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3_1027_일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7:00pm
갤러리 숲 GALLERY SUP 서울 마포구 창전동 6-4번지 전원빌딩 B2
어릴 적 인상 깊게 보았던『어린왕자』의 한 부분이 성인이 된 후에도 가끔씩 생각났다. 어린왕자가 그린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보고 어른들은 단지 모자를 그린 것 같다고 말하는 부분이다. 어렸던 나조차도 어른들처럼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그렸다는 것에 완전히 공감하지 못한 채 책장을 넘겼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얼마 전 뱀이 제법 몸집이 큰 멧돼지를 삼켰다는 기사를 본 순간, 문득 동화 속 보아뱀이 다시 떠올랐다. 사실 나에게 동화 속 이미지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도 모자도 아니었다. 단지 거대한 얼룩으로 덮여 있는 하나의 덩어리로 보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 얼룩은 언덕의 모습 같기도 하고 빵의 실루엣 같은 모습이기도 했다. 그리고 또한 그 이미지는 어린왕자의 시선도 나의 시선도 아닌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의해 전혀 다른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2013년 8월)
내 상상 속에서 점과 얼룩은 살아있는 세포와도 같다. 점은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꿈틀거리며 늘어나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하며 얼룩으로 변해간다. 때로는 그 하나로도 각각의 생명체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서로 모여 또 다른 하나의 생명체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2011년 10월) ■ 김태은
"원래의 모습에는 감탄하지 않으면서 그것을 닮게 그린 그림에는 감탄하니, 그림이란 얼마나 허망한가." (블레즈 파스칼의『팡세』중에서) ■ 문성윤
누구에게나 지우지 못하는 기억이 있다. 그 기억 자체가 자신의 현재를 지탱하는 존재근거가 되는 것이라면 더더욱 놓을 수 없는 것이 된다. 종종 우리는 이러한 기억의 단절을 막기 위해 한 겹, 두 겹 기억에 기억을 덧붙인다. 그렇게 쌓인 기억의 층위는 단절에 대한 두려움을 망각시킴과 동시에 현 상황을 유지할 수 있는 안정을 제공해준다. 그러나 덧붙여진 기억은 어디까지나 위기모면을 위한 순간적 대응일 뿐이며, 이러한 발상의 지속은 그 목적을 배반하고 자기기만의 근거를 제공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과거를 억압하는 행위는 그 의도가 아무리 좋더라도 고요를 평화로 착각하는 일, 언제든 되살아날 수 있는 문제를 덮어두는 일이기 때문이다. 본 전시에 선보일 작품「구겨진 방 Crumpled Cube」은 기억을 품고 있는 장소로서 설정된 전시공간에 한지를 덧붙이는 작업방식을 갖는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의 현재와 지난 기억이 관계 맺는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과연 이러한 방식이 최선일 수 있는지 질문해보고자 한다. ■ 장지수
나는 타인과의 끊임없는 관계 속에서 또는 자아를 형성하는 과정 속에서 생겨나는 갈등과 아픔을 발가벗은 인간의 모습으로 그려낸다. 인간의 그러한 행위는 숨고 가리고 엿보는 닫힌 자아에서 벗어나 타인과 열린 관계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의 표현이다. 그것으로 말미암아 인간은 상처에 그대로 노출되는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타인과의 올바른 관계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이다. 나의 작업에는 나와 타인에 대한 불안과 불편한 시선이 담겨있으며 그것에 대해 집중하고 관찰하고 고민하는 시도는 계속될 것이다. ■ 조원득
김태은 / [email protected] 문성윤 / [email protected] 장지수 / [email protected] 조원득 / [email protected]
Vol.20131028g | 네모난이야기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