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Endo From Exo 존재의 심연으로

최병권展 / CHOYBYUNGGWUN / 崔炳權 / photography   2013_1008 ▶ 2013_1017

최병권_무제1_파인아트종이에 피그먼트 프린트_87×130.5cm

초대일시 / 2013_1011_금요일_05:30pm

관람시간 / 11:00am~08:00pm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Hangaram Art Museum, Seoul Arts Center 서울 서초구 서초동 700번지 3층 Tel. +82.2.580.1300 www.sac.or.kr

아날로그에서 디지털시대로 이행하면서 인간의 정체성 문제가 더욱더 심각해지고 있다. 현대인들은 자신의 존재를 찾으려는 실존적 고민을 심각하게 하고 있다. 이 고민을 해결하는 노력 중에 하나가 자신의 흔적을 찾는 보는 것이다. 흔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사진 전시가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다름 아닌 최병권작가의 "존재의 심연으로 (To Endo From Exo)"란 전시이다. 현재 서울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최병권작가는 해체주의 시각에서 흔적 사진전을 10월8일부터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할 예정이다. 최작가의 소재는 한국, 중국, 싱가포르에 있는 대학 내의 게시판이다. 구체적으로 게시판에 탈 부착되고 남는 호치키스, 테이프, 압정과 찍어진 포스터 조각이다. 그리고 포스터에 의해서 가려지고, 가려지지 않는 게시판에 다르게 나타나는 빛의 흔적들이다. 최작가는 그러나 이 흔적 자체를 찍은 것은 아니다. 그는 시간이 흐르면서 흔적들이 변하고, 섞이면서 만들어 지는 새로운 이미지를 렌즈에 담은 것이다. 테이프의 화학물질이 녹아 흐르면서 만들어지는 이미지를 찾아낸 것이다. 그는 이번 전시회에서 자연과 풍경 이미지를 보여주는 흔적을 담아냈다. 그러나 그것도 겉일 뿐이다. 속은 게시판이 속해 있는 집단의 심리상태이다. 그래서 영어 제목도 To Endo From Exo이다. 겉으로부터 속으로 이다. 흔적 속에는 무엇이 있을까? 사람들의 심리- 우울증, 조급증, 강박증, 작은 폭력성들이 있었다. 호치키스가 박힌 곳에 또 호치키스를 반복적으로 박으면서 만들어진 조그마한 언덕 같은 호치키스 덩어리를 사람들의 강박증 현상으로 읽어 내려가고 있다. 또한 포스터를 뜯어내면서 게시판의 일부가 뜯겨져 나가는 흔적에서는 작은 폭력성을 확인하기도 하였다. ● 최작가는 대학 내에 있는 현대 젊은이들의 이런 심리상황을 다름 아닌 작가 자신의 심리적 흔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작가 자신도 젊은 시절에 성공에 대한 강요로 이런 강박증, 조급성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 작가 자신이 포스터를 붙이고 때어낸다면 현재 학생들과 유사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한다. 때문에 최작가는 흔적사진을 자신의 자화상이고, 자신의 정체성의 일부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최작가는 흔적을 과거에 묶어 두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는 흔적으로부터 정체성 문제를 해결할 미래를 보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흔적으로부터 자신의 미래를 사유하게 하고 미래의 방향을 찾고자 한다. 때문에 이번 흔적 사진전은 앞으로 연작으로 진행될 것이다. 이번 전시의 그의 첫 번째 흔적전인 것이다. 최작가가 한국과 중국, 싱가포르 대학을 선정한 것은 게시판이 소통의 공간이지만, 그 사회의 미래질서를 말해주는 바로미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과거 흔적으로 미래문화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각국의 흔적으로 그 나라의 미래를 보고자 하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 아시아, 유럽 등 세계를 순회하면서 소통공간의 작업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최작가의 사진 전시회는 서초동 예술의 전당 한가람디자인센터 제3관에서 10월8일부터 17일까지 10일간 열릴 예정이다. ■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최병권_무제2_캔버스에 피그먼트 프린트, UV 프로텍션_각 135×200cm
최병권_무제3_파인아트종이에 피그먼트 프린트_87×130.5cm

나는 미래를 위해 사진을 한다. 사진하는 목적이다. 가족과 사회, 세계의 미래를 보기 위해서이다. 모든 존재는 흔적을 남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존재는 변한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따라서 더 이상 최초의 원재(originality)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흔적으로 원래의 존재를 상상할 수 있다. 여기 한 공간에 흔적이 반복되고 있다. 대학교 내에 있는 게시판이다. 이 공간에 매일 포스터들이 탈, 부착된다. 젊은 날의 열정처럼 무수히 찢긴 포스터, 호치키스, 테이프와 압정들... 시간과 함께 그 흔적들이 누적되고 있다. 비바람, 눈보라로 흔적들이 서로 섞이고 테이프에 남은 화학물질들이 녹아내리면서 흔적 속으로 새로운 이미지가 만들어진다. 게시판이 뜯겨나가면서 상처도 만들어진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상처들이다. 흔적을 해체해가면 무엇을 만날 수 있을까? 작품을 하게 된 동기다.

최병권_무제6_파인아트종이에 피그먼트 프린트_87×130.5cm
최병권_무제10_파인아트종이에 피그먼트 프린트_87×130.5cm

흔적을 해체해가면서 새로운 이미지를 만나게 되었다. 이들은 폭포, 나무, 강줄기, 절벽 등등 이 이미지들은 인위성이 거의 없는 원시적인 것들이었다. 또 다른 이미지들도 있다. 사람들의 조급성, 강박증, 우울증 등 심리 상태를 나타내는 흔적들이다. 이런 흔적은 집단의 문화나 관습까지를 나타내고 있다. 사회가 강요하고 젊음이 무의식적으로 수용한 가치들이다. 이 상징들은 특정한 형태도 있지만 명확하지 않다. 여기서 흔적은 형이상학적 흔적으로 전환되어 진다. 동시에 볼 수 없는 것을 보게 된다. 나는 이 이미지에 약간의 조형성을 가해서 내가 상상하는 형태로 이미지를 수정하였다. 그리고 나는 이 이미지를 나의 심리나 정신으로 보고 촬영하였다. 흔적과 상처, 기억과 향수로 만들어진 풍경, 사람, 도시들을 촬영하였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은 흔적이 만들어낸 풍경이다. 폭포가 나무가 강줄기가 자연에 있지 않고 게시판으로 옮겨왔다. 그런데 그 풍경은 겉은 자연이지만 속은 집단의 조급성, 집착, 강박성이 숨어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게시판은 대부분 대학에 있는 것 들이다. 특히 한국, 중국과 싱가포르에 있는 대학교 내에 게시판들이다. 이들 국가의 게시판에 그어진 수많은 상처를 보면 나라에 관계없이 젊은 공동체의 무의식 속에 내재하고 있는 심리적 왜곡은 놀라울 정도로 강하다.

최병권_무제13_파인아트종이에 피그먼트 프린트_87×130.5cm
최병권_무제16_파인아트종이에 피그먼트 프린트_87×130.5cm

하지만 나도 그들과 같은 공간에 있다. 때문에 그들의 조급성은 동시에 나의 조급성이기도 하다. 사회가 현재 젊음에게 무언으로 강요했던 성공에 대한 집착이 과거 나에게도 강요했기 때문이다. 게시판은 이 강요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세대를 넘어 순환되는 이 질곡을 렌즈로 드러내고자 했다. 즉, 풍경 안에 숨겨진 나의 작은 폭력성, 우리의 강박감들을 드러내고자 했다. 한국과 중국, 싱가포르 대학을 선정한 것은 게시판이 소통의 공간이지만, 그 사회의 미래질서를 말해주는 바로미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과거 흔적으로 미래문화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각국의 흔적으로 그 나라의 미래를 보고자 했던 것이다. 사진은 소리가 흔적으로, 무형이 유형으로 변한 나의 독백이다. 글하나 없고 말하나 없는 종이딱지 나의 자화상을 그렸다. ■ 최병권

Vol.20131008a | 최병권展 / CHOYBYUNGGWUN / 崔炳權 / photography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