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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3_1016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갤러리 도스 GALLERY DOS 서울 종로구 팔판동 115-52번지 Tel. +82.2.737.4678 www.gallerydos.com
우주 풍경 안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여행 ● 미지의 대상에 대해 알아간다는 것은 어찌 보면 무척 복잡한 과정일지도 모른다. 알고자하는 것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하나 둘씩 늘어날수록 그걸 기억하고 응용하기 위한 체계의 구성과 복습, 훈련이 필요해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대상에 대해 더 잘 알고 모르는 것이 없어야 하는 것이 맞는 것 같지만, 오히려 보면 볼수록 더 모르겠는 모순은 누구나 한번쯤은 겪었을 것이다. 그리고 손경환의 작업세계 안에서 그 모순은 언제 돌변할지 모르는 고요한 태풍의 눈과 같은 요소로 작용한다.
손경환의 작업의 대상은 인간이 쉽게 실물로 경험할 수 없는 저 먼 우주 안의 존재들이다. 일상에서 올려다보는 푸른 하늘의 너머에는 무중력의 어둠속에 별과 성운의 천체(天體)가 말없이 펼쳐져있다. 작가는 그 실존과 환영에 대한 의문과 영감을 얻고 그것들을 자신만의 해석으로 캔버스 위에 새겨놓는다. 특히 천체를 가로지르는 빛은 1초에 지구를 일곱 바퀴 도는, 따라잡으려는 노력을 할 수 있어도 결코 따라잡을 수 없는 존재다. 모든 것들을 유유히 지나치며 끝을 모르고 달려가는 빛은 어찌 보면 멈출 때를 잊은 인간의 열망과 닮아있다. 정확한 꼬리표를 달기에는 너무나 뒤틀려있는 그 감정은 질투, 동경과 함께 용광로처럼 타오르지만 그것이 태풍처럼 휩쓸고 지나가고 난 빈 자리에는 우주의 그림자처럼 차갑고 어두운 공백과 함께 원래 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조차 잘 알지 못한 채 어떻게든 그 공간을 채우기 위한 또 다른 대체물을 갈구하는 허기만이 남는다.
우주선을 타고 대기권을 벗어나지 않는 이상 중력의 세계에 발이 묶여있는 채로 천체를 실물로 확인해볼 방법은 없다. 그렇기에 가장 쉽고 빠르게 정보를 모을 수 있는 것은 이미지로 접하는 방법뿐일 것이다. 그러나 픽셀들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그 작고 단순해 보이는 이미지들의 산을 마주하면서 작가는 그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이 단순히 대상의 환영을 짜깁기한 것에 불과하지는 않는지 스스로에게 자문한다. 실제 우주와 그 이미지 사이에서, 그런 의구심과 대상을 직접 마주할 수 없는 안타까움은 보이기만 할뿐 결코 닿을 수 없는 사막의 신기루를 대할 때와 같다. 그러나 손경환의 캔버스 앞에 서면 그 혼란 안에서도 작가가 그만의 돌파구를 모색하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작가 자신이 환영을 응시하는 과정에서 자신 안의 공백을 인정함으로써, 가질 수 없기에 더 원하는 마음이 커지듯이 발화제의 역할을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 아닐까. 한정된 가산혼합의 점묘법의 전작들은 언제라도 어둠 속으로 사라져버릴 것 같은 아득함을 통해 허상에 관한 집요한 묘사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번 작품들은 드로잉이나 템페라 등 새로운 시도와 함께 다채로운 색과 짙어진 농담(濃淡)을 사용함으로써 한결 자유로워진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이렇게 작가는 관찰에서 더 나아가 스스로의 감정을 형상화하여 회화라는 틀을 만들기 시작한다. 무중력의 공간 안에서 조용히 살아 숨 쉬는 우주의 풍경은 지금 그가 가고자 하는 미지의 길, 자신만의 그림을 그린다는 행위에 대한 독자적 정의를 구축하려는 작가의 의지를 암시한다.
손경환의 작품 속에서 그만의 빛은 이미 새로운 여정을 시작했다. 예술이라는 우주 안에서 그 빛이 어떤 속도로, 어디로, 언제까지 달려 나갈지 그 방향이나 기한을 함부로 추측할 순 없다. 하지만 앞으로 그가 도달할 새 목적지, 그리고 그곳에서 완성될 다음 작품들이 이번 전시의 작품들과는 또 어떤 변화된 모습을 보일지 기대된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 윤채원
Vol.20131017g | 손경환展 / SOHNKYUNGHWAN / 孫卿桓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