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재현물이다. 갑각류 모양의 꼬리 안쪽에 포도알갱이들을 알처럼 소복하게 배고 있는 모습, 과일 몸통을 뚫고 자라나온 더듬이나 털 달린 다리들은 기괴스럽다. 동시에 기묘하게 아름답기도 하다. 그것들을 이름으로 부를 수 없는 이유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교하고 익숙한 모습 탓에 어딘가에는 있을 듯 싶기도 하다. 작품 제목처럼 '축축한 여름날, 놀이터의 낡은 틈새'에서, '베란다에 놓아둔 알루미늄 의자' 위에서, '번들거리는 흐린 유리창'에서 생명의 기운을 붙들기 위해 비루한 시간들을 견뎌내고 있을 것만 같다.

이세희_저녁 무렵에 우연히 발견된 Sermia_혼합재료, 프린트_가변크기_2013

신체변형이나 유기체에 대한 재해석은 더 이상 새롭지도 불경스럽지도 않다. 두려움과 경이로움의 경계에서 다양하게 변주되는 잡종ㆍ변종 이미지들이 자연과 재현 사이의 관계를 끊임없이 새롭게 재정의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매튜 바니의 작품에 등장하는 유전자 변형 생물들처럼(종말을 향한 현상인지 아니면 구원의 희망인지 모를 일이지만) 미래의 환상에 젖은 이 시대는 각종 변종에 대한 환희를 품고 있음에 틀림없다. 우리는 실재하지 않는 하이퍼 시뮬라시옹이 끊임없이 생산되는 이 시대를, 감히 생명의 영역에서 조차도 실재보다 더 실재 같은 이미지를 교환하고 소비하는 이 사회를 거뜬하게 살아내고 있지 않는가.

이세희_L씨의 집 좁은 베란다에 놓아둔 알루미늄 의자에서 서식했던 Telliteomiss_ 혼합재료, 프린트_가변크기_2013

그러나 이세희의 기이한 재현물들은 이와 같은 인공생명의 이슈 탐색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보다는 그 어떤 것이 불변의 대상이라는 믿음, 무엇인가를 고정된 정체성으로 보고 싶어 하는 시선 사이의 균열을 더듬어 따라가고 있다.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우리 눈으로는 도저히 구별해 낼 수 없는 세상의 빛깔들을 극도의 선명함으로, 그리고 구분조차 할 수 없는 미세한 부분들까지 정밀하게 펼쳐낸다. 그래서 누구나의 휴대폰에 한 두 컷 정도는 담겨있을 꽃 이미지는 설사 그것이 보도블럭 사이에 핀 볼품없는 풀꽃이라도 고해상도 렌즈를 통해 아름답고 완벽한 자연 이미지가 된다. 이제 우리 두뇌는 두 눈으로 들여다봤던 그 꽃이 아닌, 디지털 렌즈로 재현된 이미지를 꽃의 본질로 저장하기를 즐겨한다.(그리고 막상 진짜 풀꽃을 마주하고는 감동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육안으로 마주했던 현실의 꽃과 고화질 디지털 카메라의 꽃 중에 어떤 것이 우리가 당장 떠올리는 꽃의 모습 혹은 꽃의 본질일까.

이세희_축축한 여름날, 놀이터의 낡은 틈새 사이에서 발견된 Yanacheck_혼합재료, 프린트_가변크기_2013

이세희는 진짜 꽃보다 도리어 더 진짜 같은 가짜 꽃들이 넘치는 거대한 조화 시장에서 바로 그런 간극과 지각의 균열을 경험했다고 한다. 실물보다 더 아름다운 조화들은 그러나 실재가 갖는 깊이의 차원이 제거된다. 존재의 깊이가 빠져나간 자리를 대신 채우는 것은 환상이다. 이세희는 이렇게 화려한 환상과 형식적인 공허함이 공존하는 인공의 꽃밭에서 개체들간에 충돌하는 속성을 조합하여 새로운 유기체 이미지를 탄생시켰다.

이세희_우연히 발견된 S4_혼합재료, 프린트_가변크기_2013

생명이라면 당연히 갖추어야할 앞뒤의 질서나 조건들을 생략한 채 자의적이고 조작적인 형태를 획득해가는 방식은 분명 불온해 보이지만 동시에 농담과 유희의 제스처로 여겨지기도 한다.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붙여줄 이름이 없는 것들에게 '이름이 없는 것'이라는 이름을 붙여주는 것 또한 그렇다. 생명을 포함한 자연을, 또 우리와의 관계를 어떻게 규정짓고 풀어 나갈지에 대한 고민을 본질이 부재한 인공의 생명체로 대체해 버린 것은 재미있는 아이러니이다. 게다가 무의식이나 초현실 공간을 부유하던 변종 이미지들이 아파트 베란다, 놀이터 등에서 우리 인간과 같이 공생하는 존재로 변화되는 스토리는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우습게 무너뜨린다.

이세희_번들거리는 흐린 유리창에서 발견된 Sinponieta_혼합재료, 프린트_가변크기_2013

이것은, 디지털 꽃 이야기로 다시 돌아와 보자면, 언제든지 수시로 들여다볼 수 있는 휴대폰 갤러리 속의 꽃이 누구에게는 진정한 의미의 꽃일 수도 있다는 의미와도 맞닿아 있다. 하지만 이세희는 이것과는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지도 모른다. 우리가 진짜 두려워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로부터의 소외나 분리가 아니라, 도리어 그렇게 모든 것이 온통 뒤섞여 버리는 상태라는 것이다. 이 세상 어딘가에서 스멀스멀 기어다니고 있을지도 모르는 더듬이 달린 꽃과일처럼, 그렇게 정교하고 섬뜩한 농담으로 말이다. ■ 김현진

이세희_L씨의 집 여름용 이불을 깐 침대 아래에서 발견된 Mellistopellis_혼합재료, 프린트_가변크기_2013

The Names for the Ones without Names – the Precise Jokes ● They are weird representation-beings. Some of them look like a shellfish that has eggs under their tails like grapes, and the legs with feelers or hair coming out through the body of the fruits is strange. However, they are beautiful, too, at the same time. The reason why they can't be called with names is because they do not exist in the world. Because of their precise look and familiar figures make me think that they might exist somewhere. Just like the titles, in the 'Old Small Space at the Playground on the Wet Summer Day', on the 'Aluminum Chair on the Terrace', and at the 'Shiny Foggy Window', they might be fighting out their boring times to hold on to their lives. ● Distortions or interpretations of bodies are no longer new or disturbing. That is because there have been continuous re-defining processes of relationships between the hybrids/mutants images and the nature, under fear and awe. Just like the mutants in Mathew Barney's artwork (though it is unknown whether they represent the end of the world or they are the hopes for salvations), it is obvious that this age is having an extraordinary hopes toward the various mutants. ● However, the mysterious representation-beings of Lee, Se hee are not about the issue of exploring artificial beings. Lee's artwork is rather following the broken hope to believe that there is a being of belief that does not change forever and to find something that does not change forever. Digital technologies show every color of the world with extreme vividness which human eyes can't even differentiate, and show the details which human eyes can't even detect. Because of the technology, the general flower photos which can be found easily one or two on everyone's cell phone background images can become perfect nature image through the high resolution lenses though the flowers were just from the street. Now, our brains enjoy more to remember the images through digital lenses than the flowers that we saw with our own eyes (Plus, people can no longer be moved by the real flowers). If so, between the real flowers that we saw with our own eyes and the flowers taken with the high resolution digital camera, which one is the one that we remind of first when we think of a flower, and which one has the real nature of the flower? ● Lee, Se hee says that Lee experienced the gap and the breaking moment of perceptions at the humongous artificial-flower market which was filled with the artificial flowers that looked more like real flowers. The artificial flowers are even more beautiful than the real flowers, but they do not have the depth of the real flowers. It is a fantasy that fills the emptiness where the depth is gone. Lee, Se hee has created a new life-being image by combining the crashing characters among the artificial flowers where splendid fantasies and standardizing emptiness are mixed. ● Though taking manipulating and artificial ways which are without orders or conditions that lives should have are disgraceful, but sometimes, they are considered as jokes and gestures of amusement. It is the same with naming the ones that can't have names because they do not exist, but named as 'the ones without names'. It is an interesting irony that uses artificial life-beings for the discussions about the nature including life, and the discussions about how to define and develop its relationships with us. Moreover, the stories that brought the mutant images that were floating around unconscious and surreal spaces into the terrace of condos or playgrounds which have made the mutants as beings that exist in our everyday life breaks the limit between fantasy and reality in a funny way. ● This is, if going back to the digital flower story, the same case that the cell phone gallery flower which can be looked up everyday can truly mean to someone. On the other hand, Lee, Se hee seems to want to tell a different story from this, too. The story is that what we really should be scared of is not about being isolated or being detached, but the situation that everything gets mixed up. It is like the flower fruits with feelers that might be scrolling around somewhere in the world; it is a precise and scary joke. ■ KIMHYUNJIN

Vol.20130930c | 이세희展 / LEESEHEE / 李世熙 / installation.photography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