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3_1104_월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6:30pm
공아트스페이스 GONG ART SPACE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8-21번지 3층 Tel. +82.2.730.1144/735.9938 www.gongartspace.com
인간의 삶은 불완전한 것이어서 언제나 보다 나은 삶을 추구하기 마련이다. 이런 바람은 결국 이상향理想鄕이라는 가상의 공간을 창조하게 되었으며, 이를 통해 위안과 안식을 얻게 된다. 이상향에 대한 추구는 동서를 막론하고 공히 존재하는 바, 나의 작업은 바로 이상향의 세계를 동양적 세계관으로 해석해 현대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 현대문명은 인간들에게 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물질적 풍요를 제공해 주었다. 그러나 이러한 물질적 풍요는 환경오염과 비인간화 등 그에 상응하는 혹독한 대가를 요구하고 있다. 현대인들은 새삼 인간적인 삶의 의미와 자연의 존재에 대해 자각하기 시작하였으며, 이는 오늘의 현대인들이 당면하고 있는 물질문명의 폐해를 극복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임을 깨닫게 되었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물질적 풍요 속에서의 인간적인 삶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관심은 결국 자연과의 조화와 균형을 통한 건강한 삶의 회복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인간중심의 서구적 자연관에서 탈피하여 자연과 조화와 상생을 통해 인간의 삶의 가치를 제고하고자 하는 현대인의 자각은 바로 동양적 자연관과 맞닿아 있는 것이다. 오늘날 현대인에게 자연은 어쩌면 동경하고 염원하는 이상의 피안일 것이다.
낙원樂園의 개념은 예로부터 서양에서는 유토피아Utopia로 동양에서는 무릉도원武陵桃源으로 표현되었다. 유토피아Utopia는 현실적으로는 아무데도 존재하지 않는 이상의 나라, 또는 이상향을 말한다. 토마스 모어가 그리스어의 '없는(ou-)', '장소(toppos)'라는 두 말을 결합하여 만든 용어인데, 이 말은 동시에 '좋은(eu-)', '장소'라는 뜻을 연상하게 하는 이중기능을 지니고 있다. 이상향의 세계는 지금 내가 존재하는 현실에는 없는 장소이지만 동시에 누구나 다 그리워하고 갈망하는 좋은 장소라는 이중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무릉도원武陵桃源의 기원은 중국의 시인인 도연명이 쓴 『도화원기(桃花源記)』에서 제시된 동양적 이상향의 전형이다. 유토피아와 무릉도원으로 대변되는 동서의 이상향은 모두 그것이 속한 시대적 배경을 전제로 한 것들이다. 그러나 이들이 공유하고 있는 가장 본질적인 가치는 바로 현실의 모순과 질곡에서 벗어나 온전한 인간적 삶을 향유할 수 있는 절대 공간으로서의 이상향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이상향은 아틀란티스, 샹그릴라 등으로 표현되기도 하며 시대적 가치에 따라 서로 다른 양태로 표현되곤 하였다. 나의 작업은 그중에서도 특히 동양적 세계관에 입각하여 현대적인 낙원의 모습으로 그리고자 한다. 그것은 현실세계와 유리된 관념적 이상의 세계가 아닌, 걸어서 들어갈 수 있는 주변 어딘가에 있을 법한 이상향의 세계를 펼쳐 보이는 것이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꿈에 그리는 낙원을 찾는 것은 현실세계의 고단함을 잊고 더 나은 삶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현실에서의 고통을 치유하는 힐링Hilling의 공간이어야 한다.
나의 작업은 그림을 마주하는 이들이 산책하다가 멈춰 서서 풍경을 바라보며 평온하고 고요한 느낌을 받기를 바란다. 내가 설정한 낙원은 새가 지저귀고 꽃 냄새로 가득 찬 아름답고 정적인 정원의 모습이다. 그것은 바로 만물의 근원인 커다란 자연의 상징이며 꽃은 바로 낙원을 장식하는 작은 자연들이다. 나는 이들을 통하여 문명에 의해 망실된 이상향을 회복하고자 한다. 이상향의 회복은 원초적 순진무구한 상태의 회복을 상징한다. 실낙원失樂園에 의해 인간은 어둠 속으로 던져졌고, 낙원의 회복에 의해서 본연의 존재를 되찾게 된다. 때문에 사람들은 모두 끊임없이 이상향의 세계, 즉 낙원의 모습을 그리워한다. 나의 작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잠시나마 그리운 이상향의 세계인 무릉도원을 거닐며 일어버린 꿈과 상상을 회복하고 건강한 정신적 치유를 경험하기 기대한다. ■ 임보영
Vol.20131030h | 임보영展 / IMBOYOUNG / 任寶煐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