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3_1030_수요일_06:00pm
2013년 문화역서울 284 상설展 CULTURE STATION 284 EXHIBITION 2013
유연한 풍경 flexible landscape 2013_1023 ▶ 2013_1231 참여작가 / 유비호 2층 전시실9
유연한 사람들 flexible people 2013_1023 ▶ 2013_1110 참여작가 / 이환권 중앙홀, 1,2등 대합실, 귀빈예비실 및 사이공간
유연한 공간 flexible space 2013_1023 ▶ 2013_1231(이후 지속) 참여작가 / 비주얼아트팩토리_힐긋 2층 전시실 9 옆 옥상
관람시간 / 10:00am~07:00pm
문화역서울 284 CULTURE STATION SEOUL 284 서울 중구 통일로 1 Tel. +82.2.3407.3500 seoul284.org
『유연한 역사』는 문화역서울 284가 근대 역사문화공간이라는 딱딱한 과거 기억의 공간, 오래된 문화재가 아닌 동시대의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으로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유연한 공간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취지에서 기획되었다. KTX의 개통으로 지금은 역사(驛舍) 기능을 상실한 과거 (구)서울역사가 아닌, 새롭게 복합문화공간으로 많은 이들에게 열려 있는 현재의 문화역서울 284의 살아있는 공간, 공간을 찾는 사람들에게 부드럽고 친근한 공간으로 다가가고자 하는 방향성을 담은 것이다. 그렇게 언제나 활발한 문화예술 활동이 넘쳐나는 유연한 '역사驛舍'로 거듭나고자 하는 것이며, 동시대 다양한 문화예술의 빛깔로 새롭게 유연한 '역사(歷史)'를 써가고 싶은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유연한 서울역이라는 전체 주제 하에 각각의 세부 전시들은 구서울역의 장소적 맥락에 대한 색다른 이해를 도모하고(유연한 풍경 展), 다채로운 대중들을 향한 공간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취지를 담아내는 (유연한 사람들展) 동시에, 구서울역 공간에 대한 단상을 낯설게 조우시킨다.(유연한 공간들展) 이들 세 전시들은 모두 각기 다른 빛깔로 문화역서울 284와 연결된 여러 의미들을 전할 것이며, 공간이 갖고 있는 색다른 매력을 관람객들과 교감할 것이다. 유비호 작가의 '유연한 풍경展'은 서울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가장 바깥의 낯선 정서를 엮어가고 있는 서울역 주변의 유동하는 풍경들을 전하고, 이환권 작가의 『유연한 역사』展은 각기 다른 사람들로 바쁘게 정처 없이 오가는 서울역 주변의 숱한 군상들을 공간 내부로 자리하게 하여, 많은 이들에게 열려 있는 문화역서울 284의 이미지들을 만들어갈 것이다. 2층 옥상에 새겨놓은 비주얼아트팩토리 힐긋의 『유연한 공간』展은 더 많은 삶의 가능성으로 열려 있는 (구)서울역사에 관한 단상들을 색다르게 전할 것이다. 의외의 공간이라 할 수 있는 2층 옥상에서 1930년대 초반 한국 모던 문학의 주요 작품인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나오는 근대문화 공간인 서울역에 관한 오래된 삶의 단상들, 숱한 이들의 인생과 연결되어 있는 이 공간의 오래된 미래를 새롭게 사유하게 하니 말이다. 이를 통해 대규모 기획전뿐만이 아니라 소규모 상설전시가 지속적으로 개최되어, 늘 관람객들에게 열려 있는 문화역서울 284로 거듭나고자 한다. 이는 일상의 문화예술 공간화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문화역서울 284의 곳곳의 공간에서 마주하는 작품들과의 뜻밖의 만남들로 관람객들에게 다양한 시각적 즐거움을 전하고자 하는 것에 다름 아닐 것이다. 딱딱한 틀과 권위로 다가가는 공공 공간이 아니라 삶의 다양한 가능성으로 열려 있는 문화예술 공간을 향한 노력인 것이다. 이렇게 이번 『유연한 역사』는 각각의 전시가 갖는 독립적인 작품성과의 만남은 물론 전체적으로 문화역서울 284의 향후 유연한 공간으로의 도약에 관한 지향을 담아내고자 한다. 관람객들에 늘 부드럽고, 친근한 공간으로 다가가고자 하는 노력 말이다. 특히 이번 동시기 개최되는 퍼블릭 프로젝트와 연동되어 대중적인 문화공간, 다채로운 볼거리가 가득한 문화역서울 284의 모습을 만들어갈 것이다. 유연하기에 더 많은 가능성으로 다가가는 그런 문화역서울 284의 미래가 아마도 그런 모습일 것이다. ■ 민병직
■ 유연한 풍경 유비호 작가의 「유연한 풍경」은 서울역을 중심으로 도심의 주요 건물들을 색다른 조형작업으로 제작한 설치 작업을 메인으로 하여, 서울역이 가진 다양한 장소적 맥락과 특성을 퍼포먼스 동영상으로 제작한 미디어 작품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다. 우리는 이 작업을 통해 서울의 가장 대표적인 교통, 역사문화의 중심지이지만 그와 가장 상반된 바깥의 풍경들이 중첩되어 있어, 늘 낯설고 유동하는 이미지들을 엮어가고 있는 서울역의 안팎에 관한 작가 특유의 시선을 엿볼 수 있다. 작가의 시선은 이처럼 사회적 현상들의 이면, 특히 자본화된 도시의 구조와 그 이면에 관한 사유들을, 자신이 체험한 감성의 방식으로 새롭게 재구성한다. 그렇기에 완벽하고 안정적으로 보이는 현대 도시와 일상조차도 작가의 체험적 시선 속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사유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치밀한 계획과 통제로 견고하게 구성된 도시의 구조 자체가 아니라 그 틈새와 이면에 자리하는 유동하는 것들로 시선이 향하기 때문이다. 온갖 욕망으로 점철된 신기루 같은 이 사회의 불특정한 욕망들이거나 현 사회구조가 꿈꾸는 장밋빛 환상에 대한 불안들, 각기 다른 다양한 삶이 엮어내는 진득한 삶의 혼성화음들이 그런 것들일 것이다. 그러한 사회는 딱딱하고 경직된 구조로 보여 질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늘 변화로 열려 있는 유동하는 풍경으로 담겨지게 되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이전의 동명 작업은 「유연한 풍경」을 모태로 하여, 이러한 작가적 사유를 서울역 주변의 풍경으로 향한다. 어쩌면 서울역이야 말로 작가의 이러한 유동하는 도시의 풍경에 관한 꽤나 적절한 사례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역은 중심과 바깥이, 그리고 과거와 현재가 동시에 자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언제나 유동하는 군중들에 의해 시시각각 다른 풍경을 만들어내는 대표적인 서울의 낯선 공간이기 때문이다. 만남과 떠남이, 머무름과 떠남이 늘 교차하는 서울역 주변의 장소적 맥락은 관찰자의 비튼 시선으로 재탄생한 서울의 주요건물들의 이동 가능한 배치를 중심으로, 온갖 잡다한 풍경들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서울역 주변의 풍경을 담은 미디어 작업에 의해 전달될 것이다. 사회의 가장 바깥에서 정처 없이 살고 있는 노숙자들과 자본주의 사회의 가장 슬픈 이미지로 전락하고 있는 비둘기 떼들의 영상은 서울역이 전하는 이질적 장소성을 가장 극단적으로, 그러나 가장 일상적으로 전할 것이다. 그렇게 유동하고 유연한 이 공간을 둘러싼 복잡하기만 장소적 맥락 말이다. 특히 이번 전시는 문화역서울 284 전시공간의 가장 끝 동선에서 만나는 2층 전시실 9에서 개최되어, 긴 걸음과 호흡 끝에 만나는 (구)서울역사의 장소성에 대한 단상들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창문 밖, 저 바깥의 공간들로 이어질 이 공간의 확장된 느낌들을, 그 내부의 공간에서 천천히 다시 생각하게 하는 색다른 체험을 향해 말이다.
■ 유연한 사람들 과거의 (구)서울역사는 서울의 대표적인 교통의 요지로 많은 대중들이 오가는 공공장소이기도 했지만, 중앙홀을 사이로 왼쪽으로 꼬리를 물고 이어진 공간들인 1,2등 대합실, 부인대합실, 역장실, 귀빈예비실, 귀빈실 등은 당대에도 제한된 사람들만이 오갈 수 있는 특별한 곳이기도 했다. 지금이야 많은 이들을 위한 복합문화공간(문화역서울 284)으로 거듭나 그러한 일부 선택된 이들이 향유했던 공간들을 색다른 예술문화체험의 장으로 채워, 숱한 사람들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긴 하지만 더 많은 이들로 넘쳐나는 문화적 교감의 장이길 원하는 꿈은 계속해서 진행형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 이환권 작가의 '유연한 사람들'전은 바로 이러한 희망에서 비롯되었다. 중앙홀을 기점으로 왼편으로 이어지는 공간 곳곳에 평번한 우리 내 이웃들이 우리를 맞이한다. 버스 정류장에서 저마다의 일들에 열중하는 있는 사람들에 이어(버스정류장 시리즈), 할머니, 할아버지, 어머니와 아버지, 아들, 딸들(장독대 시리즈)의 모습들이 보인다. 그 중에는 서울역 바깥에 정처 없이 떠도는 노숙자의 모습도 있고, 먼 곳을 보는 남자도 보인다. 각기 다른 사람들이 오가는 지금의 문화역서울 284의 어떤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것만 같다. 하지만 친근한 사람들의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길게 늘어뜨리거나 납작한 조형적 효과가 눈길을 잡아끈다. 이환권 작가의 독특한 형상의 조각 작품들이다. 그림이나 이미지에서나 볼 수 있는 자유롭게 왜곡된 형상들이 실재 공간 속에 구현된 것이 놀랍기만 하다. 작가의 작업은 이미지를 자유롭게 조작, 변형할 수 있는 시각 테크놀로지의 도움을 받아 이를 사실적인 조각으로 구현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오늘날 디지털 세대의 자유로운 상상력과 이미지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자연스러운 수용의 자세가 엿보인다. 주어진 현실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이미지나 왜곡된 환영일지라도 더 넓은 조형적인 실험과 즐거운 상상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회화적 환영과 조각적 실재감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는 것도 주목을 요한다. 확장된 조각인 동시에 새로운 이미지의 세계를 구축하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 두 문제를 작가적인 조형적 실험으로 압축하면서 작가 특유의 조형적 스타일로 만들고 있는 것도 미덕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상력이 미지의 알 수 없는 것을 향한 것이 아니라 평범하고 일상적인 우리의 삶의 풍경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 평범함과 익숙함 속에서 작품이 가진 낯선 조형적 변형이 더욱 강조되는 것이다. 특히나 장독대 시리즈의 경우 삼대가 옹기종기 장독대처럼 모여살고 있는 가족애의 따뜻하고 살가운 느낌을 전하는데, 작가의 시선이 인간적인 친근함으로 향해 있음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평범함은 어떤 면에서 특별한 것이기도 할 것이다. 문화역서울 284가 작가의 작품들을 초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의 삶을 둘러싼 각기 다른 사람들이 엮어가는 평범하지만 각별한 모습들, 그렇게 이 공간을 찾을 유연한 사람들의 모습을 소중히 하고자 하는 마음 말이다. 이렇게 다양한 대중들의 각기 다른 감성과 상상력으로 가득 채워질 문화역서울 284의 미래의 풍경을 꿈꾸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공간을 찾는 사람들에게 작품이 가진 시각적인 유쾌함과 즐거움을 전하고자 했던 것이 더 중요한 이유였던 것이 아닐까 싶다. 이 공간을 찾는 이들에게 기쁨이 되어야겠다는 마음으로 문화역서울 284는 앞으로도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즐거운 시각적 소통과 유연한 문화적 교감의 장이길 기대한다.
■ 유연한 공간 (구) 서울역은 예나 지금이나 새롭고도 낯선 공간이다. 한때는 최첨단 근대문명의 상징으로, 서울의 교통의 중심지이자 근대 문화의 거점으로 많은 이들의 삶의 여정의 한복판에서 자리했지만 지금은 동시대 시간대와 궤를 달리하는 과거 근대 역사문화의 오래된 기억으로 어색하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첨단 도시 서울의 한 복판이지만 동시에 이전 근대 문명의 기억들이 켜켜이 자리하기에 서울역은 여전히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이 엮어내는 이질적이고 낯선 풍경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만 같다. 새로운 복합문화공간으로 현재에 자리하고 있는 문화역서울 284도 이러한 서울역의 유동적인 공간성을 차경으로 하기에 늘 묘한 느낌을 전해준다. 문화역서울 284의 내부의 공간은 동시대 문화예술의 다양한 감성들을 전하지만 조금만 시선을 바깥으로 돌리면 이방인들로 둘러싸인 다시 서울역 주변의 낯선 풍경들과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 이번 『유연한 공간』展은 이러한 서울역을 둘러싼 낯선 시간, 공간과의 만남을 증폭시킨다. 서울의 다른 풍경들과 맞닿아 있는 문화역서울 284의 2층 옥상 공간을 새삼 주목하게 하는 이번 전시는 (구)서울역사 공간을 번성했던 1930년대 한국 모더니즘의 무대로 향하게 한다. (구)서울역사가 처음 등장했던 과거로의 여행인 것이다.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약동하는 무리들이 있는 곳으로/가고 싶다고 생각한다./그는 눈앞에 경성역이 있음을 본다./그곳에는 마땅히 인생이 있을게다./ 이 낡은 서울의 낡은 호흡과 또 감정이 있을게다." (박태원,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1934)
젊은 조각가 그룹, 비주얼아트팩토리 힐긋은 1930년대 한국 근대문단의 대표적인 소설인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나오는 경성역 관련 단락에서 문구를 차용한 설치 작업을 선보인다. 근대화된 서울의 조변석개하던 문명을 하릴없이 산보하며 마주하였던 구보씨는 당대의 지식인이자 새로운 모던 문화를 온몸으로 체험한 사람을 상징하고, 그가 이곳 경성역(구서울역)에서 바라본 것이 약동하는 사람들의 무리들, 곧 근대화된 대중들과 그들이 엮어가는 다사다난한 인생이란 점이 흥미롭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서울역은 이처럼 많은 이들의 인생이 엮어가는 서울의 오래된 감성들과 삶의 흔적들인 모양이다. 예나지금이나 말이다. 이번 설치 작업은 평소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지 않았던 문화역서울 284 옥상에서 낯설게 만나는 작품이라는 면에서 색다른 재미는 물론, 서로 다른 시간대와 공간대가 이질적으로 교차하는 이곳 서울역의 유동하는 공간성에 대한 단상으로 긴 여운을 전달할 것이다. 단지 오래된 공간, 새로운 문화공간만이 아닌 많은 이들의 인생 또한 담고 있는 지금, 이곳에 대한 어떤 생각들 말이다. ■
Vol.20131023c | 유연한 역사驛舍 The Flexible Station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