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8:00pm / 토요일_10:00am~07:0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 이룸 GALLERY ILLUM 서울 중구 충무로 2가 51-13번지 2층 Tel. +82.2.2263.0405 www.galleryillum.co.kr
그 둘의 기념사진 ● 사진을 찍는다는 것, 즉 사진행위로 얻은 이미지는 문법적으로 과거시제이다. 지나간 시간 또는 사건의 흔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얻어진 이미지는 기록과 기억의 형태로 남아 추억이라는 이름을 통해 과거를 회상하는 타임머신의 역할을 하며, 한편으로는 소멸되는 것에 대한 증거의 역할도 한다. 이것을 롤랑 바르트는 "사라지는 죽음에 대한 저항"이라고 표현했다. 사진은 기억을 담고 있는 이미지이자 빛으로 기록된 증거인 셈이다. 그런데 증거로 기록되는 것들은 비단 물질적인 것들뿐 아니라 비물질적인 것들도 포함된다. 바로 인간의 느낌과 감정, 분위기 그리고 인상(Impression) 등과 같은 것들이다. 문제는 이러한 비물질적 증거들은 증거로서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며 이와 동시에 이것들이야 말로 단순한 기록사진과 그렇지 않은 사진을 구분 짓는 큰 요인이기 때문이다. ● 사진은 다른 매체보다 아주 강력하게 기억과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죽은 것처럼 보이는 이미지에도 아주 개인적인 기억들이 침전되어 이미지를 볼 때 마다 기억 또는 회상이라는 이름으로 환생한다. 이렇게 지극히 개인적인 기록들은 아주 오랜 시간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진이란 매체가 공헌한 부분이다. 이것을 필립 뒤바는 "사진은 기억의 은유이다."라고 이야기 했다. 지금도 남기고 싶은 순간(시간)이나 새로운 곳(공간)을 접하면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렇게 촬영된 가장 많은 이미지가 소위 '기념사진'일 것이다.
이 전시에 소개되는 사진들은 부부인 두 사람이 세계 여러 곳을 다니며 촬영한 이미지이다. 때로는 같이 때로는 따로 여행하면서 찍은 기념사진이다. 그러나 일반 여행객의 기념사진과는 차이가 있다. 그것은 이들이 기념하고자 하는 대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기념사진은 사진에 찍히는 사람 또는 사람들이 그 공간에 있었다는 증거이거나 찍는 대상, 즉 피사체나 장소의 명성에 관한 내용이 주류를 이룬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은 촬영순간에 사진가와 대상과의 관계, 더 나아가 대상의 느낌을 사진에 담으려고 했다. 따라서 이들의 사진은 그 둘이 함께 보고 느꼈던 시간과 공간의 물리적 흔적이자 기억으로 환원될 "순간의 감정"을 기념하는 것이다. 바로 이미지를 통해 부유하는 기억으로 재현되는 "감정"의 "순간"을 찾는 것이다.
조형성을 강조한 이영남의 이미지는 이른바 길거리사진(Street photography)이 근간을 이룬다. 그는 소위 "스냅 샷(snapshot)"이라 불리는 빨리 찍는 기법을 사용하지만 계산된 것처럼 정확하고 이지적인 프레임워크(framework)로 사각형틀 안 빛과 피사체의 구성력을 돋보이게 만든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정적인 시간과 동적인 공간위에 빛과 색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처럼 신비롭게 보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마치 잘 배치된 정물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한다. 또한 매우 이성적인 접근으로 이미지의 간결함과 통일성도 도드라져 보인다. 건축 관련 전공의 영향인지는 몰라도 공간을 채우는 구성능력이 뛰어나며, 구조적 형식의 구도와 반듯한 사각형이 자주 등장한다. 화려해 보이는 이미지들도 절제된 감성을 담고 있다.
강렬한 프레임워크(framework)와 비어있는 공간, 관계없어 보이는 이 두 특징을 감성적으로 이미지화 하는 이규후, 그의 이미지는 "부재(不在)"로 대표 할 수 있다. 촬영대상 공간자체가 대부분 비어있거나 사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존재감 보다는 부재가 느껴진다. 때로는 적극적으로 강하게, 때로는 소극적으로 조용히 촬영된 대상들은 불안함과 적막함이 가득하다. 그래서 일까 잘 정돈된 이미지임에도 불구하고 조형성이 눈에 띄지 않는다. 또한 마치 모든 것이 정지된 것처럼 시간의 부재도 동시에 느껴진다.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이 공간을 지배한다. 아마도 대상의 물질적 특성만이 아닌 공감각적 표현이 이미지에 깊게 배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미술전공의 경험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
3년의 여정을 통해 촬영된 무수한 이미지들 중에 선별된 28장의 사진은 제일 좋은 결과물이기 전에 두 사람 각각의 특징을 잘 나타내주는 지표라 할 수 있다. 짜임새 있는 구성을 바탕으로 하는 이영남의 이미지와 과감한 프레임으로 감성이 채워진 공간을 찾아내는 이규후의 이미지는 형식상의 대립관계에 있지만 내용상 공통점이 있는 묘한 상관관계를 이루고 있다. 아마도 3년이라는 시간동안 서로의 사진을 보면서 각자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서로의 장점을 흡수하려고 노력한 결과일 것이다. 처음 사진을 시작할 때는 공통점이 거의 없는 확연히 다른 출발점에서 따로 서있었다. 같은 공간에서 촬영한 사진이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시각차이가 확실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의 것을 따라 하기도 닮아 가기도 하면서 상호보완 관계이자 각자의 방향을 확실히 잡아가는 이상적인 파트너가 되었다. '따로 또 같이' 이것이 이 부부의 작업을 설명하기 가장 적적할 말일 것이다.
나이와 사회적 지위를 내려놓고 배우는 학생의 입장으로 열심히 사진 찍고 서로 이야기 하면서 보낸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많은 공부를 하였고 그 첫 번째 결과를 이 전시를 통해 정리하려고 한다. 쉽지 않은 전시를 준비하기까지 두 분의 정열과 노력에 정말 진심어린 박수를 보낸다. 조금 먼저 그리고 전공을 했다는 이유로 가르치는 역할을 맡았지만 실상은 함께 공부한 시간 이었고 더욱이 알려드린 것 보다는 배운 것이 많았다. 한편으로는 같이 사진을 즐기는 두 분의 열정적인 모습이 부러웠고 따른 한편으로는 그 뜨거운 열정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끝으로 두 분의 열정에 경의를 표하며 앞으로도 그 열정으로 '그 둘만의 기념사진'이 계속 발전되는 모습을 보여주시기 바란다. (2013. 8) ■ 이태훈
조금은 감성적인, 조금은 이성적인 두 사람... / 30년 인생의 여정을 따로 즐기고 나서 / 같이 하고 싶은 일이 생겼습니다. / 사진작업. // 늦은 나이에 / 공간 속에 깃든 특별한 순간들을 / 찾아 나서는 여행을 즐겼습니다. // 그리고 시간에 갇혔던 사진들 일부를..... ■ 이영남
Vol.20131024c | 그 둘의 시선으로 In the eyes of two drifters-이영남_이규후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