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날 Perfect Day

김형석展 / KIMHYUNGSEOK / 金炯奭 / painting   2013_1113 ▶ 2013_1118

김형석_심심한 연쇄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20×120cm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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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3_1113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30am~06:30pm / 일요일_12:00pm~06:30pm

갤러리 그림손 GALLERY GRIMSON 서울 종로구 경운동 64-17번지 Tel. +82.2.733.1045~6 www.grimson.co.kr

먼 것의 다가옴, 가까운 것의 물러남 ●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공간에 대한 상념이다. 즉 세계가 납작해진 것이다. 평평한 세계. 그래서 역사도, 이념도, 신도 사라져버렸다. 물론 예술도. 그럴 리가? 모두 여기저기에 멀쩡히 존재하고 있는데? 아니다. 사라짐을 소멸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그린버그는 회화를 지키기 위해 회화를 없애 버렸다. 사람들은 세상을 유지해야한다는 망상에 미래를 없애 버렸다. ● 후쿠시마 이후 모든 종말론은 다시 쓰여야 한다. 냉전시기에 비롯된 핵전쟁 아마겟돈에 대한 상상은 이제는 그저 상상일 뿐이다. 신자유주의의 종말은 뉴욕의 월가에서 시작되어 후쿠시마에 도달했다. 포스트후쿠시마는 현실에 도래한 종말의 서막일 뿐. 자연의 냉담함과 인간의 욕망이 이접되어 생긴 괴물. 신화와 과학이 한 몸이 된 악몽.

김형석_남겨진 시간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_120×120cm_2013

이 세계는 어쩌면 이미 끝났다. 문제는 단지 그걸 사람들이 모른다는 것. 아니 모른 척 한다는 것. 그래서 모두가 바쁜 것이다. 멈추면 갑자기 납작한 세상이 제대로 보여 더 이상 견딜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날의 혁명은 심심함으로부터 비롯된다. ● 대부분의 예술가들이 자기 진정성이라는 참호 속에 숨어있는 동안 신자유주의의 융단폭격은 세계의 지형을 모두 바꾸어 버렸다. 그래서 이제는 참호도 모조리 사라지고, 우리는 낯선 곳에 우두커니 서있게 되었다.

김형석_동쪽에서 불어오는 바람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_120×120cm_2013

달은 한 처음에 두 개였고, 지상은 원래 빛나던 곳이었다. ● 어떤 화가가 그랬다. 그림그리기는 몸으로 하는 기도라고. 이는 상당히 타당한 말이다. 왜냐하면 예술은 이미 사라졌지만 기도는 여전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림그리기가 기도가 아니라면 도대체 지금 우리가 왜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말인가?

김형석_커튼콜 curtain-call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_120×120cm_2013

현대예술은 사라졌지만 기도로서의 예술은 그래도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그건 구멍이기 때문이다. 납작한 현실에 뚫린 구멍. 그 구멍은 우리의 내부를 관통해 외부로 이어져있다. 그렇다. 이 세계는 외부가 있는 것이다. 오로지 이 세계만이 유일하고 외부는 없다고 주장하는 납작한 자들은 그래서 사실은 예술을 멸시한다. ● 세계의 굉음으로부터 기꺼이 물러서 멈출 수 있는 용기, 그리하여 궤도를 벗어나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는 마음. 그래서 중력과 은총을 동시에 살 수 있는. 정념과 망상과 욕망의 찌꺼기를 그림으로 승화한다는 착각으로 삶을 유지하는 것을 축복으로 여기며. ■ 김형석

Vol.20131112b | 김형석展 / KIMHYUNGSEOK / 金炯奭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