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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3_1109_토요일_04:00pm
2013 안양 [예.술.도.가,-藝.術.都.家.] 프로젝트 공모 연계展
후원 / 안양시 주최 / 안양문화예술재단 기획 / 공공예술감독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평촌아트홀 PYOUNGCHON ART HALL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갈산동 1112번지 Tel. +82.31.389.5252 www.ayac.or.kr
공백 없는 세계에서 숨쉬기 혹은 숨기 ● 들끓던 낮의 욕망들을 밤의 차가움 속에 용해시키는 것이 우리가 흔히 석양의 풍경에 기대하는 시나리오라면, 정희정의 작품은 예상을 비껴간다. 여기서, 정육점의 고기처럼 번들대는 태양의 빛들은, 낮의 흥분을 식혀주는 대신 하루의 찌꺼기들을 모아 착란적인 폭발을 일으키고 죽어가는 것들의 안식을 방해한다. 오렌지색과 감색의 공기는 몸살감기 걸린 아이의 피부처럼 끈적대고 미끈거리는 덩어리들을 만들어낸다. 색채는 밤 속으로 밀고 들어온다. 그 생명력은 폭력적인 동시에 관능적이다. ● 작품도 몸처럼 온도를 잴 수 있다면, 정희정의 작품은 늘 미열을 동반하는 듯 느껴진다. 밤이 오는 순간에도 더위는 가시지 않으며, 열기는 새벽이 올 때까지 빠져나갈 곳 없이 대기 속을 채운다. 정희정의 사진이 거의 야외에서 전개되는 풍경인데도 공간공포증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이 때문일 것이다. 이곳은, 말하자면, 공백이 없는 세계이다. 색채는 살의 덩어리로 자라나서, 숨막히게 공기를 짓누르고, 비어있는 곳을 꾸역꾸역 채우며 자신의 공간을 확장해나간다. ● 작가가 묘사하는 세계가 어떤 멀고 초현실적 공간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도시 변두리라는 점에서, 그의 작품들을 '변두리의 박물지' 계보 속에 넣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달동네, 도랑과 둔덕, 논밭과 수풀 사이로 보이는 아파트들(이런 곳에 생뚱맞게 서 있는 아파트는 아마도 비싼 곳은 아닐 것이다), 낡은 놀이터와 오래된 축대가 있는 서울 외곽이나 경기도의 모모한 장소. 이러한 위태로운 풍경 속을 거닐며 그 불안정한 현재를 기록하는 도시 산책자의 시선은 한때 사진의 중요한 임무처럼 여겨진 무엇이었다. 그러나 정희정의 시선은 객관적 기록자의 그것이 아니다. 풍경은 끈끈이 주걱처럼 산책자를 사로잡고 빠져나갈 곳을 차단한다. 그리고 이러한 포획 속에서 낯설고도 익숙한 그 무엇이 모습을 드러낸다.
작가는 몇 가지 모티브를 통해 이러한 작위성이 드러나는 순간을 보여준다. 작가가 포착하는 풍경은 주로 도시와 도시 아닌 것의 경계선이다. 벌판 위에 서 있는 아파트 단지를 멀리서 조망하거나 산에 올라가서 집들을 내려다보는 등 '외부'에서 인간의 마을을 보는 시선이 자주 발견된다. 그러나 이러한 구도가 흔히 풍기는 관조의 느낌은 없다. 멀리서 보는 시선은 가까이서는 보이지 않았던 세계의 괴물스러운 정체를 발견하기 위해서만 존재한다. 이 발견이 특정한 시간대에만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글머리에서 말할 것처럼, 과잉이 드러나는 순간으로서의 석양의 시간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우는 새」에서 우비 입은 여자가 바라보는 풍경이 그렇다. 여기서는 풀도 집도 지나치게 많은 것이다. 「산 위의 코끼리」 역시, 회색빛 하늘과는 달리 산 위에 길게 늘여진 그림자는 석양을 암시한다. 「기정사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빽빽한 풀숲들 사이에서 오렌지색으로 불타는 노을과 그 노을 속에 비친 낡은 아파트를 본다. 마르셀 뒤샹이 보여준 구멍 속 누드만큼이나 이 장면은 관능적이다. 초록의 풀들은 내장처럼 울퉁불퉁한 촉수를 꿈틀대며 공간을 침범한다. 이 동물적인 느낌의 식물들은 석양의 풍경이 보여주는 괴이함의 일부분이다. 육즙이 떨어지는 듯한 맨드라미의 두꺼운 이파리들은 아파트를 집어삼킬 듯 자라나고, 무성한 수풀은 콘크리트에 구멍을 낼 듯 집을 포위한다. ● 식물들의 이 노골적인 생명력에 비하면 동물이나 인간들은 무기력해보인다.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우비 입은 여자의 뒷모습은 풍경에 눌린 듯 작아보인다. 이 여자는 세계의 열기에 짓눌린 채 외로이 풍경을 보고 있다. 그러나 그녀가 방어용으로 입고 있는 우비 혹은 담요는 풍경 속에 숨기 위한 보호막이기도 하다. 비를 피하기 위해 입는 우비는 숨 쉴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도구이기도 하지만, 자발적으로 호흡을 정지시키는 수단으로도 사용된다. 「청산」에서 인물이 뒤집어쓰고 있는 녹색 담요가 이를 암시해준다. 공백 없는 세계의 괴물스러운 촉수는 우리가 있을 장소를 위협하는 동시에 관능적인 손길로 우리를 감싸 안는 것은 아닐까? 폭력과 관능의 결합이 위험한 동시에 매혹적인 것은 이러한 양가성 때문일 것이다. ■ 조선령
안양문화예술재단은 재단 설립 후 첫 기획지원사업인 『2013 안양 [예. 술. 도. 가. - 藝.術.都.家.] 프로젝트 - [생생(生生) 예술모종밭]』의 시각예술 부분의 당선자로 정희정 작가를 선정하였다. 정희정 작가는 갈수록 집단화 되어감에 따라 개인 창작자의 고독한 창작활동이 위축되어가고 있는 현 예술계에서 꾸준히 사진과 미디어를 기반으로 작업하여 창의적인 실험을 이어가고 있는 작가이다. 공모사업과 연계된 본 전시는 지역 작가의 개인적 역량 강화 뿐 아니라 그 결과물을 지역 주민들과 함께 향유함으로써 지역의 미술문화를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정희정 작가는 본 전시에서 장소와 시간 사이의 관계성, 그리고 그 장소에 대한 표현 방법을 연구한 결과물을 선보인다. 이는 100여년에 걸쳐 진행되어 온 근대화의 과정 속에서 장소 및 풍경의 변화와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의 신체적, 정신적 상호작용에 대한 이해, 그리고 이를 재현해 온 방식의 변화에 대한 사유의 반영물이다. 아울러 우리가 가보지 못한 공간을 책, 지도, 인터넷을 통해 접함으로써 만들어지는 실제와 인지 상의 장소성에 대한 차이, 여자로서 경험하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 등이 사진과 영상을 통해 전달된다. ■ 박은수
Vol.20131109b | 정희정展 / JEONGHUIJEONG / 鄭熙精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