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 구헌주_서상호_조형섭_파견미술팀_홍원석
기획 / 킴스아트필드 미술관 운영위원회
관람시간 / 10:00am~05:00pm / 월요일 휴관
킴스아트필드 미술관 KIMS ART FIELD MUSEUM 부산시 금정구 죽전 1길 29(금성동 285번지) Tel. +82.51.517.6800 www.kafmuseum.org
커뮤니티아트는 말 그대로 커뮤니티(Community)와 아트(Art)가 결합된 개념이다. 공동체 예술 혹은 공동체의 이해에서 출발한 예술로 이해할 수 있다. 한국에서 커뮤니티아트는 여전히 낯선 개념이다. 서구에서는 이미 40여 년 전 68혁명이후 문화민주주의라는 개념과 함께 잉태되었지만, 아직도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개념이다. 비록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최근 커뮤니티아트는 공공미술의 새로운 형태로 주목받거나, 도시재생이나 문화적인 실천이라는 개념과 연동되면서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커뮤니티아트의 다양한 실천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살펴봄으로써 이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기획되었다. ● 커뮤니티아트는 프랑스의 68혁명이후 신좌파운동에서 파생된 개념으로 이해 할 수 있다. 초기 급진적이었던 운동이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기존의 고급예술을 지양하고 새로운 대안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일명 문화민주주의라는 새로운 예술인식을 기반으로 한 개념이다. 문화민주주의는 유럽에서는 국가의 문화정책과 만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된다. 문화엘리트주의의 양극화를 해소할 대안으로 예술에 대한 평등한 접근 기회, 예술적 다원주의, 문화민주화와 예술의 확산에 지원의 중심이 이동하게 됨으로서 커뮤니티아트의 개념은 보다 확산되었다. 미국에서는 1889년 제인 애덤스의 힐하우스가 시카고에 만들어 지면서 커뮤니티아트가 시작된다. 복지시설이 낙후된 지역에 공공단체가 들어가 공동체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세틀먼트(Settlement)를 실천했던 사례로, 이곳 시카고는 미국에서 커뮤니티아트의 발생지로 알려져 있다. ● 한국에서는 최근에 와서야 문화 민주주의라는 개념이 문화정책으로 실천되기 시작했으며, 작가위주의 문화정책에서 향유자 중심의 지원정책으로 서서히 이동하고 있는 추세다. 민간영역에서는 UR아트가 1998년도 "당신도 예술가". 2003년 "작은 예술가"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였고, 1994년 공동육아를 위해 시작된 성미산 마을공동체에서 운영했던 "성미산 마을극장" 등에서 커뮤니티아트의 개념들을 실천하였다. 이후 성남시의 "우리 동네 문화공동체 만들기", "사랑방 문화클럽"을 비롯해 서울시의 "금천예술공장", 문화체육관 광부의 "흐르는 문화학교 모단스쿨" 등 지자체와 국가기관에서도 다양한 형성태로 커뮤니티아트의 개념적인 실천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커뮤니티아트는 예술의 존재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개념으로 고급예술에 익숙한 대중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예술을 제공하는, 현대미술에서 매우 주요한 의미를 차지하는 개념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 구헌주는 일찍부터 도시벽화운동을 주대했던 작가이다. 구헌주는 광주비엔날레기간동안 대인시장에서 열렸던 '복덕방프로젝트'에 역도선수 장미란을 그려 전국적인 화제가 되기도 하였고, 부산대 지하철역 벽면, 남천동 광남초등학교, 안창마을, 대전 대흥동의 그라피티 작업으로 널리 알려진 작가이다. 대안공간 아지트의 디렉터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활동하며 일상 속에서 예술적 실천을 도모했던 문화실천가이기도 하다. 그의 작업은 정치적인 발언에서부터 현대인의 삶에 대한 은유에 이르기까지 매우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예술적 실천과 정치적 실천에 대한 경계를 문제삼지 않는 작가의 작업은 그라피티라는 거리예술과 만나 새로운 소통 가능성을 확대하 나가고 있다.
서상호는 「오픈스페이스 배」라는 국제적인 레지던시형 대안공간을 운영하는 디렉터이자 동아시아 아티스트 네트워크를 실천하는 기획자이기도 하다. 오픈스페이스 배의 가장 중요한 가치 중의 하나는 Local to Local이다. 지역과 지역이 동등한 관계에서 연대하고 소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실천 그 자체에 이미 커뮤니티아트의 기본적인 정신이 녹아있다. 작가는 문화관광부가 주최하고 공공미술추진위원회가 주관하는 공공미술 시범사업인 『아트인시티』 프로젝트를 실천하면서 공공미술의 새로운 관점을 제기한다. 단순한 벽화그리기 운도으이 차원이었지만 서상호는 커뮤니티의 가치를 실현대 보인다. 안찬고 프로젝트에서 마을주민들이 모여서 소통 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을 제작하고, 안창여지도라는 마을지도를 만들었으며, 주민들과 직접 소통하며 벽화를 제작하는 작가 레지던시도 실천하였다. 이러한 활동은 당시 마을에 단순히 벽화를 그려 넣는 '환경미화' 정도의 수준에 그쳤던 마을 벽화 프로젝트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실천으로 기억되고 있다.
조형섭은 지극히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소통의 문제를 다룬다.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이나 언어적인 실수와 연관된 경험을 통해 주로 아이들과 함께 작업을 진행해 나간다. 가령 잠수함 프로젝트의 경우 독일 유학시절 느꼈던 언어적 소통의 어려움에서 기인한 잠수함을 대부도의 아이들과 공동 작업으로 자신이 가졌던 억압적인 기제들이 해소되는 경험을 다룬 프로젝트이다.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순수한 시선이 오히려 작가를 무겁게 억누르고 있었던 디아스포라적인 억압을 단숨에 해방시켜주는 출구가 된 경험을 보여준다. 또한 삼선동행에서는 실제 슬리퍼와 종이로 만든 슬리퍼를 통해 가치의 공유를 실현하는 프로젝트이다. 아이들에게 소유가 아니라 공유의 즐거움을 선사했던 이 작업들은 예술적 소통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 되묻고 있다. 흔히 위대한 예술에서 느낄 수 있는 숭고한 감흥과 아주 조그만 가치이지만 이를 함께 공유하는 예술적 실천, 어느 것이 더 소중한 것인지를 작가는 나지막이 이야기 하고 있다. 커다란 주제와 이야기는 없지만 작가가 보여주는 소박하고 개인적인 예술적 실천들은 예술소통의 근원적인 문제를 생각하게 만든다.
파견미술팀은 한국의 첨예한 사회 정치적 현장을 찾아 예술행동을 펼쳐온 그룹이다. 왔다, 나규환, 문정현, 송경동, 신유아, 윤성현, 이윤엽, 이윤정, 전미영, 전진경, 한상덕 등 미술가들을 비롯해서 종교인, 시인, 한의사 등 다양한 직업군들이 활동하고 있다. 파견미술이라는 이름은 비정규직들인 더 힘든 '파견노동자'들의 얘기를 듣고 붙인 이름이다. 이들은 용산참사를 비롯해 기륭전자, 한진중공업, 부평 대우자동차, 콜트콜텍, 사대강사업현장, 유성기업, 강정마을, 평택 쌍용자동차 등의 현장에서 예술행동을 감행해 왔다. 예술의 영역에서 행동주의의 철학과 가치 그리고 시대적 경향성을 적극적으로 실천한다. 파견미숥팀은 스스로를 "일반적인 예술운동이 예술의 자율성을 획득하고, 예술의 관점에서 사회적 관계성을 구축하는 실천의 장이었다면, 예술행동은 예술 자체의 내재적 자율성이나 심미적 영역만이 아니라 예술의 사회적 개입, 문화정치적 맥락화 등을 통한 자기 실천을 추구'하는 그룹으로 규정하고 있다.
홍원석은 "아트택시프로젝트"를 통해 장소와 사건, 그리고 사람들의 인식을 하나의 틀로 엮어낸다. 유년기 아버지의 택시를 탔던 기억이 모티브가 된 이 프로젝트는 사건이 일어난 장소와 사람들의 사적인 기록이다. 제주 강정마을, 경북 영천, 서울 문래동, 청주 용암동 등을 누비면서 진행된 이 프로젝트에는 사회적∙정치적 사건들 뿐 아니라 도시 근대화나 장애인 등 다양한 문제들이 집적되어있다. 작가는 아트택시에 탑승한 승객들과의 대화를 담은 인터뷰영상과 그들이 운임으로 지급했던 오브제, 그리고 자신의 회화작품과 택시를 함께 전시함으로써 그 장소성을 되살려 낸다. 홍원석의 작업이 가지는 미덕은 전통적인 회화가 가지는 의미와 실천으로써의 예술이 한 공간에 조응하며 새로운 의미들을 형성해 내는 데 있다. ● 이번 전시에 참여하고 있는 구헌주, 서상호, 조형섭, 파견미술팀, 홍원석은 각자의 방식으로 예술적 소통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들은 제도적인 공간을 벗어나거나 전통적인 예술의 주제를 넘어서려 한다. 또한 예술과 정치의 관계를 문제시하거나 이제껏 해오지 않았던 소박하기 그지없는 소통을 시도하기도 한다. 어쨌든 이들이 생각하는 미술은 적어도 미술관에 박제된 듯 편안하게 걸려있는 역사화 된 오브제는 아니다. 적어도 이들이 생각하는 예술은 사람과 호흡하고, 사회와 관계를 맺고, 장소의 의미가 되살아나는 그런 예술을 꿈꾸고 있다. ■ 이영준
Vol.20131116k | 커뮤니티아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