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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대안공간 싹 신진작가지원展
관람시간 / 10:00am~06:30pm / 일요일 휴관
대안공간 싹 ALTERNATIVE SPACE SSAC 대구시 수성구 수성4가 1186-76번지 B1 Tel. +82.53.745.9222
50여개의 텍스트와 그 밖의 오브제들로 구성 된 이번 전시는 작가가 말하는 '어렴풋한 확신'을 설명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설치된 오브제 중에는 그간 전시되었던 작품 포트폴리오를 비롯하여 작업과정을 담은 사진 및 텍스트, 각종 자료, 잡지, 스스로 기술한 에세이 등이 포함되어 있다. 실재의 작품이 아닌 그것들을 서술하고 있는 다양한 오브제들의 병치는 그 자체만으로 불안한 풍경을 자아낸다. 작업은 실체가 아닌 그간의 기억과 기록들로 구성되어 있을 뿐이다. "기억이나 생각 따위가 뚜렷하지 아니하고 흐릿하다. 물체가 뚜렷하게 보이지 아니하고 흐릿하다. 빛이 환하지 아니하고 희미하다."라는 의미를 가지는 '어렴풋하다'라는 말처럼 전시는 어렴풋한 가치를 이야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어렴풋하다'와 '확신'이라는 상반된 단어의 이상한 조합처럼 작업은 어딘가 어눌하고 불안해 보이는 동시에 고요한 가슴과 이야기를 제공한다.
아름다운 것들은 의외의 사실에서 오는 것들이다. 생각지 못한 곳에서. 생각지 못한 사람에게서. 생각지 못한 순간에서. 찾으려고 하면 보이지 않는 것들. 차가움과 역겨움과 슬픔과 연민이 모이고 모이면 아름다운 것들이 된다. 그 순간이 찾아오면 의외의 사실을 느낄 수 있다.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는 작위적이지만 되게 설레는 일이다. 다른 시간 속으로 나를 밀어 넣는 밀도 높은 노동이다. 무언가를 만든다 함은 순수한 일이지만 결코 순수하지만은 않다. 나의 이야기를 누군가가 들어주길 원하는 마음에서 강한 정치력을 띈다. 무언가를 만든다 함은 사람과 사람 사이와 제도와 제도 사이, 그리고 나와 나를 결속시키는 강한 끈이다. 끈이 있으면 밀고 당길 수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무언가를 만든다 함은 너와 내가 밀고 당길 수 있는 또 하나의 끈이다.
언젠가부터 삶은 팍팍해져갔고 예전의 순수했던 웃음은 그 빛을 잃어갔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나의 친구도 그러했고 나의 동료와 나의 선생과 나의 부모도 그러했다. 왜 그런 것인지 명확한 이유는 알 길이 없었고 어느 누구 하나 그 이유에 대해 캐묻지 않았다. 밤이 되면 슬펐다. 모두가 그랬다. 열심히 살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눈물이 났다. 서러운 마음과 억울한 마음과 허망한 마음이 나를 짓눌렀다. 낡은 붙박이장이 된 것만 같았다. 말은 안했지만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다. ■ 노아영
Vol.20130930d | 노아영展 / NOHAYOUNG / 盧婀煐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