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품은 목가적(牧歌的)인 서정풍경 Life embraces the lyrical pastoral landscape

이동근展 / LEEDONGKEUN / 李東根 / painting   2013_1023 ▶ 2013_1029

이동근_생명_캔버스에 유채_2,500×5,000cm_2013

초대일시 / 2013_1023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인사아트센터 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 본전시장,제1전시장,제3특별관 Tel. +82.2.736.1020 www.insaartcenter.com

이번 전시에 선보이고 있는 그의 작품들 성향 역시 다양한 특징을 보이고 있다. 감각적이면서도 서정적인 작품이 있는가 하면, 구성적이면서도 조형적인 특성이 두드러진 작품도 있고, 감각을 넘어선 경지의 표현적인 작품마저 엿볼 수 있는 즐거움 역시 선사하고 있다. 하지만 아름다운 자연의 생명력과 그 생명력만큼이나 강렬하게 표현된 색채는 여전하다. 아니 오히려 더 강렬해졌다. 작가 이동근만의 멋과 격조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이번 작품들에서도 엿볼 수 있는 강렬하고 화려한 색채는 이번 전시의 주제인 '생명'에 대한 작가의 의지이자 암시이다. 그래서 필자는 작가 이동근을 '생명을 품은 색채의 작가'라고 부르고 싶다. 생명력 넘치는 색채의 화가, 구상(具象)과 반추상(半抽象)의 절묘한 조화, 강렬한 색채화면 속에 떠오르는 형상과 이미지, 그리고 작가만의 고민과 노력의 흔적, 작가의 손맛을 고스란히 담아내듯 겹겹이 쌓인 색채의 중첩 등은 작가 이동근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이번 작품의 특징들이다. 예를 들어 이번 작품에서 동적(動的)인 움직임으로 표현된 무당벌레 역시 생명체와 자연의 생명력에 대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고 작가가 '숨구멍'이라고 부르고 있는 날 것으로서의 캔버스의 하얀색은 작품 역시 살아 있는 하나의 생명체로 인식하고 있는 작가의 시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작가 이동근에게 있어 생명은 자연 그자체이고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가 된다. 모든 생명은 고귀하고 신성한 것이며 나의 생명과 동등하다는 인식은 우리민족의 생명존중 사상과도 연결되어 있는데, 우리 민족의 생명존중 사상에는 인간과 자연을 구별하지 않는 조화의 정신이 그 근본을 이루고 있다. 이제 그의 작품에 유난히 많이 등장하고 있는 수많은 새들과 나무들이 우리네 인간의 모습과 닮아있는 이유를 알겠다.

이동근_생명_캔버스에 유채_162.2×112.3cm_2013
이동근_생명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13

이미 언급했던 것처럼, 이동근의 작품은 전체적으로 생동감 있는 색채와 자유로운 터치에 의해 탄생된 생명력 넘치는 작품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작가만의 서정적인 감성과 자유롭고 표현적인 색채표현은 우리의 전통색상인 단청(丹靑)의 청, 적, 황, 흑, 백색의 오방색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조형적이면서도 구성적인 느낌을 주고 있는 이동근 작품의 색면(色面)들은 화려하면서도 밀도 높은 격조를 보이고 있다. 작가가 '떡살무늬'라고 표현하고 있는 신인상주의의 점묘법과도 같은 이런 특징은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반에 차츰 형성되었는데, 이번 작품들에서는 후기인상주의의 역동적이고 율동적인 선과 터치들이 화려하고도 강렬한 색채들과 어울려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아울러 작품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 배경의 겹침 흔적들은 단순히 색상의 겹침의 효과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의미들 역시 내포하고 있다. 수십 번의 반복적인 붓질과 지우는 과정을 통해 탄생된 작품배경의 색면(色面)은 작가만의 '기억의 흔적들과 시간의 중첩' 속에 내포되어 있는 일상의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있고 이것은 일종의 '생명의 생성과 소멸'과도 같은 암시적인 의미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이동근_생명_캔버스에 유채_181.8×259.1cm_2013
이동근_생명_캔버스에 유채_181.8×259.1cm_2011

그의 작품에 등장하고 있는 새와 나무, 집들과 마을, 염소, 무당벌레 등과 같은 이미지와 형상들은 해학적인 요소와 함께 윤곽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공통적인 특징을 보이고 있다. 해학적이라는 의미는 사물과 대상과의 유희를 공감함으로써 나타날 수 있는 여유로움과 너그러움의 미학이 깃들어 있는 것이고 이렇게 표현된 해학적인 사물의 표현은 시골 촌부(村夫)를 연상시키기까지 한다. 더불어 윤곽선은 견고하고도 농축된 형태감의 표현일 뿐만이 아니라 사물에 대한 세련된 감각적 인상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표면적으로 보이는 이런 명확함, 명료함과는 반대로 작가 이동근이 작품 속에 담아내고 있는 의미는 더욱 깊고 풍부하다. 왜냐하면 이런 명확함, 명료함 속에는 작가의 '비움의 미학'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화면 위에 더해지는 수십 번의 붓질은 오히려 역설적으로 자기 자신을 '비워가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가 자신의 감정을 정열적으로 모두 쏟아내어 표현하는 것도 좋지만, 그렇게 고조된 감정을 억제하고 절제하면서 이미 표현된 감정의 찌꺼기들을 다시 지우고 그 흔적들을 비워나가는 과정이야말로 대가(大家)들만이 가능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의 작품 속에서 윤곽선에 의해 강하게 도드라진 이미지와 형상들은 더욱 화려하게 강조된 색채 속에서 작품화면을 공유하게 되고 이렇게 도드라진 형상과 이미지들 덕분에 그의 작품은 매우 촉각적(觸覺的)인 느낌마저 선사하게 된다.

이동근_생명_캔버스에 유채_181.8×290.9cm_2012
이동근_생명_캔버스에 유채_197×290.9cm_2013

예전의 작품들에 비해 더욱 밝아지고 강렬해진 색채와 해학적인 이미지의 형상들은 구상과 추상의 묘한 만남과 어울림을 극도로 조절하는 듯한 인상을 풍기고 있다. 정형화된 시각적 형상과 이미지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화면 속에 등장하거나 부유하듯이 떠오르는 작품 속 이미지들은 새롭고 우연한 이미지 형상을 지닌 공간 속으로 재배치되어 확장되고 있고, 이렇게 확장된 공간은 다시 시간과 공간을 새롭게 생성할 수 있는 유동하는 이미지들을 만들어내게 된다. 그리고 이런 과정은 다분히 반복적이다. 이것은 작가 이동근이 순간순간 느꼈던 수많은 사연과 기억, 감정의 편린들이 표현된 것으로, 이 과정에서 물감을 칠하고 다시 지워내는 여러 번의 반복된 과정, 다시 말해 '칠하고 다시 지우는 과정'과 '생성과 소멸'의 과정이 되풀이되면서 시간의 흔적들이 얹히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이동근의 작품에는 불교의 시간과 윤회의 질서가 상징적으로 녹아있음을 알 수 있다. 그의 이번 작품 「생명」 시리즈 중 '비오는 날의 개미' 작품은 생명의 생성과 소멸이 암시되어 있는 구체적인 사례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렇듯 이번 이동근의 신작(新作)들은 작가만의 기억들과 수많은 이야기들을 머금고 있다. 하지만 관객들이 그의 작품을 보면서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들어낼 때, 그의 작품 속 이야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작가만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들 모두의 이야기로 확장될 수 있다. 왜냐하면 작품은 개인적이면서도 동시에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경험의 담론들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자신의 기억을 현재와의 관련성을 확인하기 위하여 주로 이미지와 형상들을 사용하게 되는데, 이런 기억과 추억의 단편들이 화면 곳곳에 등장하고 있고 이런 형상 이미지들은 그 표현성과 논리성, 비논리성이 함께 결합하면서 미묘한 긴장감과 함께 편안함마저 주고 있다는 특징을 보인다. 이동근의 작품에 등장하고 있는 형상 이미지들은 때로는 즉흥적인 표현에 의해서, 때로는 철저하게 계산된 표현에 의해서 비논리적이면서도 이성적인, 아울러 표현적으로 보이는 느낌이 강하다. ■ 이태호

Vol.20131023a | 이동근展 / LEEDONGKEUN / 李東根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