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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3_0925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pm~06:30pm / 일요일 휴관
백송갤러리 BAIKSONG GALLERY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7-9 Tel. +82.2.730.5824 www.artbaiksong.com
첫 번째 개인전에 비해 이번 작품전은 소나무가 주를 이루고 있다. 소나무는 예부터 우리 민족의 삶과 동일시되어 십장생에서도 으뜸으로 지조와 절개와 의리의 상징으로 늘 사랑을 받아 왔다. 소나무는 민족의 삶과 정신에 녹아있는 가장 귀중한 나무임을 부인할 수 없듯이, 그는 소나무에서 인간의 따뜻한 정과 애환을 간접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 대상을 해석함에 있어서 지나치게 설명적이지 않으며 전체적인 색감을 단순화하고 구체적인 물상보다는 분위기와 느낌과 감각적인 표현에 중점을 두었다. 주로 쓰는 색채로는 약간씩 밀도가 다른 청색계열로 심리적인 평안함과 청량감으로 그 변주는 시종 부드럽고 완만하고 안정된 푸른 계열의 색채에서 가라앉은 정적인 느낌과 단아함마저 품고 있다.
대상을 파노라마식으로 열거하기보다는 주체가 되는 대상만을 중심으로 여백과 조화를 이루어 현실적 풍경이면서도 초현실적인 느낌을 갖게 하는데, 이는 작품에 전반적으로 사용하는 청색계열에 의해 증폭되어 야수파적인 경향도 감지되며 동시에 신비스러움과 경외감도 불러일으킨다. 아울러 마치 인간과 자연이 한 몸이 되듯이 청색계열 색채와 속도감 있는 붓질에 의해서 초현실적 풍경과 현실감 있는 풍경사이를 오고간다. ● 역시 이창조 작품의 독특함은 주로 구사하는 일필휘지의 붓질처럼 물감을 묽게 용해하여 빠르고 부드럽게 붓으로 긋고 칠하는 행위와 자취에서 발견할 수가 있다는 점이다. 특히 도공이 분청사기를 제작할 때처럼 유약이 마르기전에 손가락이나 간단한 재료를 사용하여 그림을 그려 넣는 행위와 마찬가지로, 그의 작품에는 필연과 우연이 공존하고 이미지와 질료가 넘나들며 화면은 전체적으로 유동적이고 시간의 흐름과 그 대상을 대면했을 때 파생되는 잔상이 오래도록 남아있다.
이처럼 붓질의 자취는 그가 작업을 위해 투여한 수많은 시간의 축적과 현존성이 녹아있는 의식의 산물이다. 시간과 공간의 계기에 의한 인간 존재의 현존성이 물감의 자취와 흔적을 통해 여러 다발의 흔적으로 캔버스에 남게 되는 것이다. ● 또한 붓질에 의해 대상의 수축과 확장, 강조와 생략을 반복하면서 때로는 분명하지 않은 형상의 실루엣이 왜곡되어 보이다가 명멸을 거듭하기도 한다. 평붓으로 사물의 경계선을 무너뜨려 물감의 흔적이 바람에 뿌려진 듯 거칠게 남아있어 조금 멀리서 바라보아야 비로소 그림은 작가가 도달하고자 했던 분명한 의지의 조합을 명백하게 드러낸다.
이와 같이 이창조의 회화는 사물의 형태를 규정하는 뚜렷한 윤곽선보다는 색채와 질감과 터치가 동시에 공존하면서 지나간다. 붓질이 자아내는 민첩함과 속도감과 붓질이 지나간 궤적과 순서를 고스란히 노출하는 물질성 또한 두드러진다. 그것은 특정 대상인 동시에 오로지 붓질이고 그 붓질은 또한 단순한 선이 아니라 색채이자 질료 모두를 함축하고 있기 때문에 전체를 일관성 있게 아우르는 색감들은 절제의 극한까지 간 듯하다. ● 그러나 그의 터치가 다이내믹한 역동성과 기운생동을 강조한다면, 역으로 바람처럼 캔버스를 살포시 스쳐지나가는 듯한 터치는 마치 대숲과 솔밭을 스쳐가는 소리가 지나가는 길이며 바람이 흐르는 통로와 같아 적막한 기운마저 감돈다. 그래서인지 그림 속에 공기를 머금고 깊이를 조성하여 공기와 공기 사이에 층을 만들어 밀도감을 통로삼아 공기가 흐를 수 있게 한 그림과 같다.
여기에 의도적으로 가까이 클로즈업된 방식을 취해, 큰 폭의 시점변화와 대자연의 경이로움과 숭고함을 부각시켜 인간의 왜소함과 욕망에 대한 성찰을 이끌어내는 것에 목적을 둔다. 이는 소나무와 매화를 들여다보기 위해 한껏 몸을 바로세우고 한 인간을 대하듯이 그만의 독특한 화풍을 만들어내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소나무를 대상으로 제작한 작품에서는 마치 조선시대 문인화의 정수를 보여주었던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에서처럼 간결하고 군더더기가 없는 고결함을 담고 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자신의 기억을 반영하는 이미지로 조합된 것으로 실제 자연보다 더 명확하게 자연을 보여주며, 실제로 자연을 대상으로 하였지만 자연을 바라보는 주관적 시점으로 해석된 자연임을 지시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자연을 대하는 객관적 대상에 대한 시선이 생겨나며 구성된 통일성으로서 언제나 흐름 속에 있는 작가만의 의식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여백의 경우에 있어서 거의 담채를 떠올리게 할 만큼 묽은 채색을 단박에 표현하여 작품에 투명한 깊이를 조성하는데, 마치 조선시대 청화백자에서 보이는 청아함이 묻어나기도 하고 문학으로 비유하자면 산문보다는 함축적인 시에 가깝다. ● 이와 같이 이창조의 회화는 은유적 심도를 취하면서도, 동시에 평면성이라는 회화의 근대적 본성을 견인한다. 자연의 무성한 생명력에 낭만적으로 반응하는 대신 그것에 내재하는 복잡성과 연대의 신비를 담담하게 스케치해낸다. 그래서인지 그의 그림은 여느 풍경처럼 설명적이지 않으면서 더욱 더 맑고 투명하며 사실적이기까지 하다. ■ 김선태
Vol.20130930f | 이창조展 / LEECHANGJO / 李昌朝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