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된 고립 Shared Isolation

금호창작스튜디오 8기 입주작가展   2013_0926 ▶ 2013_1006 / 월요일 휴관

초대일시 / 2013_0926_목요일_05:00pm

참여작가 김민경_유목연_이예희_임소담_정석우 정혜정_최송화_황수연_허수영

비평워크샵 / 2013_1005_토요일_02:00pm~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금호미술관 KUMHO MUSEUM OF ART 서울 종로구 사간동 78번지 B1, 3층 Tel. +82.2.720.5114 www.kumhomuseum.com

금호미술관이 운영하는 금호창작스튜디오는 2005년 경기도 이천에 설립되었다. 현재 1개동 9개실의 스튜디오로 구성되어 있으며, 현재까지 총 8기, 50명의 신진작가를 배출하였다. 평면, 입체, 매체 등 미술전분야에서 활동하는 만 40세 미만의 국내 젊은 작가들이 공정한 심사를 거쳐 선정되며, 1년 단위로 무상 입주하여 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창작공간을 지원받고 있다. ● 국내 미술계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유망한 신진작가들을 발굴하여 창작활동에 매진할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을 제공하고, 한국 미술계를 이끌어 발전시키고 세계화 시대에 대응하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미술인을 육성하는데 금호창작스튜디오의 그 목적을 찾고자 한다. ● 매년 창작스튜디오를 외부인에게 개방하는 스튜디오 방문기회와 평론가 및 큐레이터의 비평을 통해 작가들의 작업을 한층 이해하고자 기획되는 비평 워크샵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미술계의 전반적인 인프라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더불어 소재 지역기관 및 예술단체와의 지속적인 교류를 통하여 네트워킹을 확장시키고자 하며, 2012년도에는 경기창작센터와의 교류워크샵을 진행한바 있다. ● 제 8기 입주작가 김민경, 유목연, 이예희, 임소담, 정석우, 정혜정, 최송화, 황수연, 허수영의 작업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공유된 고립'이란 주제를 가지고, 근 1년의 입주기간 동안 제작된 작업 결과물과 더불어 예술가로서 창작을 지속하는 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대하여 작가 스스로 답하는 과정을 담고자 하였다. '공유된 고립(shared isolation)'이라는 용어는 러시아 미학자 보리스 그로이스(Borys Groys, 1947- )의 프로젝트의 고독(The Loneleness of the project)이란 짧은 텍스트에서 인용한 것이다. 그에 따르면, 오늘날의 예술에서 주요 관심은 '작업의 생산에서 예술 프로젝트 내의 삶으로 이동'하였고 이를 위하여 작가는 '스스로의 고립과 모든 소통의 포기'를 감행한다고 설명한다. '가치있고 사회적으로 정당한' 고립을 통하여 '지식 혹은 예술적 행위의 특정한 목표를 열정적으로 추구'한다는 점에서, 오늘날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운영하는 레지던시라는 프로그램은 저자가 말한 현대예술의 속성을 단적으로 대변하고 있는 듯하다. 이번 전시는 개인의 프로젝트를 성실히 임하고 있는 입주작가들의 느끼고 있는 고독과 고립,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작활동을 지속하는 이유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를 작품과 더불어 담아보고자 한다. ● 1년여의 입주기간 동안 노력의 결실로 완성된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아 그들의 역량을 확인하는 이번 전시기간 동안, 2009년과 2011년, 그리고 2012년도에 이어서 비평워크샵을 개최하여 젊은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심도 있게 이해해보고자 한다.

김민경_POTER_영상설치_가변크기_2013

김민경 작가는 일상의 공간과 사물, 그리고 일상적 행동들을 면밀히 관찰하고 이를 재해석하는 영상과 설치작업을 해오고 있다.「289 Days」,「92days at W1W 6DN」(2011)이 수집된 사물을 통하여 시간과 삶을 기록하는 작업이라면,「Bin Project-AT THE CITY」(2010),「P-eating」(2011)은 타 문화 내에 체류하면서 느끼게 되는 이질적이고 생소한 문화를 위트있는 방식으로 보여주는 작업이다. 한편「Ordinary Exposing」시리즈에서는 집 앞을 쓸거나 옷을 입는 지극히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행위를 시간적 딜레이(delay) 등의 작가적 개입으로 변형시켜 주목해보고자 한다. 이처럼 루틴한 삶의 반복 안에서 어떠한 간격과 분절을 만들어냄으로써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작가의 관점은 최근「21세기에 필요한 용기(容器)에 대하여」,「책에 대하여」작업으로 점차 확장되고 있다.

유목연_Specular Surface 시리즈_C 프린트_80×80cm_2013

유목연 작가는 사진과 설치작업, 프로젝트 수행 등을 통하여 시각예술작품과 해석의 문제에 대한 다각도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시대를 반영하는 레디메이드(ready-made)와 이미지들을 병치한 설치작업「Mechatronics」시리즈(2012)와 게릴라성으로 진행 중인 목연포차는 실제 관객이 참여하여 이야기를 완성해나가는 작업으로, 다양한 형태의 변주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시각예술이 지닌 가장 기본적인 속성인 '보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사진과 설치작업 등으로 풀어나간다. 일련의 사진작업인「A specular surface」시리즈(2011-2013)와 퍼즐형태의 설치작업을 통하여, 개인에 따라 이미지를 읽어가면서 내러티브를 만들어내는 관점의 차이가 발생, 시차가 발생되는 지점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이예희_자라나는 도시 # 10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5×162cm_2013

이예희 작가는 회화 작업의 색상과 구성 등의 실험을 통하여, 현존하는 '양면성'의 실체를 드러내고자 한다. 매 작업에서 사용되는 '산호 빛 형광 핑크'는 여성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동시에 강박적이고 강렬한 '이중성'을 내포한다. 또한 근작 '도시 연작'과 '관계 연작'에서는 한 쌍의 캔버스를 제작하고 좌우 배열을 임의적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작가가 의도하는 양면성의 의미를 더욱 견고히 한다. 예를 들어,「핑크빛 현재-관계 #3」(2012)에서는 캔버스의 좌우 위치에 따라서 서로 마주보던 남녀가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는 남녀로 그 내러티브가 전복적으로 달라지게 된다. 모든 이면에는 양가적인 의미가 존재하며, 불완전한 순간일 뿐 임을 전달하는 작가는 최근 렌티큘러(lenticular)를 이용한 작업을 통하여 더욱 효과적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임소담_Trees on the cliff_캔버스에 유채_167×149cm_2013

임소담 작가는 마치 스냅사진과도 같이 순간의 장면을 빠르게 담아내는 페인팅과 드로잉을 제작한다. 길가의 비둘기와 빈소의 화환, 바닷가의 여인, 이국적인 여행지의 야자수 등을 그린 크고 작은 평면회화에서 작가의 시선은 특정한 내러티브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밑그림 없이 직관적으로 선택되고 그려지는 장면들의 군집들 속에서, 보는 이들이 유사한 과거의 풍경을 기억하게 되고 감정적인 동요를 경험하게 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Holiday'라는 키워드로 묶일 수 있는 페인팅 및 드로잉 작업들과 금호창작스튜디오 입주기간 중 특정 기간(4~5월) 동안의 계절적 변화에 대한 잔상을 기록한 수채화로 작업을 선보인다.

정석우_Esrevinuz_캔버스에 유채_360×360cm_2013

정석우 작가는 일상에서 겪은 사소한 사건에서 비롯된 감정을 포착하고, 이를 큰 규모의 캔버스 위에 두터운 마띠에르와 과감하고 자유로운 붓질로 그려내어 초현실적이고 극적인 화면을 만들어낸다.「볼천지」(2010)나「Masstrain」(2012) 작품 등에서 엿보이는 것처럼, 색채의 대비와 거친 붓놀림은 그의 작업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방식이자 주제로 기능하고 있다. 이는 바로 현대사회의 속도를 투영하는 것이자 에너지의 흐름과 원천을 보여주는 것이다. 구상적 이미지와 물감의 물성, 그리고 감각적인 표현방식을 한데 버무린 회화는 현대인의 내면을 시각화하고 있으며, 종종 등장하는 신화적인 요소와 더불어 작품은 작가 내면의 풍경을 표현주의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정혜정_점의 기행_가변설치_2013

정혜정 작가는 지역, 도시 등에서 마주하는 타인 혹은 장소와의 우연적이고 가변적인 만남을 시도하면서 공간이 지닌 정체성에 대한 다양한 기록을 지속한다. 작가 본인이 개미가 되어 서울 구석 곳곳을 '탐사'한「서울개미와 잃어버린 여행가방」(2011)과 이태원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 대화하고 그들의 손금을 수집하여 지도를 만든「손금지도」(2012) 등이 대표적이다. 출품작「점의 기행」(2013)은 자택과 레지던시를 오가며 작가가 체험한 것들을 설치, 드로잉, 영상작업 등으로 표현한 일종의 일지이다. 집과 작업실 사이에서 벌어지는 경험과 그 과정에 놓인 공간을 재해석하기 위하여, 작가는 직접 걷기, 느리게 걷기, 드로잉테이블과 함께 걷기, 버스로 가기, 차로 가기 등 다양한 방식의 이동을 실천하면서 물리적 공간 사이의 가시적, 사유적 풍경을 탐구한다.

최송화_풍경_종이에 사진 프린트, 먹지에 드로잉_78×108cm_2013

최송화 작가는「우수경관」시리즈(2009-2011)를 통하여 도시 풍경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대상들, 예컨대 건물, 글자, 기호 등을 오려내는 사진드로잉 작업과 평면 작업을 지속해왔다. 나무, 산, 사람과 같은 자연적 요소들이 파편화되어 구성된 풍경은 작가에게 '파편의 '과잉'인 도시와 도시욕망에 대한 주관적 기록이며 동시에 도시 삶 안에서의 안정에 대한 작가의 욕구를 기록한 과정'이다. 더불어 작가는 옥상정원이나 도심의 조경을 위하여 제작된 '인공폭포', 실내의 벽지프린트 등에서 발견되는 인공적인 자연 요소들이 '위장'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예민한 관찰을 기반으로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허수영_yangsandong04_캔버스에 유채_147×210cm_2013

허수영 작가는 2008년부터「The smaller majority」(2009),「100 Orchids」(2011) 등을 통하여 동식물 도감의 모든 페이지에 등장하는 이미지들을 한 화면에 중첩시키는 회화작업을 기획하여 왔다. 한 권의 책을 한 점의 그림으로 만드는 작업에 이어, 2012년부터 작가는 머무는 공간의 주변 풍경을 캔버스에 담아내고 있다.「Yangsandong」시리즈에서 그려낸 풍경은 작가와 더불어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의 모습으로 계속해서 변화하고 진화한다. 작가는 '황량한 봄의 가지들을 그렸고, 여름에는 무성해진 잎사귀를 그렸다, 가을에는 물든 잎들에 색을 입혔고, 겨울에는 내리는 눈을 그렸다.' 1년이라는 실제 시간을 거쳐 최종적으로 제작된 한 점의 풍경 속에는 시간적 흐름이 누적되어 있는 동시에 시간의 변화를 기록하여 현재의 삶에 충실하고자 하는 작가의 태도를 반영한다.

황수연_악기를 닮은 조각_판자, 고무줄_가변크기_2013

황수연 작가는 A4용지, 담배, 계란 등의 사물이 가진 속성을 포착하고, '보이지 않는 사회의 구조들 속에서 만들어진 삶의 형태를 일상 사물들을 빌어 표현한다'. 날계란을 관통한 샤프심 작업「Trust」(2010)에서 작가는 '약한 것들끼리 뭉치는' 신뢰의 의미를 도출해내고, 야구공의 털을 모두 뽑아 또 하나의 다른 야구공을 만든 작업「All –전부」(2010)에서는 자본주의 시대의 마지막 순정을 이야기한다. 구부정한 뒷모습을 닮은 담배에게 그림자를 그려주는 행위에서는 사물에게 작가가 투영하는 인간애 마저 느끼게 되는데, 작가에게 사물이란 인간과 삶을 반영하는 대상으로 기능함을 알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얇은 나무판과 고무줄로 구성된「악기를 닮은 조각들」(2013) 시리즈를 통하여, '악기'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사물을 빗대어 우리의 현실을 마주하도록 한다. ■ 금호미술관

Vol.20130926e | 공유된 고립 Shared Isolation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