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적된 사물들 Accumulated things

조진규展 / JINQ / 趙鎭奎 / sculpture   2013_1009 ▶ 2013_1014

조진규_A Chink_나무_100×100×8cm_2013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30am~06:30pm

노암갤러리 NOAM GALLERY 서울 종로구 인사동 133번지 Tel. +82.2.720.2235~6 www.noamgallery.com

조진규의 작업에서 '붙이기'와 '깎아내기'는 중요한 행위다. 용도가 다해 쓸모없어진 나무 조각이나 합판을 한 데 붙임으로써 하찮게 여겨질 수 있는 재료에 힘을 부여하여 ―그것이 가질 수 없을 것처럼 보였던― 단단하고 번듯한 모습으로 바꾼다. 작가는 이 덩어리를 깎아내어 구체적인 형상을 만드는데, 그 형태는 주로 동물의 모습이거나 동물을 닮은 모습이다. 이 연작은 "한낱 미물에 지나지 않던 동물의 공격성"에 대한 작가의 경험으로부터 유래한다. "어떻게 하면 버려진 조각이 합당한 쓸모를 찾을 수 있을까?", "무엇이 이 작은 벌레를 위협적인 존재로 만드는 것일까?" 이 전시는 그에 대한 대답이라고 할 수 있다.『축적된 사물들』은 '벌과 같은 미물(微物)이나 버려진 자투리 물체가 그로테스크 (미셸 푸코(Michel Foucault)의 그로테스크 개념, "하나의 담론 혹은 한 개인이 자신의 내적 자질만으로는 도저히 가지지 못할 권력의 효과를 자신의 지위에 의해 가지고 있는 것"을 말한다.)한 힘을 갖는 순간'에 대한 이야기다. ● 자투리 나무나 합판을 단단하게 붙이는 과정(집성集成)에는 그 재료의 '사소함', '하찮음'을 제거하고 그것에 힘을 부여하고자 하는 뚜렷한 목적의식이 담겨 있다. 이를 통해 조각 작업에 적합하지 않던 나무 조각 더미와 판재는 '깎아내기'에 적합한 재료가 된다. '붙이기'에 그의 목적의식이 담겨있다면, '깎아내기'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그의 이야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결과물(형상)과 프로세스에 담긴 의미 간의 균형은 조진규의 작품이 가진 힘이며, 이 균형은 비단 동물과 유사한 형태의 작품이나 목재를 활용한 작품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비교적 평면에 가까운 작업이나 막대처럼 솟아있는 작업에서도 깎아내고 다듬어 매끈해진 표면은 집성 과정을 통해 형성된 줄무늬를 부각해 '붙이기'의 목적을 '깎아내기'가 돕는다. 필름조각을 용접하여 만든 작품「Wingaculeus」의 경우, 목재가 아닌 재료를 다른 방식으로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물의 형태와 프로세스가 갖는 의미는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조진규_Bumps_나무_106×106×13cm_2013
조진규_Poison_Bee_나무_23×25×15cm×2_2012

조진규의 작품에서 판재를 집성하여 얻은 줄무늬 또한 중요한 특징 중 하나다. 판재의 차이 때문에 나타난 줄무늬는 흔히 볼 수 있는 나이테처럼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관심을 두고 보면, 표면의 줄무늬가 판재를 붙여 덩어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쉽게 눈치챌 수 있다. 이 줄무늬는 이번 전시명의 "축적(蓄積)"을 시각적으로 잘 드러내 준다. 실제로 작가가 일련의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에 축적이라는 단어를 선택한 이유는 큰 의미를 지니지 못하는 존재도 한 데 모인다면, 그네들도 어떤 힘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이 줄무늬는 ―마치 시간의 축적이 나이테를 만들듯― 그의 조각이 사소한 사물들의 축적으로 만들어졌음을 가시화하고 있다. ● 작가는 개인과 사회의 관계에 있어, 개인을 "미시적(微視的) 존재"로 이야기한다. 추측건대 거대한 사회 앞에 홀로선 개인의 나약함에 대한 그의 관심은 자연스레 미물이나 쓸모를 잃은 물건들에 개인을 ―특히 작가 본인을― 투사하게 했을 것이다. 그는 노동의 과정에서 버려진 재료를 그러모아 미적 가능성을 발견하기 위해 부단히 애썼다. 재료·형태·기법·내용 면에서 안정적인 균형을 이루고 있는 이번 연작은 이러한 노력의 결과다. 요컨대『축적된 사물들』은 그의 작품을 미적 탐구를 위한 노력과 시간의 축적물로서 선보이는 자리인 셈이다. ■ 백창현

조진규_Poison_Frog_나무_20×40×40cm_2012
조진규_Rough Hand_나무_45×30×30cm_2012

어릴 적 말벌에 쏘인 적이 있다. 벌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전력을 다해 달릴 때, 나를 쫒던 벌의 날갯짓 소리가 공포스럽게 떠오른다. 내게는 한낱 미물에 지나지 않던 동물이 공격성을 드러낼 때 내 위에 군림하는 권력자와 같은 존재감을 느꼈다. 사회 역시 인간의 욕망이라는 야성에 권력이라는 사회화 된 야성이 결합되어 겉으로는 평온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욕망이 관리되지 못할 때 권력은 과격해지고 존재감을 드러낸다. ● "반복이 지닌 힘은 결코 같음으로 되돌아오게 하는 힘이 아니라 창조하되 선별하고 추방하는 힘, 생산하되 파괴하는 힘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들뢰즈의 말처럼 거시적인 것(사회)과 미시적인 것(개인)이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같이 맞물려 있으며 서로 다름을 전제하고 있다.

조진규_Wingaculeus_Black 1_폴리프로필렌, 스틸_100×22cm_2012
조진규_Wingaculeus_White_폴리프로필렌, 스틸_130×310×150cm_2012

나는 일상에서 경험한 미미한 재료들에 관심을 갖고 이것을 집성시켜 공격성을 갖고 있는 변형된 야생동물 또는 일그러짐, 돌출, 틈 등과 같은 외형적 불안 요소를 갖고 있는 안정적인 구조의 형태들을 만들었다. 증식 되어진 대상은 기념비적인 성격을 갖게 되며 이를 통해서 전체를 이루는 미미한 것들에 대한 인식과 함께 공격적인 느낌을 받게 된다. 노동 집약적이고 반복적인 작업 방식을 통해 사회를 이루는 사소한 것들의 존재를 드러내는 동시에 생산적 권력의 약자에 대한 폭력성을 내제된 사회의 불완전성으로 드러내고자 한다. ■ 조진규

Vol.20131009h | 조진규展 / JINQ / 趙鎭奎 / sculpture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