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플라키아 NOPLACIA

손경환展 / SOHNKYUNGHWAN / 孫卿桓 / painting   2013_1016 ▶ 2013_1022

손경환_손에 닿을 듯 가깝다고 생각했던 것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94×130cm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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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3_1016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갤러리 도스 GALLERY DOS 서울 종로구 팔판동 115-52번지 Tel. +82.2.737.4678 www.gallerydos.com

우주 풍경 안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여행 ● 미지의 대상에 대해 알아간다는 것은 어찌 보면 무척 복잡한 과정일지도 모른다. 알고자하는 것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하나 둘씩 늘어날수록 그걸 기억하고 응용하기 위한 체계의 구성과 복습, 훈련이 필요해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대상에 대해 더 잘 알고 모르는 것이 없어야 하는 것이 맞는 것 같지만, 오히려 보면 볼수록 더 모르겠는 모순은 누구나 한번쯤은 겪었을 것이다. 그리고 손경환의 작업세계 안에서 그 모순은 언제 돌변할지 모르는 고요한 태풍의 눈과 같은 요소로 작용한다.

손경환_손에 닿을 듯 가깝다고 생각했던 것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130.5cm_2013
손경환_손에 닿을 듯 가깝다고 생각했던 것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130.5cm_2013

손경환의 작업의 대상은 인간이 쉽게 실물로 경험할 수 없는 저 먼 우주 안의 존재들이다. 일상에서 올려다보는 푸른 하늘의 너머에는 무중력의 어둠속에 별과 성운의 천체(天體)가 말없이 펼쳐져있다. 작가는 그 실존과 환영에 대한 의문과 영감을 얻고 그것들을 자신만의 해석으로 캔버스 위에 새겨놓는다. 특히 천체를 가로지르는 빛은 1초에 지구를 일곱 바퀴 도는, 따라잡으려는 노력을 할 수 있어도 결코 따라잡을 수 없는 존재다. 모든 것들을 유유히 지나치며 끝을 모르고 달려가는 빛은 어찌 보면 멈출 때를 잊은 인간의 열망과 닮아있다. 정확한 꼬리표를 달기에는 너무나 뒤틀려있는 그 감정은 질투, 동경과 함께 용광로처럼 타오르지만 그것이 태풍처럼 휩쓸고 지나가고 난 빈 자리에는 우주의 그림자처럼 차갑고 어두운 공백과 함께 원래 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조차 잘 알지 못한 채 어떻게든 그 공간을 채우기 위한 또 다른 대체물을 갈구하는 허기만이 남는다.

손경환_Out of Reach를 위한 드로잉 #11_종이에 색연필_21×29.6cm_2013
손경환_Grow out을 위한 드로잉 #4_종이에 연필, 목탄_54.4×78.5cm_2012

우주선을 타고 대기권을 벗어나지 않는 이상 중력의 세계에 발이 묶여있는 채로 천체를 실물로 확인해볼 방법은 없다. 그렇기에 가장 쉽고 빠르게 정보를 모을 수 있는 것은 이미지로 접하는 방법뿐일 것이다. 그러나 픽셀들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그 작고 단순해 보이는 이미지들의 산을 마주하면서 작가는 그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이 단순히 대상의 환영을 짜깁기한 것에 불과하지는 않는지 스스로에게 자문한다. 실제 우주와 그 이미지 사이에서, 그런 의구심과 대상을 직접 마주할 수 없는 안타까움은 보이기만 할뿐 결코 닿을 수 없는 사막의 신기루를 대할 때와 같다. 그러나 손경환의 캔버스 앞에 서면 그 혼란 안에서도 작가가 그만의 돌파구를 모색하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작가 자신이 환영을 응시하는 과정에서 자신 안의 공백을 인정함으로써, 가질 수 없기에 더 원하는 마음이 커지듯이 발화제의 역할을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 아닐까. 한정된 가산혼합의 점묘법의 전작들은 언제라도 어둠 속으로 사라져버릴 것 같은 아득함을 통해 허상에 관한 집요한 묘사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번 작품들은 드로잉이나 템페라 등 새로운 시도와 함께 다채로운 색과 짙어진 농담(濃淡)을 사용함으로써 한결 자유로워진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이렇게 작가는 관찰에서 더 나아가 스스로의 감정을 형상화하여 회화라는 틀을 만들기 시작한다. 무중력의 공간 안에서 조용히 살아 숨 쉬는 우주의 풍경은 지금 그가 가고자 하는 미지의 길, 자신만의 그림을 그린다는 행위에 대한 독자적 정의를 구축하려는 작가의 의지를 암시한다.

손경환_손에 닿을 듯 가깝다고 생각했던 것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60.5cm_2013
손경환_Grow out_캔버스에 템페라_116.5×80.2cm_2013

손경환의 작품 속에서 그만의 빛은 이미 새로운 여정을 시작했다. 예술이라는 우주 안에서 그 빛이 어떤 속도로, 어디로, 언제까지 달려 나갈지 그 방향이나 기한을 함부로 추측할 순 없다. 하지만 앞으로 그가 도달할 새 목적지, 그리고 그곳에서 완성될 다음 작품들이 이번 전시의 작품들과는 또 어떤 변화된 모습을 보일지 기대된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 윤채원

Vol.20131017g | 손경환展 / SOHNKYUNGHWAN / 孫卿桓 / pain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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