의 개별성, 서로간의 차이성이 존재할 때 성립되는 무엇이기 때문이다. ● 필연적으로 존재할 수 밖에 없는 우리들 각자의 개별성, 그 각자 사이의 간극, 늘 가까이 다가가기를 원하면서 또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기 원하는 우리들의 아니러니. 너 – 나, 그 사이의 간극에서 과연 우리는 무엇을 발견할 수 있는가? 그 사이에는 도대체 무엇이 존재하고 있는가? ● 오민정, 조재영 두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하여 나에게 그리고 너에게 필연적으로 존재할 수 밖에 없는 각자의 개별성과 그 사이에서 존재하는 관계성 그것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으며 서로에게 어떻게 작용되는지를 함께 얘기 나누어 보고자 한다. ■ 오민정_조재영
플롯의 구조에는 갈등이 존재한다. 선과 악, 남과 여, 쫓는자와 쫓기는 자 그리고 나와 너. 해체주의가 전개된 이후 이원화된 주체와 객체 사이에서 벌어지는 인터렉티브에서 새로운 의미와 감성을 찾으려는 움직임은 어쩌면 전혀 신선하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겠다. 작가들은 관람객을 자신들의 작품의 세계로 진입하길 바란다. 그리고 무언가를 생성하길 바란다. 그들의 작품은 완결되지 않은 상태이다. 누군가가 건드려주길 기다리며 영원히 지연되어져 있는 상태로 걸려져 있다. 그러다 누군가의 건드림 하나에 자신을 규정 짓다가 다시 의미의 바다를 허우적댄다. ● 의자, 신발 등의 드로잉은 우리 안에 품고 있는 이데아의 차이를 보여준다. 물론 이데아는 사진처럼 정확히 그리는 사람의 의지대로 출력되진 않는다. 이 전시물은 우리 시대의 일상 잡화를 이데아화해서 보존하려했던 「Super Normal」이라는 작업을 떠올리게 한다. 단순히 시대의 보존을 넘어서 관람자는 그것이 출력된 결과에 공감을 갖기도,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 관람자의 진로를 방해하는 오뚝이 모양의 오브제는 지나치려는 사람에게 어떤 감정을 떠올리게 할 지도 모른다. 부딪히며 발생하는 흔들림과 소리는 단 한순간도 동일하지 않게 되어있다. 이 우연성이야말로 작가들이 말하려는 바일지도 모른다. ● 같은 단어라도 반드시 같은 의미로 쓰인다는 보장은 없다. 이 암호화된 재료를 갖고 관람객은 새로운 결과물을 계속해서 생성해낸다. 어쩌면 비슷한 시가 있을지도 모른다. 거기서 관객은 소름끼칠 공감을 느낄까 아니면 께림칙함을 느낄까. ● 작가는 언제나 무언가를 생성해내고자 한다. 그것은 끊임없는 바람이다. 수신자 역시 마찬가지다. 무언가를 생성하고자 작품을 끊임없이 쪼아본다. 그들이 통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수신자는 둘이 만나서 사랑에 빠지길 바라고, 선해 보이는 것이 악해 보이는 것을 이기길 얼핏 바랄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상은 엉망진창이다. 당신이 바라는 것만큼 즐거운 기분이 들지 않는다고 해도 한 발짝 뒤로 물러서 이 모든 것을 바라봐주길 바란다. ■ 신승헌
Vol.20131117e | 나-너-오민정_조재영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