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uardians

김선태展 / KIMSUNTEI / 金善泰 / painting   2013_0926 ▶ 2013_1006 / 월요일 휴관

김선태_The Guardians展_금호미술관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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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금호미술관 KUMHO MUSEUM OF ART 서울 종로구 사간동 78번지 Tel. +82.2.720.5114 www.kumhomuseum.com

커다란 파도가 육지를 향해 몰려온다. 카츠시카 호쿠사이(葛飾北斎)의 우키요에 작품집인 「후지산 36경(富嶽三十六景)」 중 가장 유명한 그림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神神奈川沖浪裏)」의 파도다. 아니 이를 넘어선 쓰나미다. 그리고 이 거대한 쓰나미를 막으려는 '수호자'가 있다. 바로 건담이다. 로보트 애니메이션 주인공 중 우리나라에 '로보트 태권브이'가 있다면, 일본에는 '건담'을 빼놓을 수 없다. 화면에서 건담 일곱 기는 자신의 모든 힘을 동원해 거대한 쓰나미 앞에 막아선다. 역부족이지만, 이 재앙을 막기 위해 그들은 수호자로서 자연의 거대한 힘에 대항해 최선봉에 선다. 금호미술관에서 열리는 김선태의 개인전 『수호자(The Guardians)』에 출품한 이 작품은 일본에서 겪었던 동일본 대지진의 트라우마와 이에 대한 극복의 기록이다.

김선태_The Guardians展_금호미술관_2013
김선태_The Guardians展_금호미술관_2013

2011년 3월 11일 지구엔 또하나의 커다란 상흔이 생기고 말았다. 일본의 동북부 아래쪽의 바다에서 발생한 지진은 거대한 쓰나미를 만들어냈고, 이는 고스란히 일본 동북부 해안을 따라 인류 최악의 자연재해 중 하나로 기록되는 결과를 낳았다. 쓰나미의 직접적인 피해뿐 아니라 최악의 2차 피해가 발생했다. 바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방사능 유출이 그것이다. 이 거대한 사건은 지구의 모든 사람들에게 커다란 충격과 공포를 심어주었다. 충격적인 대사건을 겪은 직후 전세계는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과거에 대한 증언과 반성이 이루어져왔다. 제1,2차 세계대전과 대공황은 공산주의와 실존주의를 불러일으켰고, 미술도 이러한 충격적인 사건을 기록하고 반성하는데 역할을 보탰다. ● 작가는 대지진 때 일본 도쿄에서 활동 중이었다. 그러나 대지진 후 많은 유학생들이 그랬듯이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일본에서의 안정적인 작업 생활에서 급작스런 귀국이라는 환경 변화가 꽤 혼란스러웠다. 동일본의 참혹한 상황은 오롯이 그의 트라우마로 뇌리에 남았다. 한동안 작업에 대한 방황 이후에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수호자> 시리즈를 시작했다. 후쿠시마 원자력의 방사능 유출을 해결하고 쓰나미에 대항하는 '수호자' 건담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를 통해 작가는 일본이라는 한 국가의 재해를 넘어, 전지구적인 재앙에서의 회복과 인류애를 호소한다. 이번 전시에는 이와 함께 지난 동일본 대지진의 참혹한 참상을 두 점의 거대한 드로잉으로 증언한다. 피카소의 「게르니카>처럼, 이 시대의 아픔 또한 기록한 것이다.

김선태_The Guardians展_금호미술관_2013
김선태_The Guardians展_금호미술관_2013

김선태의 작업세계를 관통하는 주제는 바로 '우리 주변과 인간에 대한 관심'이다. 과거 작가는 길에서 만난 인물들의 표정과 행동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표현한 인물화 시리즈를 제작했다. 이번 작업인 「수호자」에서는 인간보다 열 배나 강하지만 더 인간적인 건담을 통해 이러한 주제를 표출한다. 건담은 작가에게 이번 재해를 극복하고자 하는 수호자이자 사람들의 바람을 형상화한 대상이다. 건담은 그가 일본에서 작업할 때 이미 등장시킨 소재였다. 그는 건담이 항상 피곤하지만 아침에는 활기차게 출근해야만 하는 일본의 샐러리맨처럼 겉으로는 강하지만 그 내부의 조종사처럼 연약한,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처럼 여겨졌다. 그래서 그의 건담은 애니메이션 속 건담과는 달리 인간적인 눈동자를 갖고 있다. 일본의 재앙은 이러한 인간적인 건담의 의미와 함께 좀더 강한 수호자로서의 건담으로 의미를 확장시켰다. ●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의 작업 기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학창시절 들었던 '한국화의 위기'라는 말은 그에게 오히려 한국화에 대한 기초로 돌아가게 했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라고 했던가. 과거의 재료로부터 새로운 한국화가 나올 수 있지 않겠는가라는 고민과 함께 붓, 종이, 아교, 석채, 분채, 박 등 다양한 재료의 연구에 빠져들었다. 과거 김홍도나 신윤복이 그랬듯 그림마다 시대를 반영하고 정서가 새겨져 있어야 한다는 그의 생각은 이러한 연구를 통해 더욱 확고해졌고, 일본에서의 확장된 연구까지 결합된 성과물을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다. 닥나무를 원료로 한 종이에 석채, 은박, 안료, 금니 등의 전통적인 채색재료를 결합시키고 작가가 원하는 마티에르를 얻을 때까지 긴 시간에 걸쳐 사포작업이 이루어진다. 이번에 선보이는 전통과 혁신이 혼재된 화려한 색감의 깊은 마티에르 작품은 한국화 혁신에 대한 작가의 연구와 성찰의 결과물이라 할 것이다.

김선태_The Guardians展_금호미술관_2013
김선태_The Guardians展_금호미술관_2013

최근에 작가는 「수호자」 시리즈와는 다른 작업 방향을 선보였다. 일본에서의 트라우마를 넘어 한국적인 풍경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용인 작업실 주변의 동네 풍경을 화폭에 담기 시작했다. 특히 작가는 이제는 사람이 살지 않는 시골집을 통해 인간과 집, 더 나아가 인간과 인간 사이의 소통이라는 문제에 대해 고민한다. 「자화상」, 「거리의 인물」, 「수호자」, 「동네」 등 다양한 주제와 소재, 기본을 잃지 않지만 다채로운 재료와 기법은 작가 김선태의 팔색조 같은 변화무쌍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 속에서 그가 잃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는 레테르다. 그의 작품이 아무리 재앙의 아픔을 표현하더라도, 그의 건담이 희망 속 세상의 '수호자'가 되고 따뜻하게 다가오는 이유일게다. ■ 류동현

Vol.20130926d | 김선태展 / KIMSUNTEI / 金善泰 / painting

2025/01/01-03/30