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ut at the Wall

강상우展 / KANGSANGWOO / 姜尙佑 / mixed media   2013_1107 ▶ 2013_1207 / 일요일 휴관

강상우_Shout at the Wall_공기건조한 점토, 와이어, 나무, 유리_34×65×30cm_2013_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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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3_1116_토요일_05:00pm

본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시행중인 『Emerging Artists: 신진작가 전시지원 프로그램』의 선정작가 전시입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토요일_10:00am~04:00pm / 일요일 휴관

코너아트스페이스 CORNER ART SPACE 서울 강남구 신사동 580-6번지 제림빌딩 1층 Tel. 070.7779.8860 www.cornerartspace.org

Shout at the Wall 벽에 대고 소리쳐라 ● 나는 십여 년 전부터 국내 정치에 관해 적지 않은 관심을 가져왔다. 작년 대선 정국에 이르러서는 유독 그러한 관심과 정치적 성향이 내 작업에서 드러나지 않는 것에 대해 나 자신이 모순적이라는 죄책감마저 가지게 되었다. 현재까지의 작업들 대부분은 과거의 특정한 기억들에 관한 호기심으로 시작해 주로 그리움, 향수 등의 서정적이고 긍정적인 감성을 다루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내 일상에서 심심치 않게 떠올려지는 유년 시절의 기억 중에는 당시의 어두운 군부독재 상황으로 인한 불쾌한 것들 또한 적지 않게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나는 다소 스트레스에 시달리더라도 정치적 의무감을 가지고 과거를 차분한 마음으로 되돌아보았다. 그리고 그 결과 느끼게 된 정서들을 나의 작업의 주요 관심사인 유년 시절 기억에 관한 탐구의 자리까지 끌어올 각오로 이 전시에 임하게 되었다.

강상우_A Dead Republic_담요, 스틸_150×165×52cm_2013
강상우_The Mirror of Transcendence_공기건조한 점토에 에나멜_51.5×41×2.5cm_2013

작업 발상의 단계에서 나는 유년 시절에 어렴풋이 느꼈던 당시의 어두운 국내 정치 상황, 반공사상에 세뇌된 상태에서 목격한 가정 내 사건들과 그에 대한 묘한 가치관의 혼동 등을 차분히 떠올려 보았다. 그러자 그 당시를 살던 인물들 중 현재의 내 정치적 가치관에 가장 친숙한 어떤 인물이 떠올랐고 그는 80년대 가장 격변의 삶을 살았던 정치인인 김대중 전 대통령이었다. 그에 관한 자료 리서치를 하며 유년 시절 친형들이 즐겨보고 동네에서 늘 끊이지 않았던 야구의 인기,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과 그 즉시 공포에 휩싸여 창밖을 둘러보시던 어머니, 몇 개월 간 억울하게 수감생활을 하신 아버지 등의 일들은 결국 그 정치적 맥락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삶과 간접적으로 연관된다고 판단했다. 그가 청주 교도소에 투옥된 1981년에 아버지께서도 불온서적 관계로 수개월간 옥살이를 하셨고 내 형들과 친구들이 모두 열광한 국내 프로야구 의 탄생년도 또한 1981년이다. 이듬해에 석방된 김대중 대통령은 미국행에 올라야 했다. 그 동안의 내 기억 속 우리 가족들은 당시 어두운 현실에 대한 불만은 있으되 늘 자기검열을 통해 그것으로부터 도피해야만 했던 상황이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수감 당시 인간 김대중이 겪어야만 했던 절망감과 신에 대한 원망은 그가 귀국한 85년에 아버지께서 출판하시고 내가 인상 깊게 읽었던 톨스토이의 단편집에 있는 한 등장인물의 좌절에 빠진 모습과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사색을 거쳐 현재의 나는 그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은 현 정치적 상황에 대한 실생활 속의 고민들을 의무감을 가지고 작업을 통해 충실하게 짚어나가고 싶었다.

강상우_Study of Salvation_캔버스에 나무, 스티로폼_83×54×39cm_2013
강상우_Study of Salvation_캔버스에 나무, 스티로폼_83×54×39cm_2013_부분

위와 같이 열거된 크고 작은 사건들과 나의 기억들의 일부는 본 전시 작품들의 시각적 신호와 소재들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적 상징들을 차용하거나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이전의 작업방향과 그 태도는 주로 과거의 기억들이나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이슈, 사건들을 회상하며 가지는 정서적인 반응들을 다루는 것이었다. 이 경우 대부분은 나 자신의 감성에 의존하여 소재나 시각적 상징을 채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 전시의 주제는 나 자신의 정서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보편화 되어 있고 그 의미가 많은 사람들에게 관념화 된 상징물들을 채택하고 다루지 않으면 이 작업들의 전반적인 내용과 의도조차 오해되거나 모호하게 보여질 우려가 있었다. 또한 누구에게나 의미가 명확한 시각적 상징들을 선택하고 이를 지나친 비중으로 다룰 경우 자칫 작업들이 설명적이거나 계몽적으로 감상될 수도 있었다. 더구나 현재 많이 문제시되고 공론화 된 정치적 이슈를 작품으로 다루면서 표현 방법이나 형식에 있어서 진부한 자세로 접근할 경우 작품들이 뻔하고 시류에 편승해 호응을 얻으려는 과욕의 결과물로 여겨질 우려가 있다고 생각했다.

강상우_프로야구; 원년 1_캔버스에 유채_91×71.5cm_2013
강상우_프로야구; 원년 2_캔버스에 유채_100×80.5cm_2013_부분

이러한 고민들의 결과로 내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보편적으로 알려진 특정 정치인과 관련된 일반적이고 익숙한 시각 신호들을 작품들의 표면적, 텍스트적 의미를 추측하는 장치로서 최소한으로 적용하고 작품의 구체적 윤곽과 내용은 그 정치인, 또는 사건이나 사물과 나의 개인적 기억들 사이에 유사하거나 일치하는 시각신호들을 다루는 것으로 방향이 정해졌다. 그 예로 Dead Republic (이불작업) 에서는 어린 시절 즐겼던 이불을 이용한 장난감 놀이를 연상시키는 검정색 이불, 그리고 영정사진의 형태를 발상으로 한 흰 삼각 프레임, 'Republic'이라는 텍스트가 쓰여진 페인팅이 설치되어 현재의 우리나라 민주주의에 관한 나의 위기감을 상징한다. ■ 강상우

Vol.20131107f | 강상우展 / KANGSANGWOO / 姜尙佑 / mixed media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