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ainst the Eyes

손이숙展 / SOHNYISOOK / 孫以淑 / photography   2013_1022 ▶ 2013_1028

손이숙_기다리는 수영장_C 프린트_100×100cm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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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숙 홈페이지_www.yisooksohn.com

초대일시 / 2013_1022_화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일요일_02:00pm~07:00pm

사이아트 스페이스 CYART SPACE 서울 종로구 안국동 63-1번지 Tel. +82.2.3141.8842 www.cyartgallery.com

실제와 환영의 겹쳐진 구조에 대하여 ● 사람은 '눈'을 통해 사람과 사람을 분별하고 사물과 사물의 형상적 차이를 알아내며 어떤 사건이 일어난 상황의 사실 관계를 확인한다.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 라는 격언이 동서고금에 회자되는 것을 보면 '눈'을 통하여 '본다'라는 행위가 실제를 확인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수단이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본다'라는 행위가 사실을 판단하고 정확한 지식을 습득하기 위한 중요한 통로이기도 하지만 보이는 부분들을 그대로 모두 믿기에는 의심스럽거나 한계가 보이는 부분도 많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 손이숙 작가는 그러한 관점에서 "눈에 보이는 세상이 정말 보이는 그대로인가?" 라는 의문을 통해 '본다'라는 행위에 대해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래서 작가의 『Against the Eyes』 전시에서는 일상에서 무의식적으로 '눈'에 보여지는 그대로 판단해 버리는 인간의 일방향적 시각 습관을 다른 방향으로 굴절시키는 것과 관련한 다양한 상황들을 사진으로 포착하는 작업을 보여준다. 작가는 디오라마(diorama)처럼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구조물이 위치한 곳의 전체 광경을 보여주기도 하고 영화를 찍는 현장 같은 연출된 장면이 만들어지는 광경 전체를 보여주기도 한다. 혹은 사물을 사진으로 포착할 때 렌즈와 사물 중간에 도트(dot) 무늬가 있는 비닐막을 두어 마치 해상도 낮은 사진이나 디자인된 이미지와 같은 결과물이 나오도록 하며, 유리나 거울을 사이에 두고 사물의 앞, 뒷면이나 사물과 대치된 공간의 배경이 사물과 겹쳐 보이도록 하여 서로 간섭하게 만들기도 한다.

손이숙_레이어_C 프린트_30×30cm_2013
손이숙_로케이션_C 프린트_70×70cm_2013

현대 물리학에 의하면 인간의 눈에 보이는 일상적 사물들은 원자핵, 양성자, 중성자, 전자와 같은 소립자 혹은 그보다 더 미세한 미립자들이 진동하고 있는 구조이다. 사물들의 차이는 결국 이들의 배열 방식의 차이일 뿐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인간이 어떤 사물을 본다는 것은 인간의 '눈' 해상도 내에서 포착된 사물의 형상적 구조의 한 국면에 불과하다. 사물의 구조뿐만 아니라 그 사물을 시각적으로 인식하는 감각의 수용체 구조도 망막이라는 곡면 위에 있지만 2차원의 평면적 구조로 수용되는 것이기에 3차원 공간의 구조물을 온전히 감각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임이 자명하다. ● 그러므로 존재하고 있는 '실재' 와 보여지는 '실제' 사이의 간극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시각 상에 보여지는 사물은, 사물의 일부를 지시하고 있으나 온전히 지시하는 것은 아니기에 이 일련의 문제에 대한 열쇠는 그 간극의 사이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손이숙 작가는 인간의 망막구조를 그대로 차용하여 만들어진 사진 매체를 가지고, 인간의 망막에서 나타나는 시각적 인식상의 문제가 사진 매체에 그대로 노출되도록 함으로써 시각적 인식에 있어서 그 한계를 명확히 보여주는 방법을 통해 그 간극 사이의 영역에 접근하고자 한다.

손이숙_비 오는 날_C 프린트_30×30cm_2013
손이숙_떨고 있는 깃털_C 프린트_70×70cm_2012

착시 현상이나 낯선 물질, 반사체, 투명체 등이 시각에 개입되어 일시적인 난독증을 유발하게 되는 상황은 시각적 인식의 한계점과 관련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관람객을 이와 같은 상황 속으로 끌어들이는 손이숙 작가의 사진 속 장면들은 부지불식 간에 시각을 구성하고 있었던 감춰져 있는 시각의 한계와 경계 지점에서 여러 겹의 레이어와 시각 프레임의 영역 바깥을 발견하도록 만드는 장치로 작동하고 있다. 작가는 이를 통해 눈에 보이는 사실이 놓여진 현장, 그리고 눈에 보이는 사실이 만들어지는 현장을 보여주게 되며 혹은 사실이 환영으로 변조되거나 이미지에 의해 왜곡될 수 밖에 없는 사실을 또 하나의 사실로서 보여줄 수 있도록 그 얼개 자체를 드러내고 있다.

손이숙_Against the Eyes展_사이아트 스페이스_2013
손이숙_Against the Eyes_소책자

작가는 결국 이렇게 시각의 한계점에서 그 간극 사이의 영역을 가시화함으로써 현존과 부재 혹은 사실과 허위라는 것은 대척점에 있는 것이 아니고 다만 관찰자의 위치나 전제의 괄호가 위치한 영역에 따라 차이를 보이거나, 혹은 연장되는 관계적 위치에 의해 드러나는 것임을 보여주면서, 실제와 환영이라는 것은 겹쳐져 보일 수 밖에 없다는 작가적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 그런데 이러한 작업 방식과 사유 방식은 사물을 인식하는 과정에서 자각해야 할 인식의 프레임에 대해 각성하게 만들고 시각 인식상에 있어서 철학적 사유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왜냐하면 눈에 보이는 대상에 대한 환영적 이미지가 아니라 '인식의 프레임' 그 자체에 대해 각성하게 만드는 시야의 제공은, 나아가 시각적 틀을 넘어 인간의 욕망으로부터 발생되는 상업적, 정치적 프레임과 같은 또 다른 차원에서 실제와 허구가 착종되는 시각적 현실을 발견하도록 만드는 계기를 보여줄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하기 때문이다. ■ 이승훈

Vol.20131022a | 손이숙展 / SOHNYISOOK / 孫以淑 / photography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